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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종실록 22권, 현종 15년 7월 1일 계해 1번째기사 1674년 청 강희(康熙) 13년

포의 신 윤휴가 북벌의 밀소를 올리다

포의(布衣) 신 윤휴(尹鑴)가 밀소(密疏)를 올리기를,

"신은 듣건대, 세상의 걱정거리를 없애는 자는 반드시 온 세상의 복을 누리고 세상의 의리를 붙들어 세우는 자는 반드시 세상에 이름이 난다고 하였는데, 그 방법은 시세를 이용하여 기미를 살피고 재빨리 도모하는 데 있습니다.

아, 병자·정축년의 일은 하늘이 우리를 돌봐주지 않아 일어난 것입니다. 그리하여 짐승같은 것들이 핍박해 와 우리를 남한 산성으로 몰아넣고 우리를 삼전도에서 곤욕을 주었으며, 우리 백성을 도륙하고 우리 의관(衣冠)을 갈기갈기 찢어버렸습니다. 이때를 당하여 우리 선왕께서는 종사를 위해 죽지 아니하고 백성을 위해 수치심을 버렸습니다. 그리고는 피눈물을 흘리며 부끄러워 가슴을 어루만지면서 한번 치욕을 씻고자 하였는데, 지금에 이르러 해가 여러 번 바뀌니 사람들의 마음에 분노가 가득 찼습니다. 오늘날 북쪽의 소식에 대해 자세히 알 수는 없습니다만, 추악한 것들이 점령한 지 오래되자 중국 땅에 원망과 노여움이 바야흐로 일어나 오삼계(吳三桂)는 서쪽에서 일어나고 공유덕(孔有德)은 남쪽에서 연합하고 달단(韃靼)은 북쪽에서 엿보고 정경(鄭經)은 동쪽에서 노리고 있으며 머리털을 깎인 유민들이 가슴을 치고 울먹이며 명나라를 잊지 않고 있다 하니, 가만히 태풍의 여운을 듣건대 천하의 대세를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이웃에 있는 나라로서 요충 지대에 처해 있고 저들의 뒤에 위치하고 있어 전성의 형세가 있는데도, 이때 군대를 동원하고 격서를 띄워 천하에 앞장서서, 그들의 세력을 가르고 마음을 놀라게 하여 천하의 근심을 같이 근심하고 천하의 의리를 붙들어 세우지 않는다면, 칼을 쥐고도 베지 않고 활을 만지작거리기만 하고 쏘지 않는 것이 애석할 뿐만 아니라, 실로 우리 성상께서 유업을 계승하려는 마음이 우리 조종과 선왕을 감격시키거나 천하 후세에 할말을 남길 수 없게 될까 염려됩니다."

하고, 또 아뢰기를,

"우리 신종 황제가 우리를 위해 천하의 병력을 동원하고 대부(大府)의 막대한 재정을 들였으며, 문관 무장들은 전쟁터에서 목숨을 아끼지 않고 7년 동안이나 전쟁을 치르다가 남해에서 군사를 거두면서 물불 속에서 건져내 편안한 자리에다 올려 놓았습니다. 멸망해 가려는 것을 일으키고 넘어지려는 것을 붙들어 세운 그 덕이 하늘처럼 끝이 없으니, 고금을 통해 속국으로서 중국에게 이처럼 힘입은 적은 없었습니다. 이 때문에 우리 소경 대왕께서 힘으로는 은혜를 갚을 수 없고 사세 또한 조화에 수응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종신토록 서쪽을 등지고 앉지 않아, 마치 물이 만 번 굽이쳐도 반드시 동쪽으로 향해 흐르는 것처럼 굳건한 뜻을 보이셨으며, 재조번방(再造藩邦)이라는 네 글자를 손수 크게 써서 명나라 장사의 사당에다 붙여 두어 우리 자손과 신하들에게 뚜렷이 보이셨으니, 그 뜻과 계획이 또한 애절하고 원대하다 하겠습니다. 우리 인조 대왕께서 매달 초하루마다 절하고 슬퍼하신 일과 효종 대왕께서 조정에 임하여 탄식하시던 마음은 성상의 마음 속에 뚜렷하고 천지의 귀신이 실로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아, 효종 대왕께서는 10년 동안 왕위에 계시면서 새벽부터 주무실 때까지 군사 정책에 대해 묻고 인사를 불러들여 사전에 대비하셨으니 어찌 북쪽으로 전진해 보려는 마음을 하루라도 잊은 적이 있었겠습니까. 안배도 완전하게 하였으며 부서도 두기 시작했으나, 하늘이 순리대로 돕지 않아 중도에 승하하시어 웅장한 계획과 큰 뜻이 천추에 한을 남기고 말았습니다만, 이는 천명이 아직 이르지 않아 그런 것으로서 전하께서 근심해야 합니다. 선왕께서 크고 어려운 일을 남기어 뒷사람에게 주셨으니 우리 성상께서는 참으로 큰 뜻을 세우고 좋은 말을 널리 받아들여 하늘을 받들고 조종을 계승하며 유지에 따라 일을 해, 잔폭하고 더러운 것들을 제거하고 큰 의리를 붙들어 세우며 큰 수치를 씻을 것을 도모하여 천하에 허물을 사과하고 천하의 복을 맞이해야지 구차하게만 해서는 아니될 것입니다. 때는 쫓아갈 수 없으며 기회는 놓쳐서는 안 됩니다. 시기를 이용하고 사세를 틈타 자신의 보존을 도모하는 것도 여기에 있는 것입니다. 지(志)에 ‘때가 이르렀는데도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도리어 어지러움을 당하게 되고 하늘이 주는데도 가지지 않으면 도리어 재앙을 받는다.’고 하였는데 오직 지금이 그러한 때입니다.

