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앞서 병조 판서(兵曹判書) 이사명(李師命)이 임금께 아뢰기를,

"본조(本曹)에서 바야흐로 양역(良役)을 조사해내는 일을 하고 있는데, 신은 많은 일을 겸하여 관장해야 하므로 힘이 미치지 못하게 됩니다. 참지(參知) 김구(金構)가 정밀하고 민첩하며 일을 잘 아니, 구임(久任)하면서 전적으로 살피도록 하시기 바랍니다."

하니,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김구(金構)가 사양하다가 면할 수 없어 이에 그 일을 담당했었는데, 대중의 의논이 대부분 적당하지 못하다고 여겼다. 김구가 이에 상소하기를,

"각가지 양역(良役)을 조사하는 일이 이미 반 달이 지났는데, 그윽이 일의 형세를 살펴보건대 마침내 마땅하지 못한 바가 있습니다. 대개 이 양역의 종류는 명색(名色)이 자질구레하고 절목(節目)이 번잡하게 되어 있는 데다가, 양역이 무턱대고 들어가게 될 때와 모든 관사(官司)들이 소속시키게 될 적에 문호(門戶)가 하나만이 아니고 규정(規程)이 각각 달랐으므로, 비록 전례(典例)를 잘 아는 사람이 있다 하더라도 잘 알아서 하게 될 수 없습니다. 지금 신(臣)이 관장하여 조사한 것만도 50여 종류에 수만 명입니다. 이 밖에도 자질구레한 명목을 이루 기록 할 수 없는데, 이미 조가(朝家)에서 알고 있는 것도 아닌 데다가 신(臣) 역시 어떻게 캐낼 수가 없습니다. 이 나머지 각가지 명색으로, 각영(各營)의 아병(牙兵)·수영패(隨營牌)·장무대(壯武隊)·착호군(捉虎軍)·부지별대관(扶持別隊官)·군관(軍官)과 학궁(學宮)·향청(鄕廳)이 모집해 들인 차인(差人)의 부류를 만일에 한 번 정리하려고 한다면, 반드시 따로 도감(都監)을 세우고 사람을 선택하여서 나누어 맡게 하여, 크게 쇄신(刷新)을 가한 다음에야 거의 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그렇지 않고 단지 이 수십 종류의 것만 조사하고 만다면, 이것은 찾아냈지만 저것은 빠뜨리게 되고, 하나는 얻어냈지만 둘은 놓치게 되어 끌려다니고 내둘리다가 마침내 유익함이 없게 될 것입니다. 지난날에 충의(忠義)를 사정(査正)한 일도 뜻의 좋지 않은 것이 아니었지만 필경에는 실속이 없게 되었었으니, 멀지 않은 전감(前鑑)이 될 수 있는 일입니다. 하필이면 일이 없는 가운데 하나의 일을 만들어내어 피폐한 민생들을 거듭 괴롭혀서 그들의 근심과 원망이 더해지게 하겠습니까? 일로 말하면 매우 어려운 일이고 시기로 말하면 마땅하지 않은 때이니, 이번은 우선 정지하고 다른 해를 기다렸다가 거행한다면, 시작도 있고 끝도 있어 일이 이루어지고 유익함도 있게 될 것입니다."

하니, 임금이 묘당(廟堂)으로 하여금 품처(稟處)하게 하고, 김구는 곧 외방(外方)의 직임에 제수했다. 남구만(南九萬)이 아뢰기를,

"이미 시작한 일을 도로 그만둘 수 없으니, 다시 병조(兵曹)의 낭관(郞官)으로 하여금 주관하여 끝내게 하시기 바랍니다."

하니,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20책 18권 52장 B면【국편영인본】 39책 116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군사-군역(軍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