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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실록 6권, 숙종 3년 12월 25일 정묘 3번째기사 1677년 청 강희(康熙) 16년

대신과 비변사의 제신을 인견하다. 호포법 시행에 관해 의논하다

대신(大臣)과 비국(備局)의 여러 신하를 인견(引見)하였다. 윤휴(尹鑴)가 호포법(戶布法)을 빨리 시행하도록 청하니, 허적(許積)이 말하기를,

"여러 대신들이 모두 옳지 않다고 말하고, 좌상(左相)은 나라의 안정과 위험이 여기에서 판결되니 힘써 다투지 않을 수 없다고까지 말하였다고 합니다. 그러므로, 그가 출사(出仕)하기를 기다려 상의해서 확정하여 의논을 결정하고자 합니다."

하였다. 윤휴가 말하기를,

"이것은 전하에게 달려 있으니, 어찌 여러 의견을 기다리겠습니까? 임금이 정치를 함에 무릇 크게 변통(變通)하는 데 관계되는 것은 마땅히 독단으로 운용할 바이고 신하에게 결단하여 아뢰도록 할 수는 없습니다. 일마다 이와 같이 한다면 태아(太阿)254) 를 거꾸로 쥐고 권한이 위에 있지 아니한 것에 가깝지 않겠습니까?"

하니, 허적이 말하기를,

"의논하는 것은 비록 여럿이라 하더라도 결단은 혼자 하는 것이니, 임금이 정사에 관한 신하의 말을 듣는 도리가 본래 그러합니다. 다만 이 일은 여러 대신들이 모두 불편(不便)하다고 하는데, 상의하여 확정하기를 기다리지 않고서 갑자기 결정하는 것이 옳겠습니까? 대개 집이 있는 자에게 반드시 호역(戶役)이 있는 것은 바로 예전의 법이니, 이무(李袤)가 터무니없다고 말한 것은 잘못입니다. 이제 만약 10년 동안 참고서 시행한다면 마침내 반드시 백성에게 이롭고 나라에 편하게 될 것입니다. 신은 윤휴와 의견이 대개 같으나 그래도 머뭇거리는 바가 있는 것은, 현재의 시기가 선왕(先王)의 시기와 같지 않아서 백성과 더불어 어수선하게 고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 의논하는 자들이 모두 말하기를, ‘먼저 아약(兒弱)·물고(物故)의 베를 면제하고, 각 아문(衙門)의 은화(銀貨)를 내어서 경비에 보충하게 하며, 또 물고를 대신할 사람을 충당하여 정하고 아약은 나이가 차기를 기다려서 베를 징수하는 것이 적당하다.’고들 하는데, 이것도 폐단을 구제하는 데 있어서 적당한 계책입니다."

하였다. 임금이 또 여러 신하에게 물으니, 윤휴가 말하기를,

"호포(戶布)의 법은 혹 서서히 의논한다 하더라도 물고·아약의 베는 오늘 결정하여 탕감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자, 허적이 말하기를,

"반드시 뒷수습을 잘할 수 있는 계책을 생각한 연후에 탕감하는 것이 옳습니다."

하였다. 유혁연(柳赫然)이 말하기를,

"호포의 법은 막히고 방해되는 바가 있으므로 행하기 어렵습니다. 지금 만약 11세로 하고, 한정하여 대정(代定)하게 한다면 또한 백성들의 원망을 풀어줄 수 있을 것입니다."

하고, 김석주(金錫胄)가 말하기를,

"시험삼아 한두 신하로 하여금 그 일을 시행하게 하여, 편하면 시행하고, 불편하면 정지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하니, 여러 신하들도 호포의 불편함을 많이 말하였다. 임금이 좌상(左相)·우상(右相)과 더불어 상의해서 확정한 후에 결정해서 시행하도록 명하였다. 윤휴가 말하기를,

"성상께서 탕감하고자 하시면서도 시행하지 못하고 좌상·우상의 한 마디 말을 기다린다면, 백성들은 반드시 좌상·우상의 은덕(恩德)에 감사하고 성덕(聖德)에는 감사하지 않을 것이니, 위엄과 은혜가 성상에게 있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까? 영상(領相)은 세상 사람들의 견해를 고집하여 고의로 일을 미루고자 하는 것이니, 임금을 섬기는 도리가 어찌 이와 같을 수 있습니까?"

