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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종개수실록 27권, 현종 14년 10월 8일 갑진 3번째기사 1673년 청 강희(康熙) 12년

원임 영의정 영중추부사 정태화의 졸기

원임 영의정 영중추부사 정태화(鄭太和)가 죽었다.

사신은 논한다. 정태화의 자(字)는 유춘(囿春)이다. 재지(才智)가 넉넉하고 총민(聰敏)함이 뛰어났으며 일이 일어나기 전에 대처하였으므로 낭패당한 적이 일찍이 없었다. 가정을 법도로 다스렸고 자제들을 단속하여 번화하고 화려한 것을 숭상치 못하게 하였으며 붕당을 맺지 못하도록 하였다. 황비(黃扉)079) 에 출입한 기간이 25년이나 되었는데도 대단하게 세력을 과시한 적이 없었다. 그러나 세상과 더불어 적응하며 처신할 뿐 국사를 떠맡은 일이 없었고 게다가 뇌물이 상당히 통했다는 비난이 있었으므로 사람들이 이 점을 부족하게 여겼다. 향년 72세에 다섯 명의 아들을 두었다. 하나는 공주에게 장가들고 하나는 명관(名官)이 되었으며 나머지도 모두 음관(蔭官)으로 벼슬하여 온 집안이 벼슬아치로 가득하였다. 그리고 아우 치화(致和)와 바꿔가며 정승의 자리를 차지했으므로 사람들이 세상에 둘도 없는 복록을 누렸다고 말하였다. 사신이 살피건대, 국가가 효묘(孝廟) 이래로 조정에 청의(淸議)가 크게 행해졌는데 식자들은 사화(士禍)가 일어나지나 않을까 상당히 걱정을 하였다. 그런데 정태화가 수상(首相)으로서 그 사이를 잘 주선하였다. 구차하게 동조하려 하지 않으면서도 대립하지 않아 조정의 논의로 하여금 마구 터져나와 결렬되지 않게 한 점은 대체로 볼 때 모두가 그의 힘이었다 할 것이다. 기해년 국휼(國恤) 때에 송시열(宋時烈)《의례(儀禮)》 소(疏)의 사종설(四種說)을 인용하여 왕대비의 복제(服制)를 의정(擬定)하려 하자 태화가 재빨리 손을 저으며 제지하고 마침내 국제(國制)로 정했었다. 사람들은 이르기를 이때를 당하여 만약 태화가 없었던들 응당 을사·기묘년 정도에 그치지 않는 참혹한 사화가 일어났을 것이라고 하였다. 또 허목(許穆)이 상소하여 춘궁(春宮)을 일찍 세워 국본(國本)을 정하자고 청하면서 상의 마음을 탐지하려 했었는데, 상이 묘당(廟堂)에서 의논토록 하라고 명을 내렸을 때 사람들은 모두 이에 대답하기를 어렵게 생각하였다. 그러나 태화가 의논드리면서 ‘원자(元子)가 탄생한 날이 바로 국본이 정해진 때이다.’라고 말하였으므로 사람들이 모두 탄복하며 ‘옛사람이 이 일을 처리했어도 이보다 낫게 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고 하였다. 정태화의 지술(智術)을 허적(許積)이 가장 꺼렸었는데, 태화가 죽고 나자 허적이 더욱 멋대로 행동했는데도 온 조정 안에 그에게 대항할 자가 없었다. 금상(今上) 초에 익헌(翼憲)이라는 시호를 내리고 현종(顯宗)의 묘정(廟庭)에 추가로 배향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7책 27권 36장 A면【국편영인본】 38책 163면
  • 【분류】
    인물(人物) / 역사-사학(史學) / 인사-관리(管理) / 왕실-종사(宗社)

  • [註 079]
    황비(黃扉) : 황각(黃閣), 즉 재상을 말함.

○原任領議政領中樞府事鄭太和卒。

【史臣曰: "太和囿春, 才智有餘, 聰敏過人, 先事而慮, 未嘗僨敗。 居家有法度, 勑子弟無尙紛華, 不得交結朋黨。 出入黃扉二十五年, 而無勢焰之熏灼, 然與世浮沈, 未嘗擔當國事。 且有頗通饋遺之誚, 人以此短之。 年七十二, 有子五人, 一尙公主, 一爲名官, 餘皆蔭仕, 袍笏滿堂。 與弟致和, 迭居台鼎, 人謂福祿, 擧世無比。"】

臣按, 國家自孝廟以來, 朝廷之上, 淸議大行, 而識者頗以士禍爲憂。 太和以首相, 周旋其間, 旣不肯苟同, 又不爲崖異, 使朝論不至於橫潰決裂, 蓋不無其力。 己亥國恤, 宋時烈引禮疏四種說, 以擬王大妃服制, 太和亟搖手止之, 遂定之以國制。 人謂, 當是時若無太和, 則士禍之烈, 當不止於乙卯也。 許穆疏請早建春宮, 以定國本, 欲以探試上心, 上下其議于廟堂, 人皆以答是爲難。 太和之議有曰: "元子誕生之日, 卽國本已定之時。" 聞者莫不歎服以爲, 雖使古人當之, 無以過也。 太和有智術, 最爲許積所憚, 及太和卒, 而益橫, 擧朝無與抗之者。 今上初, 贈謚翼憲, 追享顯宗廟庭。


  • 【태백산사고본】 27책 27권 36장 A면【국편영인본】 38책 163면
  • 【분류】
    인물(人物) / 역사-사학(史學) / 인사-관리(管理) / 왕실-종사(宗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