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행 왕대비의 발인이 있고, 계빈하려 할 때에 애책문을 읽다
인시(寅時)에 견전(遣奠)을 거행하고 대행 왕대비(大行王大妃)의 발인(發靷)이 있었다. 계빈(啓殯)하려 할 때에 애책문(哀冊文)을 읽었는데, 그 글에 이르기를,
"계해년177) 12월 5일(임인)에 현열 문덕 명성 왕후(顯烈文德明聖王后)께서 창경궁(昌慶宮) 저승전(儲承殿)의 서별당(西別堂)에서 훙서(薨逝)하시니, 이듬해 4월 3일(무술)에 조묘(祖廟)로 자리를 옮기고 5일(경자)에 숭릉(崇陵)에 부장(附葬)하니, 예(禮)입니다. 현당(玄堂)에 문을 열고 소위(素衛)178) 가 선(扇)을 옮기니, 용(龍)이 새벽 상여줄에 잇달고 봉(鳳)이 새벽 상여에 갖추었습니다 여관(女官)은 눈물을 흘리며 관의(棺衣)를 걷고 제관(祭官)은 통곡하며 전물(奠物)을 치우니, 애자(哀子) 주상 전하(主上殿下)께서 울부짖고 슬퍼하며 바라보고 웁니다. 은택에 길이 사모하는 마음을 붙이고 따뜻한 보호에 길이 슬퍼하는 마음을 맺어, 여사(女史)에게 명하여 덕(德)을 찬술하게 하고 옥책(玉冊)에 실어서 아름다움을 찬양하니, 그 사(詞)는 이러합니다. 《서경(書經)》은 우빈(虞嬪)179) 을 처음에 두고 《시경(詩經)》은 관저(關雎)180) 를 첫머리에 두었으니, 성왕(聖王)이 유위(有爲)함은 내치(內治)가 도운 것이기 때문인데, 아! 성모(聖母)께서는 옛일보다 빛을 더하셨습니다. 새가 옥을 물어다가 떨어뜨려 기이함을 나타내매 점쳐보니 상서로운 조짐이었고, 정승 집안에서 자라나 왕세자의 짝이 되시니 예법(禮法)에 소양이 있고 정순(貞順)함이 법도에 맞으니 삼전(三殿)에서 다 기뻐하시고 육궁(六宮)이 다 경하하였습니다. 선왕을 이어 왕세자가 즉위하시매 중궁(中宮)의 자리를 이으셔서는 유순하고 단정하며 온화하고 공경하여, 《당감(唐鑑)》181) 을 경계삼고 한련(漢練)182) 을 실천하셨습니다. 갑인년183) 선왕께서 승하하시어 애통에 싸였으며 임금은 어리고 나라는 안정되지 않아서 화란(禍亂)이 일어나려 할 때에 남모르게 임금의 도리를 돕고 가만히 임금의 자리를 붙들어 세우셨습니다. 태임(太任)은 주(周)나라를 일으키고 선인 황후(宣仁皇后)는 송(宋)나라를 도와서 크게 비물(備物)을 누리고 높이 현호(顯號)를 받았는데, 아름다운 성효(聖孝)와 지극한 자교(慈敎)에는 어찌하여 하루 저녁에 해기(害氣)가 상해하여 헌궁(軒宮)184) 에 광채가 어두워지고 계백(桂魄)185) 에 정기가 없어져서, 표륜(飆輪)186) 은 오르기를 빨리하고 성산(星算)187) 은 그 장종(長終)188) 을 짧게 합니까? 인자한 이가 오래 산다는 징험이 없음을 알겠으니, 과연 신명(神明)의 도리는 알기 어렵습니다. 아! 슬픕니다. 지난해 맹동(孟冬) 소자가 병에 걸렸을 때에 목욕재계하고 하늘에 비시매, 위급한 병이 나아 가니, 희기(喜氣)가 궁중에 넘치고 환성(歡聲)이 전국에 찼습니다. 이듬해 봄에 날을 잡아 장락(長樂)에 잔을 올리려 하였는데, 어찌하여 길흉(吉凶)이 엇갈려서 즐거움이 오래 가기 전에 슬픔이 다가 왔습니까? 