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은 겸 진수사 일행에게 공무를 당부하다
사은 겸 진주사(謝恩兼陳奏使) 허적, 부사 남용익, 서장관 맹주서가 청나라로 가니, 상이 인견하였다. 허적이 나아가 아뢰기를,
"연경에 들어간 뒤에 저들이 영상과 좌상이 공무를 보느냐고 물으면 ‘황공하여 공무를 보지 못하고 황제의 처분을 기다리고 있다.’라고 대답해야 하겠습니다."
하니, 상이 그렇게 하라고 하였다. 또 아뢰기를,
"일이 만약 순조롭지 않아 끝내 죄율을 감하여 주지 않으면 글을 올려 해명하고자 합니다."
하니, 용익이 아뢰기를,
"저들이 글을 이해하지 못하므로 글을 올려 효과를 보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저쪽 사람들이 여기에 오면 우리 나라의 일을 모르는 것이 없는데 우리 나라 사신은 저 나라의 사정을 탐지하지 못한 것은 무엇 때문인가?"
하니, 허적이 아뢰기를,
"대체로 이는 우리 나라 역관들이 저들에게 아첨하여 사리사욕을 채우고 저쪽의 사정에 있어서는 우리 나라 사신이 더러 한인(漢人)과 서로 접하기는 하지만 그 나라의 금령이 무서워서 감히 함부로 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들의 정치하는 것을 보건대, 위험과 멸망이 금방 닥치게 되었으나, 지금까지 유지한 것은 명나라가 신종 때부터 숭정에 이르기까지 요령없이 재물을 마구 긁어모았기 때문에 백성들이 옛 나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없는데다가 저들이 맥도(貊道)060) 를 사용하여 백성들에게 세금을 적게 받고 풍년도 자주 들기 때문에 유지한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저 나라의 조회하는 예법이 어떠하던가?"
하니, 허적이 아뢰기를,
"신이 지난날 사신으로 가 조정의 반열에 참여하였는데, 대신은 전(殿)의 서쪽에 있었고 학사(學士)들은 기둥의 밖에 죽 서 있었고 전 위에 호위하는 군졸들은 거의 수천 명이나 되었습니다. 또 하급내대신(蝦及內大臣)이 있었는데, 이들은 조정의 의논에 참여하지 않고 노는 객으로 청나라 임금과 농담하는 자들이었습니다. 보통 때에는 반열이 많지 않았으나, 왕후를 책봉하고 하례를 드릴 때에 서 있는 자들이 만 명에 가까웠습니다. 절하는 의절과 머리를 조아리는 등의 일은 가지런하여 가관이었습니다마는, 마음대로 포근하게 앉기도 하고 담배를 마구 피우기도 하였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순치(順治)가 중국 말을 좋아하고 중국의 제도를 선호한다는데 지금은 어떠하던가?"
하니, 허적이 아뢰기를,
"들으니, 태후가 중국 말을 매우 싫어하여 혹 아이들이 중국의 풍속을 익히는 자가 있을 경우 ‘중국 풍속이 성해지면 호(胡)의 운수가 쇠해진다.’라고 하면서 그때마다 금한다고 합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16권 8장 A면【국편영인본】 37책 525면
- 【분류】외교-야(野) / 인사(人事)
- [註 060]맥도(貊道) : 《맹자(孟子)》 고자(告子) 상(下)에 백규(白圭)가 말하기를 "나는 소득의 20분의 1을 받았으면 한다." 하니, 맹자가 말하기를 "자네의 방법은 맥에서 사용하는 방법이네" 하였는데, 주에 "맥은 북방 오랑캐의 나라 이름이다."라고 하였음.
○丁酉/謝恩兼陳奏使許積、副使南龍翼、書狀孟冑瑞, 如淸國, 上引見。 積進曰: "入燕後, 彼人若問領、左相行公與否, 則當答以惶蹙不敢行公, 以待上國處分。" 上曰: "然。" 又曰: "事若不順, 不得減律, 則欲呈文辨明矣。" 龍翼曰: "彼人不解文字, 恐難以呈文得力也。" 上曰: "彼人來此, 我國事無不知之, 而我國使臣, 則不能探知彼國事情, 何也?" 積曰: "蓋由我國譯官等, 獻諛於彼, 以售己私, 至於彼國事情, 則我國使臣, 或與漢人相接, 而畏邦禁不敢輕說也。 且觀其爲政, 危亡可以立至, 而至今維持者, 大明自神宗迄于崇禎, 誅求無藝, 故民無思漢之心, 彼且方用貊道, 寡取於民, 年且屢豐, 此所以維持也。" 上曰: "彼國朝會禮法何如?" 積曰: "臣前日奉使入參朝班, 大臣在殿西, 學士列于楹外, 殿上衛卒, 幾數千。 又有〔蝦〕 及內大臣, 此則不與朝議, 而以狎客, 與淸主戲謔者也。 常時則班行不多, 而冊后賀禮時序立者, 可近萬。 拜禮叩頭等事, 整齊可觀, 而但任意平坐, 或亂吸南草矣。" 上曰: "順治好漢語, 慕華制云, 今則如何?" 積曰: "聞其太后, 甚厭漢語, 或有兒輩習漢俗者, 則以爲: ‘漢俗盛, 則胡運衰。’ 輒加禁抑云矣。"
- 【태백산사고본】 16책 16권 8장 A면【국편영인본】 37책 525면
- 【분류】외교-야(野) / 인사(人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