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
상세검색 문자입력기
숙종실록 13권, 숙종 8년 1월 15일 계해 3번째기사 1682년 청 강희(康熙) 21년

일본 통신사행의 절목에 관한 논의

동래 부사(東萊府使)가 치계(馳啓)하기를,

"왜선(倭船)이 와서 말하기를, ‘통신사행(通信使行)의 절목(節目)을 강호(江戶)에서 보내어 왔는데, 거기에 「관백(關白)이 미처 일광산(日光山)에 가 뵙지 않았는데, 다른 나라의 사신(使臣)이 먼저 분향(焚香)하는 것은 미안하니, 일광산의 분향과 엄유원(嚴有院)의 치제(致祭) 등을 모두 하지 말고, 폐백(幣帛)·향촉(香燭)만을 가져오고, 등롱(燈籠)·화병(花餠)·제수(祭需) 따위 물건을 다시 더 장만하여 보내지 말라.」 하고, 또 「종전에는 사행(使行)을 지공(支供)하는 음식은 다 익힌 것으로 장만 하였으나, 세 사신이 수저를 대지도 않아서 물과 뭍에서 나는 음식의 공억(供億)이 허사로 돌아갔으므로, 이제는 마른 것으로 닷새에 한 번씩 보내려 하거니와, 이따금 마지못하여 익힌 것으로 장만하는 곳이 있어서 입에 맞지 않더라도 애써 받아 주기 바란다.」 하고, 또 「기계(器械)를 받쳐드는 여러 집사(執事) 이외의 긴요하지 않은 사람은 많은 수를 데려올 것이니, 도합한 수가 3, 4백 인을 넘지 않게 하되, 의관(醫官)·역관(譯官)은 한두 사람을 더 데려와도 무방하나 의관은 반드시 기술이 정통한 자를 가려야 한다.」 하고, 또 표피(豹皮)·생저포(生苧布)·백저포(白苧布)·꼬리가 있는 향초피(鄕貂皮)·양피(羊皮)·대추[大棗]와 몸을 온전히 갖춘 죽은 범[虎] 한 마리를 요구하였는데, 범은 온전한 것을 구하기 어려우면 범 한 마리의 뼈 전부를 갖추어 보내기 바란다고 하였습니다."

하였는데, 예조(禮曹)에서 청한 대로 시행하되 표피는 수를 줄여서 허락하기를 청하니,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이에 앞서 역관(譯官) 변이표(卞爾標)대마주(對馬州)에서 가지고 온 도주(島主) 평의진(平義眞)의 서계(書契)에 이르기를,

"내년에 통신사(通信使)가 대군(大君)의 계업(繼業)을 축하하러 오겠으나, 그 서계(書契)와 별폭(別幅)은 글이 신중해야 하고 물건이 정비(精備)해야 합니다. 평의진(平義眞)이 봉작(封爵)을 이어받고 나서 처음으로 성대한 사신 행차가 우리 땅에 들어오는 때를 당하였는데, 우리 가종(家從) 가운데에서 마침 을미년019) 의 예를 아는 자는 다 늙어서 일을 맡지 못하거니와, 이번 일행(一行)은 귀국(貴國)도 그러할 것으로 생각하나, 본국(本國)의 풍습은 폐주(弊州)가 잘 아는 바이니, 시의(時宜)에 따라 헤아려서 지휘(指揮)하여 예(禮)가 이루어지고 일이 이루어지게 하시기 바랍니다. 그러면 인호(隣好)가 오래도록 더욱 두터워질 것입니다."