노래를 거두어 울부짖으며, 관현(管絃)을 멈추어 만가(挽歌)를 부르게 되었습니다. 아! 슬픕니다. 한 장의 유교(遺敎)는 뒷일에 정녕하시니, 백성의 고통에 생각이 절실하고 나라의 계책에 근심이 깊으셨습니다. 안으로는 금의(衾衣)를 갖추고 밖으로는 궤식(饋食)을 줄이므로, 유사(有司)가 소요하지 않고 경비를 헛되이 쓰지 않았으니, 검약으로 모범을 만든 것이 흉사(凶事)에 예비하였을지라도 예(禮)에 합당합니다. 인성(仁聲)을 찬탄함은 인심(人心)에 깊고, 덕음(德音)을 음영(吟詠)함은 백세(百世)를 다할 것입니다. 아! 슬픕니다. 이미 길일(吉日)이 되어 의장(儀仗)이 떠나려 하니, 임금이 몹시 사모하고 온갖 벼슬아치가 눈물을 흘립니다. 궁궐을 등지고 천천히 옮겨 가며 도문(都門)을 나서서 돌아보면 산릉(山陵)은 능역(陵域)에 높고 현궁(玄宮)은 수도(隧道)에 깊으니, 해는 어두워서 처참하고 주명(朱明)은 슬퍼서 처량합니다. 운차(雲車)189) 를 타고서 가고 또 가시니, 영결(永訣)보다 더 슬픈 슬픔이 없습니다. 아! 슬픕니다. 저 양주(楊州)를 바라보면 선왕(先王)께서 묻히신 곳이니, 합장하는 것이 고례(古禮)에 맞고 터잡은 것도 좋다 합니다. 창오(蒼梧)190) 에 제순(帝舜)이나 대황(大荒)191) 에 전욱(顓頊)192) 이 한낱 능침(陵寢)에서 제사하고 모두 언덕에 안치하니, 유명(幽明)이 차이 없음을 아는데 어찌 신명(神明)에게 막힘이 있겠습니까? 옥란(玉欄)에서 꽃을 보고 평생의 화락을 같이 하실 것입니다. 아! 슬픕니다. 세월은 살[箭]과 같고 천운(天運)은 말[馬]과 같으니, 일기(一氣)가 굴신(屈伸)하여 만류(萬類)가 대사(代謝)합니다. 함께 돌아가는 것은 1백 년에 다하니, 길고 짧은 것을 견준들 얼마나 되겠습니까마는, 어머니의 은혜가 적지 않아서 넓고 큰 은덕이 그지 없으니, 영특하신 몸은 길이 잠기더라도 꽃다운 일을 끼치신 것은 찬양해야 합니다. 아름다운 옥돌에 애사(哀辭)를 붙여 밝게 영구히 전하기를 바랍니다. 아! 슬픕니다."
하였다. 【우의정(右議政) 남구만(南九萬)이 지어 바쳤다.】 예(禮)가 끝나고서 재궁(梓宮)이 윤여(輪輿)에 오르니, 임금이 곡하고 인화문(仁和門)을 나와 먼저 돈화문(敦化門) 밖의 지송위(祗送位)로 가는데, 걸어서 영순(靈輴)이 멈추어 있는 곳을 지나다가 장전(帳殿)에 들어가 슬피 곡하여 마지 않았다. 재궁이 선정문(宣政門)을 나가서 소련(小輦)에 올라 돈화문에 이르러 비로소 영순을 받들고 의장채여(儀仗彩轝)가 차례로 앞서 가고 신련(神輦)이 이어서 떠나니, 임금이 지송위에서 나가 국궁(鞠躬)하여 지송하였다. 드디어 영순을 받들어 끌어 가다가 길에서 조금 멈추니, 임금이 곡하여 슬픔을 극진히 하고 사배(四拜)하였다. 사배가 끝나고서 영순이 나아가고 임금도 환궁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15권 26장 A면【국편영인본】 38책 686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어문학-문학(文學)
- [註 177]계해년 : 1683 숙종 9년.
