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과 비변사의 제신을 인견하다. 돈을 만들어 사용하게 하다
대신(大臣)과 비국(備局)의 제신(諸臣)을 인견(引見)하고, 비로소 돈[錢]을 사용하는 일을 정탈(定奪)하였다. 돈은 천하에 통행(通行)하는 재화(財貨)인데 오직 우리 나라에서는 조종조(祖宗朝)로부터 누차 행하려고 하였으되 행할 수 없었던 것은, 대개 동전(銅錢)이 토산(土産)이 아닌데다 또 민속(民俗)이 중국(中國)과 달라 막히고 방해되어 행하기 어려운 폐단이 있었다. 이에 이르러 대신(大臣) 허적(許積)·권대운(權大運) 등이 시행하기를 청하매, 임금이 군신(群臣)에게 물어, 군신으로서 입시(入侍)한 자가 모두 그 편리함을 말하였다. 임금이 그대로 따르고, 호조(戶曹)·상평청(常平廳)·진휼청(賑恤廳)·어영청(御營廳)·사복시(司僕寺)·훈련 도감(訓鍊都監)에 명하여 상평통보(常平通寶)를 주조하여 돈 4백 문(文)을 은(銀) 1냥(兩)의 값으로 정하여 시중(市中)에 유통하게 하였다. 전(前) 별검(別檢) 조현기(趙顯期)·별검(別檢) 이운징(李雲徵), 참봉(參奉) 권흠(權歆)을 발탁하여 곧바로 6품직(品職)에 올렸다. 조현기는 김석주(金錫胄)의 자부(姊夫)였는데, 윤휴(尹鑴)가 그 재주를 천거하매, 임금이 허목(許穆)에게 물으니, 대답하기를,
"신(臣)이 비록 그 사람은 보지 않았더라도 사람들이 많이 그가 글에 능하고 재주가 있음을 일컫기에 신이 일찍이 기억하여 알았습니다. 갑인년008) 의 봉사(封事)를 얻어 보았더니, 그 설시(設施)한 것이 과연 견식이 있고, 말만 크게 하고 실상이 없는 자와 비유할 것이 아니니, 진실로 탁용(擢用)하기에 합당합니다. 이밖에도 또 이운징과 권흠 2인이 있는데, 이운징은 문재(文才)와 조행(操行)이 탁이(卓異)하고 지려(智慮)와 용력(勇力)이 과인(過人)하며, 권흠은 주밀 자상하고 근후(謹厚)하며 또 재국(才局)이 있으니, 아울러 상례(常例)에 구애하지 말고 승급하여 6품을 주는 것이 마땅합니다."
하였으므로, 그대로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6책 7권 2장 B면【국편영인본】 38책 379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금융-화폐(貨幣)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인물(人物)
- [註 008]갑인년 : 1674 숙종 즉위년.
○乙未/引見大臣、備局諸臣。 始以用錢定奪。 錢爲天下通行之貨, 而惟我國, 自祖宗朝, 累欲行之而不得者, 蓋以銅鐵非土産, 而且民俗與中國有異, 有窒礙難行之弊也。 至是, 大臣許積、權大運等, 請行之。 上問于群臣, 群臣入侍者皆言其便, 上從之。 命戶曹、常平廳、賑恤廳、御營廳、司僕寺、訓鍊都監, 鑄常平通寶, 定以錢四百文, 直銀一兩, 行于市。 擢前別檢趙顯期、別檢李雲徵、參奉權歆, 直陞六品職。 顯期, 金錫冑之姊夫也。 尹鑴薦其才, 上問于許穆, 對曰: "臣雖未見其人, 而人多稱其能文有才, 臣嘗記認之矣。 得見甲寅封事, 則其所設施, 果有見識, 非大言無實者比也, 實合擢用。 此外又有李雲徵、權歆二人, 雲徵則文才操行卓異, 智慮勇力過人, 歆則周詳謹厚, 且有才局。 竝宜勿拘常例, 而陞出六品也。" 從之。
- 【태백산사고본】 6책 7권 2장 B면【국편영인본】 38책 379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금융-화폐(貨幣) / 인사-임면(任免) / 인사-관리(管理) / 인물(人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