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의 자문에 따라 죄인의 과죄를 신하들과 의논하다
대신(大臣)과 비변사(備邊司)의 여러 신하를 인견하였다. 영의정 김수항(金壽恒)이 아뢰기를,
"저들 중 자문(咨文)에 이미 사신 등을 종중 과죄(從重科罪)하라고 하였으니, 그 말을 따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니 속히 의논해 결정하여 그 문서가 사신 행차에 미칠 수 있게 해야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기어코 어쩔 수 없다면 무슨 죄율을 써야 하겠는가?"
하였다. 이에 김수항이 직위를 혁파하고 정배(定配)하는 것으로 처단할 것을 청하니, 좌의정 남구만(南九萬)과 비변사의 여러 중신 및 삼사(三司)176) 도 이의가 없어서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형조 판서 이사명(李師命)이 충의위(忠義衛)에 속이고 등록한 자를 참작할 것을 진달(陳達)하니, 김수항은 말하기를,
"만약 일체 사변(徙邊)케 한다면 억울함을 호소하는 자가 반드시 많을 것이니, 납속(納贖)177) 하겠다는 자는 허가하여 줌이 좋겠습니다."
하고, 남구만은 말하기를,
"그 주호(主戶)만을 들어 납속을 시킴이 좋을 듯하며, 또 대수를 제한하는 조치는 더욱 없을 수 없습니다."
하였는데, 김수항이 또 아뢰기를,
"대수를 제한하는 조치는 곧 대단한 변통이 되는 만큼 2품 이상과 삼사(三司)로 하여금 빈청(賓廳)에 모여 의논케 하소서."
하였다. 빈청에서 의논이 엇갈리니, 밖에 있는 대신에게 물어보라고 명하였는데, 봉조하(奉朝賀) 송시열(宋時烈)이 아뢰기를,
"열성(列聖)의 후예도 이미 대수를 제한하는 조치가 있었는데, 공신의 지속(支屬)에게는 도리어 한계가 없다면 어찌 모순이 아니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명하기를,
"공신(功臣) 봉사손(奉祀孫) 외의 중자(衆子)로 충의위에 있는 자는 5대(代)를 한도로 하여 구전(口傳)178) 으로 제수케 하라."
하니, 그대로 정식(定式)을 삼았다.
- 【태백산사고본】 19책 17권 27장 B면【국편영인본】 39책 70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인사-임면(任免) / 사법-행형(行刑) / 외교-야(野) / 재정-잡세(雜稅)
- [註 176]삼사(三司) : 사헌부·사간원·홍문관.
- [註 177]
납속(納贖) : 속전(贖錢)을 바침.- [註 178]
구전(口傳) : 3품 이하의 당하관을 임명할 때 이조나 병조에서 인물을 천거하면 임금이 구두(口頭)로 이를 승인하던 제도. 당상관을 임명할 때 삼망(三望)을 올려 낙점(落點)하던 제도와는 다르며, 한꺼번에 많은 관원을 임명하던 방법임. 따라서 해당 전조(銓曹)에서 실질적으로 임명하고 형식적인 절차만 거치는 데 불과하였음.○引見大臣備局諸臣, 領議政金壽恒曰: "彼中咨文, 使臣等, 旣令從重科罪, 不得不依其言而從速議定文書, 可及於使行矣。" 上曰: "必不得已, 當用何律?" 壽恒請以革職定配勘斷。 左議政南九萬備局諸臣及三司, 無異辭。 上從之。 刑曺判書李師命以忠義冒錄者參酌事陳達。 壽恒曰: "若一切徙邊, 呼冤必多, 納贖者聽許可矣。" 九萬曰: "只捧其主戶而納贖似可, 限代之擧, 尤不可無。" 壽恒曰: "限代之擧, 係是大段變通, 請令二品以上三司, 會議賓廳, 議多參差, 命問于在外大臣。" 奉朝賀宋時烈以爲。 "烈聖後裔, 旣有限節, 功臣支屬, 反爲無窮, 豈不乖舛?" 上命功臣奉祀孫外衆子忠義, 限五代授口傳, 仍爲定式。
- 【태백산사고본】 19책 17권 27장 B면【국편영인본】 39책 70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인사-임면(任免) / 사법-행형(行刑) / 외교-야(野) / 재정-잡세(雜稅)
- [註 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