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통신사 윤지완 등이 치계하다
통신사(通信使) 윤지완(尹趾完) 등이 치계(馳啓)하기를,
"사신(使臣) 일행(一行)이 지난달 18일에 길을 떠나 24일 대마도(對馬島)에 도착하였습니다. 도주(島主)가 잔치를 베풀어 접대(接待)하고 별지(別紙) 1폭(幅)을 써서 보냈기 때문에, 그 글을 베껴서 성상께 보냅니다. 그 별폭(別幅) 가운데 의견을 말한 것이 무릇 다섯 조목으로서, 모두 일행(一行)의 뜻을 엄하게 신칙(申飭)하였는데, 그 중 축전주(筑前州)에서 서적(書籍)을 잠상(潛商)225) 한다는 한 가지 항목은 비록 실상이 어떠한지 알 수 없으나, 일이 지극히 놀랍습니다."
하였다. 그 조목에 이르기를,
"무신년226) ·기유년227) 무렵에 우리 나라 축전주(筑前州)의 호민(豪民)이 배를 위장하여 귀국(貴國)과 몰래 통상(通商)하면서 금지한 물건들을 무역(貿易)하였는데, 그 무리가 수십 인이었습니다. 일이 발각되자 모두 책형(磔刑)228) 을 당하였고, 많은 수량의 가산(家産)은 몰수하여 관아의 창고로 운반하였는데, 그 가운데 귀국(貴國)의 서적이 또한 많았다고 합니다. 일찍이 《동국통감(東國通鑑)》을 세상에 간행(刊行)하였었고, 또 듣건대 《여지지(輿地誌)》 및 《대전(大典)》 등의 책을 관아의 창고[官庫]에 보관하였다 하니, 이번 동도(東都)에 머물러 계실때 간혹 시강관(侍講官)으로 하여금 가서 여러 가지 의문을 증명(證明)하게 하도록 해 줄 것입니다. 그렇다면 반드시 사실대로 대답해 주시기를 바라며, 만약 그것이 성조(盛朝)의 국금(國禁)에 관계되는 것이라면 부탁하는 바는 아닙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13권 36장 B면【국편영인본】 38책 593면
- 【분류】외교-왜(倭) / 무역(貿易)
- [註 225]잠상(潛商) : 법령으로 금지하는 물건을 몰래 국외에 팔고 사는 장사.
- [註 226]
○丙辰/通信使尹趾完等馳啓以爲: "使臣一行, 前月十八日發行, 二十四日到對馬島。 島主設宴接待, 書送別紙一幅, 故謄書輸上。" 其別幅中措語凡五條, 皆嚴飭一行之意, 而其中筑前州潛商書籍一款, 雖未知實狀如何, 而事極驚駭。 其條曰: "戊申己酉間, 我國筑前州豪民僞船, 潛通貴國, 貿易禁物, 其黨數十人, 事覺盡就磔刑, 家資鉅萬, 沒輸官庫。 其中貴國載籍亦多云。 嘗《東國通鑑》刊行于世, 且聞藏《輿地誌》曁《大典》等書于官庫, 想今番東都留住之日, 或俾侍講官, 就證諸疑矣。 然則要須答以情實, 若其及盛朝關係國禁者, 不所憑托之限。"
- 【태백산사고본】 12책 13권 36장 B면【국편영인본】 38책 593면
- 【분류】외교-왜(倭) / 무역(貿易)
- [註 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