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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종개수실록 17권, 현종 8년 5월 6일 기유 2번째기사 1667년 청 강희(康熙) 6년

빈민을 진휼하고 노비의 공포를 감하다

상이 희정당에 나아가 대신과 비국의 여러 신하를 인견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가뭄 끝에 비가 오니 참으로 크게 다행이지만, 잠깐 비가 왔다가 곧바로 개어 한번이라도 통쾌하게 퍼붓지 않으니, 논밭을 두루 적시지 못할까 염려된다."

하니, 우상 정치화(鄭致和)가 아뢰기를,

"극심한 가뭄 뒤에 조금 비가 내렸지만 시들어버린 각종 곡식은 이미 다시 소생하기 어렵습니다. 바닷가의 경우는 소금기가 배어들어 볏모가 다 말라버렸으니 가울에 추수할 가망이 전혀 없습니다. 관동의 기근은 다른 도의 배가 되어 백성들이 칡뿌리를 먹고 있다고 합니다. 진휼하는 계책이 가장 긴급한 것이니, 속히 경창(京倉)의 대두(大豆) 1천 5백 석과 전미(田米) 5백 석을 흥원창(興元倉)으로 운반하여, 굶주린 백성에게 나눠주어 진휼하도록 해야 합니다."

하니, 상이 따랐다. 상이 이르기를,

"지금 우물물도 말라버려 사람들이 장차 목말라 죽게 되었다."

하니, 치화가 아뢰기를,

"이는 범연히 유행하는 재앙이 아닙니다. 신이 공무를 본 이래로 일찍이 이같은 가뭄은 본 적이 없습니다."

하고, 이어 일어나 절하면서 아뢰기를,

"신 같이 참으로 못난 자가 외람되이 이런 직임을 맡고 있으니 재앙과 이변이 어찌 이와 같지 않겠습니까. 스스로 분수와 역량을 헤아려 보건대, 결코 담당하고 있기 어려우니 어질고 덕있는 분으로 다시 정하여 시대의 어려움을 구제하셔야 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내가 덕이 부족한 탓으로 이런 재앙과 허물을 초래하였으니, 경의 이 말을 들음에 매우 부끄럽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경기의 백성 또한 매우 굶주린다고 하니, 강도(江都)와 남한 산성의 곡식을 나누어서 진휼해야 되지 않겠는가?"

하니, 치화가 아뢰기를,

"앞으로 경기를 진휼할 재물은 오로지 이것만을 믿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도민(都民) 중에 받기를 원하는 자가 많지만 허락하여 주지 않고 있습니다."

하니, 상이 그렇겠다고 하였다. 치화가 아뢰기를,

"《대전(大典)》의 노비 신공조에, 각사 노비의 공포(貢布) 각 1필 외에 노(奴)에게는 저화(楮貨) 20장을 더 거두고 비(婢)에게는 15장을 더 거두는 규정이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저화를 거두지 않기 때문에 노(奴)에게는 포(布) 1필을 더 거두고 비(婢)에게는 반 필을 더 거두고 있어, 노비의 무리들이 지탱하여 견디지 못하고 도망하는 자들이 나날이 늘고 있습니다. 일을 마땅히 참작 견감해서 실제적인 혜택을 베풀어야 할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노비의 공포를 각각 반 필을 감해 주고 이를 길이 법식으로 삼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7책 17권 31장 A면【국편영인본】 37책 565면
  • 【분류】
    과학-천기(天氣) / 구휼(救恤) / 농업-농작(農作) / 재정-창고(倉庫) / 재정-역(役) / 사법-법제(法制) / 신분-천인(賤人) / 금융(金融)

○上御熙政堂, 引見大臣、備局諸臣。 上曰: "旱餘得雨, 誠爲大幸, 而乍雨乍晴, 一不快注, 恐未周洽於田疇也。" 右相鄭致和曰: "亢旱之餘, 雖得小雨, 萎黃各穀, 已難回蘇。 海邊則爲醎氣所沈, 禾苗盡枯, 決無西成之望。 而關東飢饉, 倍於他道, 民間方食葛根云。 賑救之策, 最爲緊急, 宜速運京倉大豆一千五百石、田米五百石, 于興元倉, 使之分賑飢民矣。" 上從之。 上曰: "卽今井泉枯涸, 人將渴死。" 致和曰: "此非泛然流行之災。 臣自省事以來, 曾未見如此之旱。" 仍起拜曰: "如臣萬萬不似者, 猥當此任, 災異安得不如是也? 自揣分量, 決難承當, 宜改卜賢德, 以濟時艱。" 上曰: "以予否德, 致此災咎, 聞卿此言, 殊甚愧恧也。" 上曰: "京民亦甚飢困云, 江都、南漢之穀, 不爲分賑乎? 致和曰: "前頭畿甸賑資, 專恃於此。 故都民多有願受者, 而不爲許給矣。" 上曰: "然。" 致和曰: "《大典》奴婢身貢條, 有各司奴婢貢布各一匹之外, 奴則楮貨二十張, 婢則十五張。 而今則不捧楮貨, 故奴則加捧布一匹, 婢則加捧布半匹, 奴婢輩不能支堪, 逃避日滋。 事當參酌蠲減, 以施實惠矣。" 上曰: "奴婢貢布, 各減半匹, 永爲定式。


  • 【태백산사고본】 17책 17권 31장 A면【국편영인본】 37책 565면
  • 【분류】
    과학-천기(天氣) / 구휼(救恤) / 농업-농작(農作) / 재정-창고(倉庫) / 재정-역(役) / 사법-법제(法制) / 신분-천인(賤人) / 금융(金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