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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실록 14권, 숙종 9년 12월 2일 기해 1번째기사 1683년 청 강희(康熙) 22년

윤지선·이굉과 정언에서 대궐 안에서 전신한다는 설이 전파되고 있음을 아뢰다

대사간(大司諫) 윤지선(尹趾善)이 상소하기를,

"듣건대, 무축(巫祝)의 허망한 사설(邪說)의 일을 장차 궐내(闕內)에서 설행(設行)하려 한다 합니다. 성학(聖學)의 고명(高明)하심으로는 이런 이치가 만무하나, 자성(慈聖)의 축희(祝釐)380) 하는 정성이 지극하지 아니함이 없어서, 과연 사람들이 전하는 바와 같이 하신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생각건대 전하께 이런 일이 있다면 고치실 것이며, 없다면 더욱 힘쓸 따름입니다."

하고, 집의(執義) 이굉(李宏)은 상소하기를,

"여항간(閭巷間)에 두역(痘疫)을 치르고 난 뒤 반드시 전신(餞神)하는 일이 있으니, 귀신을 숭상하는 습속(習俗) 또한 고질(痼疾)인 것입니다. 그런데 이번에 이 일을 장차 대궐(大闕) 안에서 설행(設行)하려고 한다 합니다. 궁위(宮闈) 안에 과연 이러한 일이 없다면 외간의 말이 어찌하여 이와 같이 자자(藉藉)하겠습니까? 그리고 대사간(大司諫) 윤지선(尹趾善)에게 처음에 면유(面諭)하리라는 명을 내리셨는데 또 뒷날 와서 기다리라고 하교(下敎)하시면서 어찌하여 즉시 명백한 전교(傳敎)를 내리지 아니하시고 마치 시간을 끌며 물려서 핑계대는 것이 있는 것처럼 하십니까?"

하였다. 정원(政院)에서 아뢰기를,

"내일 대궐 안에서 전신(餞神)한다는 설이 여항간(閭巷間)에 전파(傳播)되고 있는데, 법궁(法宮)은 지엄(至嚴)한 곳이라 결코 무격(巫覡)이 음사(淫祀)하는 장소가 아닙니다. 대신(臺臣)의 상소가 진실로 앞일을 구정(捄正)하려는 뜻에서 나왔으나, 아직도 명백한 비지(批旨)가 없으시니, 신 등이 더욱 절실히 근심하고 있습니다."

하니, 답하기를,

"이 따위의 불경(不經)한 일을 내가 어찌 알겠는가? 다만 그대들의 광구(匡捄)하고자 하는 말이 진실로 절실하니, 깊이 가상하게 생각한다."

하고, 이어 윤지선이굉의 상소에 비답을 내리기를,

"내간(內間)에 본래 이러한 일이 없으니, 여항간에서 뜬소문을 허무맹랑하게 전파한 것이 아니겠는가?"

하고, 또 이굉의 소에 대해 또 말하기를,

"어제 간장(諫長)에게 뒷날 와서 기다리라고 한 하교(下敎)는 마침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조섭(調攝)하는 데 방해가 있을까 하여 그랬던 것이다."

하였다. 옥당(玉堂)의 여러 신하와 지평(持平) 황흠(黃欽)·신계화(申啓華) 등이 또 청대(請對)하니, 임금이 몸을 더욱 상하게 할 염려가 없지 않으므로 입시(入侍)를 허락하지 않는 것이니 소회(所懷)를 글로 써서 올리라고 명하였다. 옥당에서 이에 글로 써서 올리고 황흠 등이 또한 상소문을 갖추어 올렸는데, 그 말이 윤지선 등의 것과 다름이 없었으므로, 임금이 같은 비답을 내렸다.


  • 【태백산사고본】 15책 14권 48장 A면【국편영인본】 38책 667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사법-치안(治安) / 왕실-국왕(國王)

○己亥/大司諫尹趾善上疏曰:

得聞, 巫祝不經之事, 將欲設行於闕內云。 以聖學之高明, 萬無此理, 無乃慈聖祝釐之誠, 無不用極, 而果如人之所傳耶? 惟在殿下有則改之, 無則加勉而已。

執義李宏亦上疏曰:

閭巷經痘之後, 必有餞神之擧, 習俗之尙鬼, 其亦痼矣。 今者將行此擧於闕中云, 宮闈之內, 果無此事, 則外間之言, 何若是藉藉耶? 大司諫尹趾善初有面諭之命, 而又以後日來待爲敎, 何不卽賜明白之敎, 有若遷延退托者然哉?

政院啓曰: "明日闕中餞神之說, 傳播閭巷, 法宮至嚴之地, 決非巫覡淫祀之所。 臺臣之疏, 誠出於先事捄正之意, 而尙無明白批旨, 臣等尤切悶鬱。" 答曰: "此等不經之事, 豈予所知? 第爾等匡捄之言, 誠爲切實, 深用嘉尙。" 仍賜趾善疏批曰: "內間本無此事, 無乃閭巷間浪傳浮言耶?" 於批又曰: "日昨諫長後日來待之敎, 適緣日氣猝寒, 有妨調攝之致。" 玉堂諸臣及持平黃欽申啓華等又請對, 上以不無添傷之慮, 不許入侍, 命書進所懷。 玉堂仍書進之, 等亦具疏以進, 其言與趾善等無異, 上一體賜批。


  • 【태백산사고본】 15책 14권 48장 A면【국편영인본】 38책 667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사법-치안(治安) / 왕실-국왕(國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