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은 정사 창성군 이필 등이 돌아와 청국 사정을 아뢰다
사은 정사(謝恩正使) 창성군(昌城君) 이필(李佖)·부사(副使) 윤계(尹堦)·서장관(書狀官) 이삼석(李三錫)이 청국(淸國)에서 돌아왔다. 임금이 인견(引見)하여 그곳의 소식을 물으니, 윤계가 말하기를,
"그 나라에는 변이(變異)가 많은데, 지진(地震)이 특별히 심하여 성곽(城郭)·궁실(宮室)이 무너지기까지 하였고, 다섯 용(龍)이 바다 가운데에서 싸웠습니다."
하였다. 임금이 황제의 용모를 물으니, 필(佖)이 말하기를,
"황제의 용모는 크고 아름다우며, 입은 것은 흑호구(黑狐裘)였습니다."
하였다. 윤계가 말하기를,
"올해 조하(朝賀)에는 토로번(吐魯蕃)과 유구국(琉球國)이 다 사신을 보내어 왔습니다. 유구(琉球)는 천리마(千里馬)를 바쳤고, 그 사람의 형상은 왜인(倭人)과 같은데 다만 머리를 깎고 키[箕]같은 것을 머리에 썼습니다. 지금 천하에는 막히는 것이 없으나, 다만 정경(鄭經)이 아직도 해도(海島)를 보전하고, 청인(淸人)이 평소에 마보(馬輔)·경정충(耿精忠)·왕보신(王輔臣) 세 사람을 꺼렸는데, 마보는 잡혀서 죽어도 굽히지 않았고, 경정충은 색액도(索額圖)에게 뇌물을 바치고 목숨을 구걸하여 죽지 않고 갇혀서 기다리고, 평정되고 나서 오세번(吳世璠)도 살해되었고, 왕보신은 반복이 무상하다가 여러 반란이 점점 평정되는 것을 보고서 약을 마시고 자진(自盡)하였습니다."
하고, 또 말하기를,
"지금 몽고(蒙古)의 태극 달자(太極㺚子)가 가장 강성하여 제압하기 어려운데, 청나라에 신복(臣服)한다고는 하나 실은 청인이 도리어 섬깁니다. 달자(㺚子)가 배릉(拜陵)하겠다고 말하거나 회렵(會獵)하겠다고 말하면, 청인이 두려워서 금백(金帛)을 많이 주고 그만두도록 꾄다 합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13권 9장 A면【국편영인본】 38책 580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외교-야(野)
○壬申/謝恩正使昌城君 佖、副使尹堦、書狀官李三錫歸自淸國。 上引見, 問彼中消息, 堦曰: "其國多變異, 地震特甚, 城郭宮室至於傾圮, 五龍鬪於海中。" 上問皇帝容貌, 佖曰: "皇帝容貌碩大而美, 所服黑狐裘矣。" 堦曰: "今年朝賀, 吐魯蕃、琉球國皆遣使來。 琉球貢千里馬, 其人狀如倭人, 而但不落髮, 頭戴如箕者。 卽今天下無阻, 但鄭經尙保海島。 淸人素憚馬輔、耿精忠、王輔臣三人, 馬輔見執, 死而不屈;耿精忠納賂, 乞命於索額圖, 得不死, 囚係以待, 旣平, 吳世璠亦見殺, 王輔臣反覆無常, 見諸叛漸平, 飮藥自盡。" 又曰: "卽今蒙古 太極㺚子最强盛難制, 雖云臣服于淸, 其實淸人反事㺚子, 言欲拜陵、欲會獵, 則淸人恐懼, 多齎金帛, 誘止之云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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