송나라 주문공(朱文公)016) 의 상소에 ‘신은 하루아침에 상제가 크게 노하여 초야에서 참람하게 난을 일으켜 의리의 기치를 들고 일어나게 하거나 오랑캐들이 밖에서 얕잡아보고 잘못을 추궁하려고 군사를 일으키게 할까 두렵다.’ 하였는데, 지금 오랑캐의 운수가 전환되어 오삼계가 난을 일으키자 중국 안이 뒤숭숭해졌으니 일역(日域)의 힘이 넉넉히 천하를 뒤흔들 수 있으며, 정인(鄭人)의 마음을 예측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스스로 수립하지 못하면 저들이 우리보다 먼저 채찍을 추켜 들고 우리를 나무라거나 혹은 광복이 된 날에 우리들이 그들과 협심하고 끝끝내 마음을 고쳐 먹지 않은 내막을 추궁한다면 비록 지혜가 있는 자라 하더라도 나라를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것입니다."

하고 또 아뢰기를,

"우리 나라의 정예로운 병력과 강한 활솜씨는 천하에 소문이 난데다가 화포와 조총을 곁들이면 넉넉히 진격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병사 1만 대(隊)를 뽑아 북경을 향해 기어코 앞으로 나아가 등을 치고 목을 조이는 한편, 바다의 한 쪽 길을 터 정인과 약속해 힘을 합쳐서 심장부를 혼란시킵니다. 그러고는 연주(燕州)·계주(薊州)·요하(遼河) 이북 야춘(野春)의 모든 부서와 일역의 여러 섬, 그리고 청(靑)·제(齊)·회(淮)·절(浙) 등지에 격서를 전하고 서촉(西蜀)까지 알리어서 그들로 하여금 함께 미워하고 같이 떨치어 일어나게 한다면 그들의 교활한 마음을 놀라게 할 수 있으며 천하의 충의로운 기운을 격동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혹은 그들 스스로가 추악한 것들을 서로 무찌르거나 혹은 개돼지 같은 것들로 하여금 웅거한 곳을 잃게 하여 사람들이 그들을 앞다투어 쫓을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우리는 의려(醫閭)017) 에 가로질러 웅거하여 유주와 심양을 조여들면서 천하 사람들에게 어떻게 할 것인지 명령해 줄 것을 청하고 제실(帝室)을 붙들어 세운 주나라의 문공(文公)이나 환공(桓公)같은 역할을 하기에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인류의 기강을 닦아 하늘에 보답하고 수치를 씻어 군부(君父)에게 보답하며, 조종을 빛내고 자손을 보호하며, 지난날의 허물을 지우고 앞으로 천하 사람들이 입을 화를 막으려면 이 일 말고는 다른 할 일이 없습니다."

하고, 또 아뢰기를,

"《주역》의 도리는 이로운 것으로써 의리를 조성하고 《춘추》의 의리는 패배하더라도 영광스럽게 여깁니다. 때가 이르렀고 일도 할 만합니다만, 결단을 내려 실천하는 것은 성상의 한 마음에 달려 있습니다."

하고, 또 아뢰기를,

"반드시 신의 말을 거듭해 읽고 깊이 유념하여 굳센 덕을 분발하고 신명한 도략을 펴서 마음에 결단을 내리시되 여러 신하들에게 물어서 큰 계획을 정하며, 용맹한 장수를 등용하고 인걸을 두루 초빙하여 성상을 돕게 하되 망설임이 없게 하며 두려워하지 않게 하여 대업을 끝마치소서. 그러면 실로 천하와 종사를 위해 매우 다행이겠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2책 22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37책 68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왕실-국왕(國王) / 군사(軍事) / 역사-고사(故事)

  • [註 016]
    주문공(朱文公) : 주희(朱熹).
  • [註 017]
    의려(醫閭) : 산의 이름. 북진현(北鎭縣)에 있음.

