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에 귀양가 있던 전 정승 김수항을 용서하고, 이조 판서 이원정의 관직을 삭탈하다
하교(下敎)하여 전 정승 김수항(金壽恒)을 용서하였다. 【김수항은 이때 철원(鐵原)에 귀양가 있었다.】 또 하교하기를,
"아! 슬프다. 염파(廉頗)040) 와 인상여(藺相如)041) 는 전국(戰國) 시대의 한 선비에 불과한데도 오히려 나라의 급한 것을 먼저하고 사사 원수를 뒤로 하였으므로, 지금까지 칭찬을 받는데, 과인(寡人)의 여러 신하들은 사사 원수를 먼저하고 나라를 뒤로 하니, 이는 도리어 전국 시대의 선비만 같지 못하다. 어찌 크게 한심할 만한 일이 아니겠는가? 근래 공도(公道)는 멸하여 없어지고 사의(私意)는 크게 행하여, 관원의 천거 임용 때에 이르러서는 오로지 한쪽 사람만 임용하게 된다. 그러므로 권세가 한쪽으로 편중되어 자못 교만하고 방종한 습관이 있어서, 비록 과실이 있더라도 조금도 서로 바로잡는 도리가 없고 기탄하는 마음도 아주 없다. 아! 남양(南陽)은 광무 황제(光武皇帝)의 고향인데도 곽급(郭伋)은 오히려 황제가 남양 사람만 임용했다고 해서 잘못이라고 하였는데, 하물며 한 나라 사람은 임금의 신하가 아닌 사람이 없는데도 국가의 사람 쓰는 것이 어찌 저쪽과 이쪽을 구별할 수 있겠는가? 구차하게 당시의 의논에 동조해서 스스로 어지럽게 망하는 지경을 취하겠는가? 이것이 내가 항상 몹시 한탄하는 것이다. 전후(前後)로 면대할 때에, ‘저쪽과 이쪽을 논하지 말고 공평하게 선발 임용하라.’는 뜻을 곡진하고 친절하게 타이르지 않은 적이 없는데도, 그 뒤 천거하여 임명할 때에는 책망을 면하기 위한 한 두 사람의 추천에 불과하니, 어찌 매우 놀라고 매우 미워하지 않겠는가? 내가 비록 어둡고 용렬하나, 결코 태아(太阿)042) 를 거꾸로 주어서 군주의 세력을 위에서 고립시키고 한편이 된 무리를 밑에서 더욱 성하게 하는 것은 불가하니, 이조 판서(吏曹判書) 이원정(李元禎)을 우선 관작을 삭탈하고 문 밖으로 쫓아 보내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책 9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38책 436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사법-행형(行刑) / 사법-탄핵(彈劾) / 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註 040]염파(廉頗) : 전국 시대(戰國時代) 조(趙)나라의 양장(良將).
- [註 041]
인상여(藺相如) : 조(趙)나라의 명신(名臣).- [註 042]
태아(太阿) : 옛날 보검(寶劒)의 이름.○戊午/下敎, 宥舊相金壽恒。 【壽恒時謫鐵原。】 又下敎曰:
嗚呼! 廉頗、藺相如不過戰國之一士, 而猶爲先國家之急, 而後私讎, 至今稱美。 寡人之群臣, 先私讎而後國家, 是反不如戰國之士, 豈不大可寒心哉? 近來公道淪喪, 私意大行, 至於注擬之際, 專用一邊之人, 故權勢偏重而頗有驕縱之習。 雖有過失, 少無相規之道, 絶無忌憚之心。 噫! 南陽, 光武之鄕, 而郭伋猶以專用南陽人爲非, 則況一國之人, 莫非王臣, 而國家之用人, 豈別彼此? 苟同於時議, 而自取亂亡之域哉? 是予尋常痛惋, 前後面對時, 毋論彼此, 公平調用之意, 非不諄諄丁寧。 而厥後擬望之際, 不過一二塞責, 豈非可駭可惡之甚者乎? 予雖昏庸, 決不可倒授太阿, 使主勢孤立於上, 而黨與益熾於下。 吏曹判書李元禎姑先削奪官爵, 門外黜送。
- 【태백산사고본】 8책 9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38책 436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사법-행형(行刑) / 사법-탄핵(彈劾) / 정론-간쟁(諫諍)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註 0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