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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실록 16권, 숙종 11년 4월 15일 갑진 1번째기사 1685년 청 강희(康熙) 24년

우의정 남구만이 형법의 일로 차자를 올리자 윤허하다

우의정(右議政) 남구만(南九萬)이 차자를 올려 말하기를,

"선천 부사(宣川府使) 이홍술(李弘述)청강진(淸江鎭)의 군졸(軍卒)이 은(銀)을 도적질한 일을 추문(推問)해 내고자 하여 함부로 혹형(酷刑)을 베풀어서 그들 부자(父子)가 모두 죽었는데 이홍술의 죄가 겨우 탈고신(奪告身)에 그쳤으니, 이는 마땅히 중법(重法)으로 다시 처리해야 하겠습니다. 정제선(鄭濟先)이 사람을 죽인 상황은 참혹하기가 보통과 다른데, 조가(朝家)에서 처치(處置)한 것이 법의 뜻에 어긋남이 있습니다. 금부(禁府)에서 의계(議啓)한 이른바 ‘봉명(奉命)한 것은 범인(凡人)과 다르다’ 한 것은 고금(古今)과 경전(經典)에는 듣도 보도 못하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논집(論執)하지 않았다 하여 성교(聖敎)에 대신(臺臣)들을 허물하셨습니다만, 사람에게 형(刑)을 베풀고 사람을 죽이고 하는 것은 마땅히 하나같이 임금의 마음에서 결정되는 것이니, 어찌 대관(臺官)들의 말을 기다리겠습니까? 법대로 안률(按律)하자는 청이 바야흐로 대부(臺府)에 있습니다. 그러니 빨리 윤허하심이 마땅하겠습니다. 대흥 산성(大興山城)에서 은(銀)을 잃은 일이 있었는데 이는 창고지기가 도적질하여 낸 것으로 의심하여 12세된 그의 아들을 잡아와서 신문(訊問)하여 증거(證據)를 세워 그의 아비에게 취복(取服)하였습니다. 형벌로 징계하는 것은 본래 다스림을 도우려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제 자식을 아비의 증인으로 세워서 처참(處斬)의 죄를 이루게 한 것은 천리(天理)나 인륜(人倫)을 없애는 것입니다. 그리고서 어떻게 나라가 나라다와지며 사람이 사람다와지겠습니까? 산성의 별장(別將)은 이를 책망하지 않더라도 포도 대장(捕盜大將)과 형조(刑曹)의 당상(堂上)들이 또한 이에 놀라지도 아니하고 으레 죄안(罪案)을 판정(判定)하여 백성들에게 보였으니, 이 어찌 캐묻는 것이 오직 더러운 데 이르지 않겠습니까? 별장과 포도 대장과 형조의 관원을 모두 꾸짖어 파직하여야 합니다."

하였다. 임금이, 이홍술(李弘述)에게 죄를 주고 별장을 파직하고 포도 대장과 형조의 당상을 추고(推考)하라고 명하였으나, 정제선의 일만은 윤허하지 아니하였다. 남구만의 차자가 비록 형법(刑法)을 중하게 여기는데로 귀착되었지만 말이 너무나 급박하였다. ‘사람을 형벌하거나 사람을 죽이는 것이 하나같이 임금의 마음에서 결정된다’고 한 데에 이르러서는 인주(人主)가 마음대로 형벌하는 폐단을 열게 된 것인데, 《서경(書經)》에는 이르기를 ‘너 봉(封)이 사람을 형벌하거나 사람을 죽이는 것이 아니다’ 하였으니, 남구만이 이에 실언(失言)한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18책 16권 15장 B면【국편영인본】 39책 31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 윤리-강상(綱常) / 역사-전사(前史)

○甲辰/右議政南九萬上箚言:

宣川府使李弘述, 欲推出淸江鎭卒偸銀, 濫施酷刑, 使其父子倂命, 而弘述之罪, 僅止奪告身, 宜更處以重法。 鄭濟先殺人之狀, 慘酷異常, 而朝家處之, 有乖法意。 禁府議啓所謂 ‘奉命與凡人有異者。’ 乃古今經傳所未聞。 聖敎以不論執咎臺臣, 刑人殺人, 當一決於上心, 何待臺官之言? 按法之請, 方在臺府。 宜亟允許。 大興山城, 有失銀之事, 疑庫直之偸出, 捉來十二歲兒子, 訊問立證, 取服於其父。 刑罰之懲, 本所以輔治。 今乃使子證父, 成其處斬之罪, 滅天理斁彝倫。 其何以國爲國人爲人乎? 山城別將不足責, 捕盜大將刑曺堂上, 亦不以爲駭, 循例判案, 以此示民, 寧不至於發問惟腥乎? 別將與大將刑官, 皆可責罷其職。

上命加罪弘述, 罷別將, 推考捕盜大將刑曺堂上, 獨不允濟先事。 九萬之箚, 雖歸重刑法, 而遣辭太迫。 至曰 ‘刑人殺人一決於上心,’ 啓人主擅刑之弊, 書曰, ‘非汝封刑人殺人。’ 九萬於是乎失言矣。


  • 【태백산사고본】 18책 16권 15장 B면【국편영인본】 39책 31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인사-관리(管理) / 사법-탄핵(彈劾) / 윤리-강상(綱常) / 역사-전사(前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