하였는데, 도주(島主)와 봉행(奉行)에게서 모두 별단(別單)이 있었고, 사행(使行)의 절목(節目)과 청구하는 물건을 조목으로 열거(列擧)하였다. 예조(禮曹)에서 아뢰기를,

"엄유원(嚴有院)이란 곧 일본(日本)의 선대군(先大君)의 묘호(廟號)입니다. 어필(御筆)의 편방(扁牓)020) 을 얻기를 청하는 것은 전례(前例)가 있기는 하나 일이 매우 중대하니, 묘당(廟堂)을 시켜 여쭈어서 처치하게 하소서. 또 ‘등롱(燈籠)·악기(樂器) 따위 물건은 한결같이 구례(舊例)를 따르되 등롱(燈籠)의 명자(銘字)는 먼저 초본(草本)을 보여 주고 모양과 고저(高低)는 우리 제도에 따르기 바란다.’ 하였는데, 이것도 전례가 있으니, 승문원(承文院)을 시켜 가려 내어 등초(謄草)하여 보내야 하겠습니다. 또 ‘권현당(權現堂)·대유원(大猷院) 두 곳에는 분향만 해야 하고 엄유원(嚴有院)에는 치제(致祭)한다.’ 하였으니, 이에 따라 시행해야 하겠습니다. 또 ‘예조(禮曹)의 인지(印紙)021) 몇 장을 가져오라.’ 한 것은 공명첩(空名帖)을 말하는 것인 듯한데, 역관(譯官)이 이미 쟁집(爭執)하였으니, 여전히 거절해야 하겠습니다. 대판성(大板城)과 양도(兩都)022) 에서 지대(支待)하는 관원에게 사신(使臣)이 치경(致敬)하는 일과, 왜인(倭人) 고사(篙師)023) 가 세 사신의 배에 나누어 타서 바닷물과 바람을 살피는 일과, 통신사가 저들 땅에 이른 뒤에 일행(一行)이 타는 말[騎馬]을 몰아 달려서 죽게 하지 말 것과, 일행의 인원이 관소(館所) 밖을 마구 다니며 금하는 물건을 몰래 매매하거나 문에 침을 뱉고 기둥에 새기는 짓을 못하게 하는 일과, 사행(使行)은 반드시 5월 안에 배를 띄워야 한다는 따위 몇 가지는 사신에게 분부하여 이에 따라 거행하게 하고, 글을 잘하고 글씨를 잘 쓰고 그림을 잘 그리고 말을 잘 부리고 활을 잘 쏘고 말을 잘 타고 완력이 있는 자를 데려가는 일은 해조(該曹)에 분부(分付)하여 가려 보내야 하겠습니다. 또 ‘상상관(上上官) 3원(員)은 양의(良醫)·양역(良譯) 같으면 인원을 더하여도 무방하나, 쓸데없는 사람은 데려오지 말라.’ 하였는데, 상상관(上上官)이란 당상 역관(堂上譯官)을 가리키는 것입니다. 당상 역관·당하 역관(堂下譯官)과 의관(醫官) 등을 더 보내어도 무방하겠으나, 변통(變通)에 관계되는 일이니, 묘당(廟堂)을 시켜 어쭈어서 처치하게 하고, 쓸데없는 사람을 데려오지 말라는 것은 사신(使臣)에게 분부하소서.

