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납 권해가 축성·연병 등의 일을 아뢰다
헌납(獻納) 권해(權瑎)가 상소하여 축성(築城)·연병(鍊兵) 등의 일을 진달하니, 임금이 답하기를,
"상소 가운데 누누이 부지런하고 간절한 말이 모두 나라를 위하여 먼 앞날을 염려하는 정성에서 나왔으니, 사람으로 하여금 탄복하게 한다. 아! 지금 임금과 신하가 어찌 유유범범(悠悠泛泛)763) 하여 인순(因循)하며 세월을 보내겠는가? 우리 나라는 병정(丙丁)764) 을 지난 뒤부터 무사(武士)를 기르지 아니하고 병혁(兵革)을 포기한 지 진실로 이미 오래 되었다. 비록 평일(平日)이라 하더라도 오히려 근심스러운데, 하물며 지금 변경의 근심을 당한 때이겠는가? 아! 나라는 믿을 만한 것이 없고 백성은 의뢰할 만한 형세가 없으니, 남북(南北)의 근심은 더욱 우리 나라의 작은 염려가 아니다. 매양 일찍이 근심하고 두려워하여 한밤중에도 잠을 자지 못하므로, 문득 삼공(三公)과 더불어 서로 강구(講究)하여 음우(陰雨)765) 에 대비하려고 하는데, 축성(築城)의 한 가지 일에 이르러서는 이것도 매양 더불어 강구하는 일이다. 비록 그렇더라도 두세 고을에 성을 쌓을 만한 곳이 있으면, 다시 묘당(廟堂)으로 하여금 적당한지 아니한지를 서로 의논하고 품지(稟旨)하여 변통할 것이다."
하였다. 이때 권해와 이옥은 자못 재신(才臣)으로 자처(自處)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3책 4권 44장 A면【국편영인본】 38책 301면
- 【분류】군사-관방(關防) / 군사-병법(兵法) / 왕실-국왕(國王) / 역사-사학(史學)
- [註 763]
○庚子/獻納權瑎疏陳築城、鍊兵等事, 上答曰: "疏中縷縷懃懇之言, 皆出於爲國遠慮之誠, 令人歎服。 吁! 今之君臣, 豈悠悠泛泛, 因循度日也哉? 我國自經丙丁之後, 不養武士, 抛棄兵革, 固已久矣。 雖平日, 尙且憂患, 況當今邊虞之時乎? 嗚呼! 國無可恃, 民無可賴之勢, 南北之憂, 尤非我國之細慮。 每嘗憂遑兢兢, 中夜不寐。 輒與三公, 相與講究, 以爲陰雨之備, 而至於築城一事, 此亦每與講究之事也。 雖然, 若有數三邑可築城子之處, 則更令廟堂, 相議便否, 稟旨變通。" 時, 瑎、沃便以才臣自處。
- 【태백산사고본】 3책 4권 44장 A면【국편영인본】 38책 301면
- 【분류】군사-관방(關防) / 군사-병법(兵法) / 왕실-국왕(國王) / 역사-사학(史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