하니, 임금이 웃으면서 말하기를,

"경(卿)의 말은 지나치다."

하였다. 허적이 말하기를,

"10년을 넘지 않아서 저 오랑캐들은 반드시 뜻밖의 환난(患難)을 만들 것인데, 사람들의 마음이 안일한 데 익숙해져 오늘날을 태평스럽게 여겨서 서로(西路) 성지(城池)의 수축과 무기(武器)의 수선을 지난번 연신(筵臣)의 말로 인하여 모두 정지하게 하였으니, 신은 저윽이 개탄하고 있습니다. 묘당(廟堂)에서 다시 형편에 따라 수선(修繕)하게 하는 것이 마땅하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그 말을 옳게 여겼다. 윤휴가 말하기를,

"영남(嶺南)의 온 도(道)는 왜관(倭館)의 역사(役事)로 재물이 다하고 백성이 피곤한데, 왜인(倭人)이 한번 잠깐 우거(寓居)할 곳을 짓기 위하여 온 도(道) 백성들의 힘을 다하는 것은, 신이 이해하지 못할 바입니다."

하니, 허적이 말하기를,

"이것이 바로 윤휴의 고상하고 훌륭한 말입니다."

하였다. 윤휴가 말하기를,

"묘당(廟堂)에서는 매번 신(臣)의 말을 가지고 고상하고 훌륭한 말이라고 하면서 채택하여 시행하려고 들지 않기 때문에, 오늘날 나라의 형세가 점차 쇠약해져 부진하기에 이른 것입니다. 그 때의 감사(監司) 및 동래 부사(東萊府使)·부산 첨사(釜山僉使)를 모두 붙잡아다가 심문하여 죄를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하니, 허적이 말하기를,

"이 말은 옳습니다. 처음에 재목을 마련한 것이 너무 지나쳐서 그 폐단이 여기에 이른 것이니, 변방의 신하에게 어찌 죄가 없을 수 있겠습니까? 전(前) 부사(府使) 어진익(魚震翼)·전(前) 첨사(僉使) 이상훈(李相勛)은 비록 이로써 관직을 빼앗는다 하더라도 그 죄가 응당 여기에서 그칠 수 없으며, 또 전(前) 감사(監司) 정중휘(鄭重徽)는 원래 좌죄(坐罪)되지 않았으니, 아울러 붙잡아다가 추문(推問)하는 것이 옳겠습니다."

하자, 임금이 그대로 따랐다. 윤휴가 말하기를,

"그 때의 부사(府使) 이복(李馥)만 혼자 면함은 마땅하지 않습니다."

하니, 허적이 말하기를,

"윤휴(尹鑴)는 모든 일에 대하여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의 의견을 세우고자 하니, 진실로 근심스럽습니다. 당초에 마련한 것이 너무 지나치다는 것을 이복(李馥)이 모두 힘써 간(諫)하여 감소(減少)된 바가 많이 있었는데, 이복에게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하였다. 윤휴가 말하기를,

"대신(大臣)이 신을 대우하는 것이 너무 박하여 전혀 지식이 없다고까지 말하기에 이르렀으니, 일의 대체가 매우 부당합니다."

하니, 허적이 발끈하여 말하기를,

"신이 언제 일찍이 윤휴가 전혀 지식이 없다고 하였습니까? 지난번에 우상(右相)과 이무(李袤)가 호포(戶布)를 적당하지 않다고 하였는데, 윤휴가 이에 차자(箚字)를 올려 꾸짖고 책망하면서 거리낌없이 욕하였으니, 대신을 업신여기고 나라의 체모를 손상시킨 것이 심하였습니다. 신이 추궁하도록 청하고자 하였으나, 본래 윤휴의 남을 꼭 이기려고 하는 성벽을 알기 때문에 용납하여 참았던 것입니다. 그런데 지금 또 이와 같이 거만하게 신을 멸시하였으니, 조정의 체통(體統)을 어찌 전적으로 맡겨서 무너뜨릴 수 있겠습니까? 일의 곡절을 알지 못하면서 죄없는 사람을 죄주자고 청하였기에, 신이 ‘잘 알지도 못하면서 자기의 의견을 세우고자 한다.’고 말한 것인데, 그것이 지나쳤습니까? 이복(李馥)은 본래 죄가 없는데도 반드시 그를 죄주자고 함은 그 뜻이 우연한 것이 아닙니다."