봉행(奉行) 등의 별단(別單)에 ‘세 종실(宗室)과 집정(執政) 몇 사람에게 세 사신이 보내 주는 물건이 여러 가지인데, 목면(木綿)·호도(胡桃)·백자(柏子)024) ·화석(花席)·유둔(油芚)·설면(雪綿)025) ·패향(佩香)·청심원(淸心元) 따위 물건은 동도(東都)026) 의 관인(官人)이 쓰는 것이 아니며, 그 밖의 매[鷹]·삼(蔘)·호피(虎皮)·표피(豹皮)·백조포(白照布)·붓[筆]·먹[墨]·능단(綾段)·색지(色紙)·어피(魚皮)·녹두(菉豆)·백밀(白蜜)·소도(小刀)는 괜찮다.’ 하였는데, 세 종실(宗室)이라 한 것은 그들의 대납언(大納言) 등을 가리킨 것입니다. 이미 쓸데없다고 한 물건은 보내 줄 것 없거니와, 초피·표피 같은 것은 혹 전례에 없던 것이라도 먼 데 사람의 청을 전혀 거절할 수 없으니, 간략하게 마련하여 보내야 하겠습니다. 또 ‘세 사신[三使]의 배[船]에 쓸 대삭(大索)027) ·철정(鐵釘)028) 은 폐주(弊州)에서 실어 보내고 세 사신의 의롱(衣籠)도 스스로 만들겠다.’ 하였는데, 저들을 시켜 만들게 하는 것은 매우 구차하니, 사신을 시켜 정밀하게 만들도록 힘써서 웃음거리가 되지 않게 해야 하겠습니다. 또 ‘대군(大君)에게 보내는 서계(書契)는 궤(櫃)에 담되 정하게 만들어야 하고 사신 일행의 하졸(下卒)은 새옷을 입어야 하며, 폐백마(幣帛馬)·예단마(禮單馬) 외에 3, 4필(匹)을 더 보내되 털빛[毛色]은 박(駁)029) ·이(驪)030) ·자류(紫騮)031) 를 얻기 바라고, 예단응(禮單鷹) 50연(連) 외에 10연을 더 바란다.’ 한 것은 모두 바라는 대로 주도록 허가하소서. 등롱(燈籠)·악기(樂器)는 이번에는 엄유원(嚴有院)에만 치제(致祭)하니, 각각 한 건씩만 만들어 보내야 하겠습니다. 집정(執政)·봉행(奉行) 등 10인 이외에 4인을 더 적어서 아울러 증급(贈給)을 청한 것은 묘당(廟堂)을 시켜 여쭈어서 처치하게 하소서."

하고, 비변사(備邊司)에서 아뢰기를,

"편액[扁牓]의 일은 전례에 따라 시행하도록 허가하고, 의관·역관을 더 보내는 것도 들어 주되, 예단마(禮單馬)·폐백마(幣帛馬)를 더 보내는 것은 전례에 없던 일이므로 들어주어서는 안 되겠고, 집정(執政)·봉행(奉行) 등 더 적은 것은 정태(情態)를 헤아리기 어려우므로 우선 그에 따라 마련하고 사신을 시켜 형세를 보아 선처하게 하소서."

하고, 예조(禮曹)에서 또 아뢰기를,

"예단마·폐백마는 더 보낼 수 없더라도 병드는 폐단이 있을는지 모르니, 을미년032) 의 예(例)에 따라 경상도로 하여금 2, 3필(匹)을 미리 준비하였가 임시하여 바꾸어 보내고, 집정·봉행 가운데에 갈린 사람이 있으면 사신이 저 곳에 이른 뒤에 서계(書契)를 고쳐 쓰기 어려울 것이니, 직성명(職姓名)을 우선 써 넣지 말고 보내게 하소서."

하니,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13권 4장 A면【국편영인본】 38책 577면
  • 【분류】
    외교-왜(倭) / 재정(財政)

