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 참의 조복양이 소를 올려 면직을 청하다
이조 참의 조복양(趙復陽)이 소를 올려 면직을 빌기를,
"전남 감사 김시진(金始振)의 사장(辭狀)에서 신의 전일 상소 내용을 들어 모욕을 하였습니다만, 신이 엊그제 시진이 호조 판서 허적(許積)에게 편지를 보내어 장차 몸소 연분(年分)092) 을 복심(覆審)할 생각이라고 하였다는 말을 듣고 나서 조보(朝報)를 보니 허적이 이 일을 진달하여 제도의 감사로 하여금 일체 시행하도록 할 것을 청하였습니다. 신이 마음속으로 매우 의아해 한 나머지, 이처럼 백성들이 극도로 곤궁한 때에 어찌 종전에 없던 일을 실시하여 이중으로 열읍(列邑)에 폐해를 끼친다는 말인가 하는 생각으로 안 된다는 이유를 약간 언급하여 중지할 것을 청한 것이지, 애당초 관찰사의 출순(出巡)이 나쁘다고 한 것도 아니고, 또 시진을 공박한 말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시진은 출순 자체를 비난한 말로 해석하여 상소하여 공박을 하고 모욕스런 말을 함부로 가하였습니다. 이른바 ‘인지위언(人之爲言)’ 네 글자는 《시경》 당풍(唐風) 채령(采苓)에 보인 말로, 바로 참인(讒人)을 가리켜 한 말인데, 시진이 이 네 글자로 은연중 보이지 않는 공박을 하는가 하면, 또 ‘청의(淸議)’ 두 글자로 버젓이 조롱하는 뜻을 내보이니 끔찍합니다. 신이 우직한 말을 한 번 개진하였다가 이런 사람들에게 모욕을 당하였으니 신이 어떻게 태연할 수만 있겠습니까."
하니, 상이 사피하지 말고 직무를 보라고 답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책 4권 46장 A면【국편영인본】 37책 203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정론-간쟁(諫諍) / 사법-치안(治安)
- [註 092]연분(年分) : 작황에 따라 나누는 토지 등급.
○癸卯/吏曹參議趙復陽, 陳疏乞免曰:
全南監司金始振辭狀中, 擧臣前日疏語, 加以醜詆, 臣頃聞始振, 抵書於戶判許積, 言將躬自覆審年分之意, 而及見朝報, 則許積以此陳達, 請令諸道監司一體爲之。 臣心甚爲訝, 以爲當此生民困極之時, 何可爲前古所無之擧, 重貽列邑之弊哉? 略及其不可之意, 請令停止, 初非以出巡爲非, 而亦無攻斥始振之語。 始振乃以出巡爲解, 陳疏攻斥, 橫加詬罵。 所謂人之爲言四字, 出於《周詩》, 乃指讒人而言者也, 始振以此四字, 隱然陰斥, 又以淸議二字, 顯示嘲侮之意, 其亦慘矣。 臣一陳瞽言, 乃爲此等人所詆辱, 臣豈可晏然而已。
上答以勿辭察職。
- 【태백산사고본】 4책 4권 46장 A면【국편영인본】 37책 203면
- 【분류】인사-임면(任免) / 정론-간쟁(諫諍) / 사법-치안(治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