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양 문안사 좌의정 민정중의 청국 사정에 관한 장문
심양 문안사(瀋陽問安使) 좌의정(左議政) 민정중(閔鼎重)이 봉황성(鳳凰城)에 돌아와 청국(淸國)의 사정을 장문(狀聞)하기를,
"황제가 이 달 초4일에 심양에 왔는데, 행차에 수종한 자는 행희(幸姬) 3인, 시첩(侍妾) 1백여 인, 친왕(親王) 8인, 하(蝦) 6백 인, 【하(蝦)는 곧 청(淸)나라의 벼슬 이름인데, 우리 나라의 선전관(宣傳官)과 같다.】 대신(大臣) 색액도(索額圖)·명주(明珠) 이하 잡색(雜色)의 종관(從官) 등 모두 20여 만(萬)인데, 팔고산(八固山)에서 각각 군사 3천을 내었으며, 장상(將相)의 아내 7, 8백도 행희(幸姬)를 따라왔다고 하기도 합니다. 황제가 출관(出關)한 뒤로는 하루에 1백여 리를 가는데, 새벽에도 가고 늦게도 가서 가는 시기를 정하지 않으므로, 호종(扈從)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3경(更)에 정제하고 기다려야 하기 때문에 쉬지 못하고, 길에서 죽은 말과 낙타가 많아서 수천 필(匹)이나 된다 합니다. 또 장차 올랄(兀喇) 지방으로 갔다가 바다를 따라 동으로 와서 산해관(山海關)으로 들어갈 것이라 합니다. 심양 유진장군(瀋陽留鎭將軍) 안호주(安湖珠)는 본디 염결(廉潔)하고 공평하여 관외(關外)의 민심을 얻었는데, 진견(進見)하여 올랄(兀喇)에 가는 것을 힘껏 간지(諫止)하였기 때문에, 황제가 크게 노하고 행희(幸姬)도 격분하자, 안호주가 바야흐로 대죄(待罪)하니, 관외의 백성이 그가 죄를 받고 벼슬에서 떠날 것을 염려한다 합니다. 또 듣건대 근년 이래로 아첨이 버릇되고 뇌물이 버젓이 행해져서 색액도(索額圖)·명주(明珠) 등이 위의 뜻을 맞추며 탐욕하고 방종하는데 형세가 대등하여 서로 모함하므로, 북경(北京)에서 이를 노래하여, ‘하늘이 노색(老索)089) 을 없애겠지, 하늘이 노명(老明)090) 을 없애겠는가?’ 한다 합니다. 또 듣건대 섬서 총독(陝西總督) 장용(張勇)은 오삼계(吳三桂)의 의자(義子)이고, 장용의 아들은 서달(西㺚)의 사위이므로, 우선 기미(羈縻)하였으나 반역하는 형상이 이미 나타났고, 운남(雲南)·귀주(貴州) 사이에도 아직 다 귀순하지 않은 자가 있다 합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13권 18장 B면【국편영인본】 38책 584면
- 【분류】외교-야(野)
○乙丑/瀋陽問安使左議政閔鼎重還到鳳凰城, 狀聞淸國事情曰:
皇帝本月初四日, 來到瀋陽, 從行者幸姬三人, 侍妾百餘人, 親王八人, 蝦六百人, 【蝦卽淸官名, 如我國宣傳官。】 大臣索額圖、明珠以下雜色從官共二十餘萬, 八固山各出兵三千, 或云將相之妻七八百, 亦從幸姬而來。 皇帝出關以後, 日行百餘里, 或曉或晩, 不定行期, 故扈從諸人, 必於三更整待, 不得休息, 馬駝道斃者, 多至累千匹。 又將迤向兀喇地方, 遵海而東, 轉入山海關。 瀋陽留鎭將軍安湖珠素廉潔公平, 得關外民心, 因進見力諫兀喇之行, 皇帝大怒, 幸姬又激之, 湖珠方待罪, 關外之民, 恐其獲罪去職。 且聞, 比年以來, 諂諛成風, 賄賂公行, 索額圖、明珠等, 逢迎貪縱, 形勢相埒, 互相傾軋, 北京爲之謠曰: ‘天要平殺老索, 天要安殺老明?’ 且聞, 陝西摠督張勇乃吳三桂之義子, 而勇之子爲西㺚之壻, 姑爲羈縻, 而叛形已具, 雲、貴間亦有未盡歸順者云。
- 【태백산사고본】 12책 13권 18장 B면【국편영인본】 38책 58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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