東萊府使馳啓曰: "船來言: ‘通信使行節目, 自江戶送來。’ 云。 關白未及往展於日光山, 他國使臣先行焚香未安。 日光山焚香, 嚴有院致祭等事, 竝勿爲之, 只齎幣帛香燭, 勿復備送燈籠、花餠、祭需等物。" 又曰: "從前使行支供飮食皆熟設, 三大使曾不下筯, 水陸供億, 便歸虛地。 今欲以乾物, 五日一送, 間有不得已熟設處, 縱不適口, 須勉受之。" 又曰: "奉持器械諸執事外不緊人, 不必優數帶來。 都數毋過三四百人, 醫譯加率一二人無妨, 醫必擇術精者。 又求豹皮、生苧布、白苧布, 有尾鄕貂皮、羊皮、大棗、死虎全體一頭虎。 若難得全體, 則一虎之骨, 願備數覓送。" 禮曹請依請施行, 而貂皮減數許之, 上從之。 先是, 譯官卞爾標還自對馬州, 賫來島主平義眞書契曰: "來歲有通信使來, 爲賀大君之繼業。 然其書契曁其別幅文, 須愼重, 物須精備。 義眞襲封爵後, 始値盛价入我之日, 而我家從之中, 適識乙未年例者, 皆鮐背鯢齒, 不得執役。 今番一行, 想貴國亦爾然, 而本國習尙, 弊州所諳也。 須遵時宜, 商量指揮, 禮成事遂, 則隣好久益厚矣。" 島主及奉行, 俱有別單, 條列使行節目, 求請物件。 禮曹啓曰: "嚴有院者, 卽日本先大君廟號也。 請得御筆扁牓, 雖有前例, 事甚重大。 令廟堂稟處。" 又謂: "燈籠、樂器等物, 一遵舊例, 而燈籠銘字, 先示草本 模樣高低, 要從我制。 此亦有例, 宜令承文院, 撰出謄草以送。" 又謂: "權現堂大猷院兩處, 只可焚香, 而嚴有院致祭, 宜依此施行。" 又謂: "禮曹印紙數張賫來者, 似是空名帖之謂也。 譯官旣已爭執, 宜仍前防塞。 大阪城及兩都支待官員處, 使臣致敬事及篙師分載三使船, 以候潮占風事及信使到彼中後, 一行所騎馬, 勿使驅馳, 人致徑斃事及勿令一行人役, 橫行館外, 潛商禁物, 唾戶刻楹事及使行必於五月內發船等數件, 分付使臣, 依此擧行。 能文、能書、能畫、能馭、善射、善騎有膂力者, 率來事宜, 分付該曹擇送。" 又謂: "上上官三員, 如良醫譯加員無妨, 勿帶無用人云。" 上上官者, 乃指堂上譯官也。 堂上、堂下譯官及醫官等, 加送無妨。 事係變通, 請令廟堂稟處。 勿帶無用人一款, 分付使臣、奉行等。 別單有曰: "三宗室曁執政數員處, 三使餽物多品, 而木綿、胡桃、栢子、花席、油芚、雪綿、佩香、淸心元等物, 非東都官人所用, 其他鷹、蔘、虎豹、貂羊皮、靑黍皮、白照布、筆墨、綾段、色紙、魚皮、菉豆、白蜜、小刀爲可云。 所謂三宗室, 卽指渠大納言之類, 旣云無用之物, 不必餽之。 如貂、豹等種, 或前例所無, 而遠人之請, 不可全然防塞, 宜從略磨鍊送之。" 又曰: "三使船大索鐵釘, 自弊州載送, 三使衣籠, 亦當自造云, 使彼造辦, 殊涉苟且。 令使臣, 務要精緻, 俾不貽笑。" 又曰: "大君前書契, 入盛櫃子, 須精造。 使臣一行下卒, 須着新衣, 幣帛禮段馬外, 三四匹加送, 而毛色願得駁驪紫騮。 禮單鷹五十連外, 願加十連, 竝依願許施。 燈籠樂器, 今番則獨致祭于嚴有院, 各造一件以送。 執政、奉行等十人外, 加錄四人, 竝請贈給。 請令廟堂稟處。" 備邊司以爲: "扁榜一款, 依例許施。 醫譯加送亦從之。 禮單幣帛馬疋加送, 前例所無, 不可聽許。 執政、奉行等加錄, 情態難測, 姑令依他磨鍊, 令使臣觀勢善處。" 禮曹又啓: "禮單幣帛馬, 雖不可加送, 恐有病蹇之弊。 依乙未年例, 令慶尙道預備二三匹, 臨時換送。 執政、奉行中, 若有遞易, 使臣到彼後, 書契改書難便, 職姓名姑勿書塡以送。" 從之。


  • 【태백산사고본】 12책 13권 4장 A면【국편영인본】 38책 577면
  • 【분류】
    외교-왜(倭) / 재정(財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