○癸亥朔/布衣臣尹鑴進密疏曰:

臣聞除天下之憂者, 必享天下之福, 扶天下之義者, 必受天下之名, 其道在因時乘勢, 審其幾而亟圖之。 嗚呼! 丙丁之事, 天不弔我。 禽獸逼人, 〔棲〕 我於會稽, 厄我於靑城, 虔劉我赤子, 毁裂我衣冠。 當是時, 我先王忍一死爲宗社, 捐一恥爲萬姓。 而沫血飮泣, 含羞拊心, 思一有所出, 以至于今, 天道累周, 人心憤盈矣。 今日北方之聞, 雖不可詳, 醜類之竊據巳久, 華夏之怨怒方興, 起於西, 連於南, 〈㺚〉伺於北, 窺於東, 薙髮遺民, 叩胸呑聲, 不忘思之心, 側聽風颷之響, 天下之大勢, 可知也巳。 我以隣比之邦, 處要害之地, 居天下之後, 有全盛之形, 而不於此時, 興一旅, 馳一檄, 爲天下倡, 以披其勢震其心, 與共天下之憂, 以扶天下之義, 則不徒操刀不割, 撫機不發之爲可惜, 實恐我聖上遹追其承之心, 無以奏假於我祖宗我先王, 而有辭於天下萬世矣。 又曰, 我萬曆皇帝, 爲之動天下兵, 捐大府數百萬金, 文武將士, 不惜殞軀捐身於鋒鏑之下, 歲延七載, 收師南海, 以拔之水火之中, 措諸袵席之上。 其興滅扶顚之德, 與天無極, 此〔古〕 今屬國之未始有得於天朝者也。 以是我昭敬大王, 知力不足, 以報恩覆事, 無可以酬造化, 終身未嘗背西而坐, 以致萬折必東之志, 手書再造藩邦, 四大心畫, 寓之天朝將士廟中, 以昭示我子孫臣庶, 其意亦戚矣, 其猷亦遠矣。 抑我仁祖大王朔拜之慟, 孝宗大王臨朝之歎, 炳炳宸心, 天地鬼神, 實鑑臨之。 嗚呼! 孝宗大王, 臨御十年, 夙寤夜寢, 詰戎招士, 綢繆陰雨者, 何嘗一日忘北向之心哉? 布置亦完, 部署伊始, 天不助順, 中道而殂, 雄圖大志, 遺恨於千秋, 此天時未至而憂在殿下也。 先王遺大投艱, 以畀後之人, 我聖上誠宜克立大志, 恢張聖聽, 以爲承天似祖, 繼志述事, 除殘去穢, 〔扶〕 弘義灑大恥之圖, 以謝天下之咎, 以迓天下之福, 不宜苟焉而巳。 時不可追, 幾不可失。 因時乘勢, 保己圖存, 亦惟在此耳。 志曰: "時至不斷, 反受其亂, 天與不取, 反受其殃。" 惟此時爲然也。 朱文公之疏有曰: "臣恐一朝, 上帝震怒, 草野僭亂, 將仗義而起, 夷狄外侮, 興問罪之師。" 方今胡運且轉矣, 旣發難矣, 方內巳騷矣, 日域之力, 足以搖動天下, 人之心, 有不可測。 我不能自樹, 彼或能先我着鞭, 得加我以辭, 或於匡復之日, 問我黨援怙終之情, 則雖有智者, 不知爲國計矣。 又曰, 我國精兵、勁矢, 聞於天下, 火砲、飛丸, 足以方行。 得選卒萬隊, 北首燕山, 規恢進取, 以拊其背而扼其吭, 開海洋一路, 約人竝勢, 以撓其腹裏。 以傳檄遼河迤北野春諸部日域諸島等處, 以通於西蜀, 使同仇疾, 與共奮起, 可以襲狡焉之心, 皷天下忠義之氣。 或能使自相屠裂於其醜, 或可使太豕失據, 而人競逐之。 我顧不難橫據醫閭, 薄逐, 而爲天下請命矣, 爲帝室矣。 其所以修人紀答天心, 攘羞恥報君父, 光祖宗保子孫, 而除已往之咎, 禦方來之禍, 天下之人者, 舍是無事矣。 又曰, 《大易》之道, 利而和義, 《春秋》之義, 雖敗亦榮。 時至耳, 事可耳, 斷而行之, 在聖上一心耳。 又曰, 必須反覆臣言, 深留睿思, 奮乾剛之德, 運神明之籌, 斷自淵衷, 詢諸信臣, 以定大計, 進厥〔虓〕 闞, 旁招俊乂, 以强輔聖志, 無疑無阻, 不〔戁〕 不悚, 以克究大業。 實天下幸甚, 宗社幸甚。


  • 【태백산사고본】 22책 22권 22장 A면【국편영인본】 37책 68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왕실-국왕(國王) / 군사(軍事) / 역사-고사(故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