숙종실록19권, 숙종 14년 2월 2일 을사 4번째기사
1688년 청 강희(康熙) 27년
지돈녕부사 이민서의 졸기
지돈녕부사(知敦寧府事) 이민서(李敏敍)가 졸(卒)하였는데, 나이 56세였다. 이민서는 고(故) 상신(相臣) 이경여(李敬輿)의 아들인데, 〈성품이〉 강명(剛明) 방정(方正)하고, 간묵(簡默) 정직(正直)하였으며, 조정(朝廷)에 있은 지 30 년에 여러번 사변(事變)을 겪었으나 지조(志操)가 한결같았고, 직위(職位)가 총재(冢宰)에 이르렀으나 문정(門庭)은 쓸쓸하기가 한사(寒士)와 같았으며, 한결같이 청백(淸白)한 절개는 처음에서 끝까지 변함이 없었다. 문장(文章) 또한 고상하고 건아(健雅)하여 온 세상의 추앙(推仰)을 받는 바가 되어, 국가(國家)의 전책(典冊)도 대부분 그의 손에서 나왔다. 매양 매복(枚卜)014) 할 때를 당하면 그 당시에 의논하는 사람들이 모두 말하기를, ‘아무를 두고 그 누가 되랴?’ 하였다. 임금이 그의 강직(剛直)하고 방정(方正)한 것을 꺼려하여 그다지 우악(優渥)하게 총애(寵愛)하지 않았기 때문에 마침내 들어와 정승이 되지 못하였다. 이에 이르러 시대의 일에 근심이 많은 것을 눈으로 직접 보고는 근심과 번민이 병이 되어 졸하였다. 조야(朝野)에서 슬퍼하고 애석해 하지 않은 이가 없었으며, 비록 평일에 서로 좋아하지 않았던 자라도 정직(正直)한 사람이 죽었다고 말하였다. 그 뒤에 문간(文簡)이란 시호(諡號)를 내렸다.
- 【태백산사고본】 21책 19권 3장 B면【국편영인본】 39책 121면
- 【분류】인물(人物)
- [註 014]매복(枚卜) : 정승 될 사람을 점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