하였다. 윤휴가 말하기를,

"이복이 일찍이 대관(臺官)으로 있을 때 소신(小臣)을 추문(推問)하도록 청하였지만, 신이 비록 보잘것 없다 하더라도 어찌 감히 이로 인하여 중상(中傷)할 뜻이 있었겠습니까?"

하니, 허적이 말하기를,

"윤휴가 전장(銓長)으로 있을 때 이유없이 이복의 청환(淸宦)에의 길을 막기에 신이 그 이유를 물으니, 말하기를 ‘이복이 일찍이 나를 탄핵하였으므로 내가 이 때문에 막은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이번에 죄주도록 청한 것도 의도한 바가 있어서 나온 것이 아님을 어떻게 알겠습니까?"

하였다. 윤휴가 말하기를,

"대신이 신을 이처럼 용납하지 않아서, 존엄하신 얼굴이 지척에 있는데 말과 안색에 모두 노기를 띠었으니, 신은 황공함을 이길 수 없습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대신은 모든 관료의 장(長)이라서 체면을 존중하는데, 경(卿)은 어찌 그다지도 생각을 못하는가?"

하였다. 윤휴가 말하기를,

"신도 직책이 논사(論思)하는 데 있어 경석(經席)에 출입하는데, 대신이 비록 존중된다고는 하나 어찌 이처럼 꾸짖고 책망할 수 있겠습니까?"

하니, 임금이 답하지 않았다. 이후에 윤휴가 소(疏)를 올려 말을 아뢰기를,

"신은 행실이 보잘것 없어 스스로 의심과 경멸을 당하였습니다. 사방에 시절(時節)이 이른 것도 알지 못하고서 망령되게 더불어 조정에서 논의하였으며, 나라의 일이라고 핑계되어 죄없는 사람에게 원수를 갚고자 하였다가 마침내 대신에게서 꾸짖음을 당하고, 드디어는 성상 앞에서 떠들며 싸우기에 이르러 조정의 법도를 업신여겼으니, 신의 죄는 만번 죽어도 마땅합니다."

하고, 또 말하기를,

"신은 말할 바도 못됩니다만, 이로써 천하(天下)의 선비를 대하기가 두려워 천리나 떨어진 외방(外方)에서 사람들을 물리치도록 하겠습니다."

하니, 임금이 부드러운 비답(批答)을 내려 위로하고 타일렀다.


  • 【태백산사고본】 5책 6권 67장 B면【국편영인본】 38책 376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재정(財政) / 군사(軍事) / 외교-왜(倭) / 사법(司法) / 인물(人物)

  • [註 254]
    태아(太阿) : 명검(名劍)의 이름.

