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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실록 8권, 숙종 5년 3월 12일 정미 4번째기사 1679년 청 강희(康熙) 18년

병조 판서 김석주가 강화도 흉서의 격문을 아뢰다

좌의정 권대운(權大運)·병조 판서 김석주(金錫胄)·훈련 대장(訓鍊大將) 유혁연(柳赫然)이 청대(請對)하였다. 권대운이 좌우(左右)를 물리칠 것을 청하고 김석주가 아뢰기를,

"어떤 사람이 강도 축성장(江都築城將) 이우(李𦸲)에게 투서한 것을 이우가 사람을 시켜 신(臣)에게 전했습니다. 방금 신이 유혁연과 더불어 조사하여 체포하는 일을 의논하였는데, 극비에 속하는 일입니다."

하고, 즉시 소매 속에서 흉서(凶書)를 꺼내어 바치었다. 흉서는 격문(檄文)으로 그 중 하나는 여러 장수 앞으로 보내는 것인데 모두 격동시키는 말이었으며, 하나는 이우(李𦸲)에게 보낸 글이었는데 모두 행군을 지휘하는 일이었다. 임금이 보고 이르기를,

"이 글은 종통(宗統)이 차례를 잃은 것을 분하게 여겨 쓴 것인데, 그 계획이 지극히 흉악하다."

하니, 권대운이 이르기를,

"뜻을 잃고 나라를 원망하는 무리들은 종통(宗統)이 차례를 잃었다고 말하다가 끝내는 불측한 변을 일으키게 마련입니다. 성상께서는 선처하실 방법을 조용히 생각하셔야 합니다. 대신(大臣)의 이름도 그 가운데 들어 있기에 일의 형편상 말씀드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하였다. 임금은 누설될까 염려하여 말을 하지 못하도록 하였고, 흉서(凶書)는 머물려 두고 내리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7책 8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38책 406면
  • 【분류】
    사법-치안(治安) / 변란-정변(政變)

○左議政權大運、兵曹判書金錫冑、訓鍊大將柳赫然請對, 大運請辟左右。 錫冑曰: "有人投凶書於江都築城將李𦸲𦸲使人傳於臣, 臣與柳赫然今方相議譏捕, 事甚秘密矣。" 仍出袖中凶書以進, 其書一則檄文也, 一則遺諸將書, 而皆激動之言也; 其一則遺𦸲書, 而皆指揮行軍之事也。 上覽之曰: "此書蓋以宗統失序爲憤, 而其計極凶矣。" 大運曰: "失志怨國之徒, 每以宗統失序爲言, 終至有不測之變。 自上必須從容思善處之道。 且大臣之名, 亦入其中, 其在事體, 不可不言。" 上慮其宣泄, 勿令言之。 凶書則留中不下。


  • 【태백산사고본】 7책 8권 10장 B면【국편영인본】 38책 406면
  • 【분류】
    사법-치안(治安) / 변란-정변(政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