- [註 178]
소위(素衛) : 장례의 의장행렬.- [註 179]
우빈(虞嬪) : 아황(娥皇)·여영(女英).- [註 180]
관저(關雎) : 문왕(文王)과 후비(后妃)의 덕을 읊은 시(詩).- [註 181]
《당감(唐鑑)》 : 당고조(唐高祖)로부터 소선(昭宣)에 이르기까지의 사실(史實)의 대강을 추려적고 논단(論斷)을 내린 사서(史書).- [註 182]
한련(漢練) : 한(漢)나라 마 황후(馬皇后)가 대련군(大練裙)을 입었다는 고사(故事).- [註 183]
갑인년 : 1674 현종 15년.- [註 184]
헌궁(軒宮) : 왕비의 궁실.- [註 185]
계백(桂魄) : 달의 별칭.- [註 186]
표륜(飆輪) : 바람의 힘으로 도는 수레바퀴.- [註 187]
성산(星算) : 천문(天文)의 셈.- [註 188]
장종(長終) : 오래 삶.- [註 189]
운차(雲車) : 신인이 타는 구름으로 된 수레.- [註 190]
○戊戌/寅時行遣奠, 大行王大妃發靷。 將啓殯, 讀哀冊文, 其文曰:
維歲次, 癸亥十二月五日壬寅, 顯烈貞獻 文德明聖王后薨于昌慶宮 儲承殿之西別堂, 越明年四月三日戊戌, 遷座于祖, 五日庚子, 祔葬于崇陵, 禮也。 玄堂啓扉, 素衛移扇, 龍纚曉綍, 鳳戒晨輤。 長御雨泣而卷褕, 工祝雷哭而撤奠。 哀子主上殿下, 攀號忉怛, 瞻望漣洏, 寄永慕於寒泉, 結長悲於春暉。 命彤管而撰德, 載玉牒而揚徽。 其詞曰: "《書》始虞嬪, 《詩》首《關雎》。 聖王有作, 內治是資。 於赫聖母, 眂古有光。 墮玉表靈, 啓繇告祥。 載毓相門, 作配貳極。 禮法有素, 貞順合則。 三殿胥悅, 六宮咸慶。 离明繼照, 壼位嗣正。 婉嫕端莊, 溫恭淑愼。 箴規《唐鑑》, 被服漢練。 歲在攝提, 痛纏天崩主少國疑, 禍亂將興。 密贊君道, 潛扶國祚。 太任隆姬, 宣仁佑趙。 光享備物, 尊膺顯號, 猗歟聖孝, 至矣慈敎。 云胡一夕, 害氣震剝, 彩晦軒宮, 精淪桂魄。 飇輪倐其上升, 星算促其長終。 諒仁壽之無徵, 果神理之難窮。 嗚呼, 哀哉! 客歲冬孟, 丕子遘疾, 齋沐祈天, 厲虐如脫。 喜氣溢於宮闈, 歡聲匝於區域。 指明春而差日, 將獻爵於長樂。 何吉凶之互錯, 樂未遠而哀近? 輟謠歌而號咷, 停管絃而簫挽。 嗚呼, 哀哉! 一札遺敎, 丁寧後事。 念切民隱, 憂深國計。 內具衿冒, 外省饋食。 無擾有司, 不傷經費。 以寧儉而作範, 雖預凶而合禮。 嗟仁聲兮入人深, 詠德音兮終百世。 嗚呼, 哀哉! 靈辰旣屆, 廞儀將發。 一人孺慕, 千官灑血。 背紫闥而徐轉, 出靑門而眷顧。 珠丘矗於壽原, 銀海深於隧路。 白日黯以悽慘, 朱明颯以蕭瑟。 去復去兮乘雲車, 悲莫悲兮遺仙玦。 嗚呼, 哀哉! 瞻彼維揚, 聖人所藏。 合祔從周, 卜云其臧。 及帝舜於蒼梧, 隨顓頊於大荒。 竝薦獻於一寢, 兼象設於同崗。 知幽明之無間, 豈精爽之有隔? 想玉欄之看花, 儼平生之和樂。 嗚呼, 哀哉! 流年若箭, 大運如馬。 一氣屈伸, 萬類代謝。 同歸盡於百年, 較脩短其幾何? 唯聖善之未沫, 與博厚而無涯。 縱靈質之永潛, 尙芳塵之可讃。 托哀辭於琬琰, 期永久於爛矸。 嗚呼, 哀哉! 【右議政南九萬製進。】
禮訖, 梓宮御輪輿。 上哭出仁和門, 先就敦化門外祗送位, 步過靈輴所住處, 入帳殿, 哀哭不輟。 梓宮出宣政門, 御小轝, 至敦化門, 始奉靈輴。 儀仗彩轝, 以次先行, 神輦繼發。 上出位哭, 鞠躬祗送。 遂奉引靈輴, 少住道上。 上哭盡哀, 四拜訖, 靈輴乃進, 上亦還宮。
- 【태백산사고본】 16책 15권 26장 A면【국편영인본】 38책 686면
- 【분류】왕실-의식(儀式) / 어문학-문학(文學)
- [註 1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