○引見大臣、備局諸臣。 尹鑴請速行戶布法, 許積曰: "諸大臣皆言不可, 而左相則至曰: ‘國之安危, 判於此, 不可不力爭’ 云。 故欲待其出仕, 商確議定。" 曰: "是在殿下, 何待群議? 人君爲政, 凡係大變通者, 所宜獨運, 不可裁稟於臣下。 事事如此, 則不幾於太阿倒持, 而權柄不在上乎?" 曰: "議之雖衆, 而斷之惟獨者, 人君聽政之道固也。 但此事則諸大臣皆以爲不便, 不待商確而遽決之, 可乎? 夫有戶者, 必有戶役, 乃古法也。 李袤之謂無稽, 過矣。 今若耐行十年, 則終必利於民而便於國。 臣與所見略同, 而猶有所持難者, 今之時, 與先王之時不同, 不可與民紛更故也。 今之議者皆曰: ‘先除兒弱、物故之布, 而出各衙門銀貨, 以補經用, 又卽充定物故之代, 而兒弱者待年徵布爲便。’ 云。 此亦酌中救弊之策也。" 上又問諸臣, 曰: "戶布之法, 雖或徐議, 而物故、兒弱之布, 則今日決定, 蕩滌可也。" 曰: "必思善後之策, 而後方可蕩滌。" 柳赫然曰: "戶布之法, 有所窒礙難行。 今若限十一歲代定, 則亦可以紓民怨矣。" 金錫冑曰: "試令一二臣, 經紀其事, 便則行; 不便則止, 可也。" 諸臣亦多言戶布不便, 上命與左右相商確後定行。 曰: "上欲蕩滌而未果, 以待左右相之一言, 則民心感德於左右相, 而不感聖德。 其可曰威福在上乎? 領相執流俗之見, 而故欲延拖, 事君之道, 豈如是乎?" 上笑曰: "卿言過矣。" 曰: "不出十年, 彼虜必有意外之患。 而人心狃安, 以今日爲太平, 西路城池之修築、器械之繕治, 頃因筵臣之言, 皆令停止, 臣竊慨然。 宜自廟堂, 更令從便修繕耳。" 上可其言。 曰: "嶺南一道以倭館之役, 財竭民困。 爲營一差所寓, 盡一道之民力, 臣所未曉。" 曰: "是乃高談大言也。" 曰: "廟堂每以臣言爲高談大言, 而未肯採施, 故今日國勢, 漸至於委靡不振。 其時監司及東萊府使、釜山僉使, 竝拿問定罪可也。" 曰: "此言則是矣。 其始磨鍊材木太濫, 其弊至此, 邊臣烏得無罪? 前府使魚震翼、前僉使李相勛, 雖以此削奪, 而其罪不當止於此。 且前監司鄭重徽元不被罪, 竝拿問是矣。" 上從之。 曰: "時府使李馥, 不宜獨免。" 曰: "於凡事, 不審知而欲立己見, 誠可悶也。 當初磨鍊之過濫者, 皆力爭, 而多有所減除, 有何罪?" 曰: "大臣待臣太薄, 至謂之都無知識, 事體甚不當矣。" 勃然曰: "臣何嘗以爲都無知識乎? 頃者右相及李袤以戶布爲不便, 則乃上箚叱責詬辱, 無所顧藉, 其侮大臣, 傷國體甚矣。 臣欲請推, 而素知有好勝之病, 故容忍之矣。 今又傲蔑臣如此, 朝廷體統, 何可一任其壞了乎? 不知事之委折, 而請罪無罪之人, 臣所謂不審知而欲立己見云者, 其過乎哉? 本無罪, 而必欲罪之者, 其意不偶然也。" 曰: "嘗爲臺官, 請推小臣, 而臣雖無狀, 豈敢因此有中傷之意乎?" 曰: "爲銓長時, 無故塞之淸路。 臣問其由則曰: ‘嘗劾我, 我以此塞之。’ 云。 今之請罪, 亦安知非有意而發乎?" 曰: "大臣不容臣至此, 威顔咫尺, 聲色俱厲, 臣不勝惶恐。" 上曰: "大臣, 百僚之長也。 體面尊重, 卿何不思之甚也?" 曰: "臣亦職居論思, 出入經席, 大臣雖尊重, 何可叱責若是乎?" 上不答。 是後, 陳辭疏以爲:

臣行己無狀, 自取疑侮。 不識四到時節, 而妄與朝論, 假托國事, 而欲報怨於無罪之人, 終被叱嗟於大臣, 遂致喧爭上前, 瀆慢朝儀, 臣罪萬死。

又曰:

臣不足道, 懼其以是待天下之士, 而拒人於千里之外也。

上賜優批, 慰諭之。


  • 【태백산사고본】 5책 6권 67장 B면【국편영인본】 38책 376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재정(財政) / 군사(軍事) / 외교-왜(倭) / 사법(司法) / 인물(人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