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빈을 책봉하다
상이 원유관(遠遊冠)·강사포(絳紗袍)를 갖추고 숭정전(崇政殿)에 나아가 김씨(金氏)를 책봉하여 왕세자빈(王世子嬪)으로 삼았다. 그 교명문(敎命文)에 이르기를,
"예로부터 국가에서는 반드시 세자를 미리 세워서 나라의 근본을 튼튼하게 하였고, 또한 깨끗하고 현명한 사람을 널리 구하여 길상(吉祥)을 정하고 배필을 세워서 부인의 일을 잇게 하였다. 이는 인륜이 시작되는 바이매 임금 교화의 바탕이니, 참으로 어려운 일이다. 그러므로 내가 선왕의 큰 명을 이어받아 가르침을 받들어 따르고 아름다운 법을 살피고 삼가서 신명과 백성의 뜻에 맞기를 바랐었다. 내 원사(元嗣)는 총명이 뛰어나서 일찍부터 종묘의 제사를 주관하는 중책을 받아 백성들이 이름을 우러러 보고 있으니, 아름다운 짝을 가려 그 아름다움을 같이 하게 하고 그 법도를 보이게 해야겠다.
아, 너 김씨는 덕스러운 성품을 하늘에서 받아 온순함이 어려서부터 나타났다. 네 조상 때부터 대대로 덕을 쌓아 가르침이 집에서 이루어지고 은택이 후손에 미쳤다. 이에 아름다운 여자를 길러 내가 자나 깨나 찾는 바에 응하였다. 그리하여 두루 간택을 거쳤는데 내 마음에 들었다. 말과 행실을 보고는 궁위(宮闈)가 모두 경하하고 점을 쳐보면 거북점과 시초점이 다 길하다 하였고 외조(外朝)에 물어 보면 사대부들이 모두 동의하니, 휘장(徽章)을 주는 예에 실로 합당하다.
그러므로 정사 심익현(沈益顯)과 부사 김수항(金壽恒)을 보내어 절(節)을 가지고 예를 갖추어서 너를 왕세자빈으로 책봉하게 한다. 내 듣건대, 양(陽)의 덕은 음(陰)이 도와주는 공이 아니면 펴지 못하고 남자의 가르침은 여자가 순종하지 않으면 나타나지 못하는 것이니 이 상복(象服)005) 에 어울리게 하는 것이 모두 너에게 달려 있다. 우리 종사(宗事)를 이어받고 우리 세자를 돕는 것은 효도와 공경, 화목과 순종에 있다. 그러니 너는 성심으로 이것을 생각하여 사치로 의리를 잃거나 방종으로 예의를 무너뜨리지 말고 오직 부지런하고 검소하여 끝까지 한결같이 하라. 그리하여 상제의 누이에 견줄 만한 아름다움이 주(周)나라에만 있게 하지 말라. 아, 공경하고 아름답게 하여 한없이 명예를 전파하는 것은 네가 어질기에 달려 있고 자손이 백세(百世)토록 전하여 우리 국가가 끝이 없게 하는 것도 네가 몸받기에 달려 있으니, 밤낮으로 공경하여 내 가르침을 욕되게 하지 말라."
하였다. 글은 대제학 김수항(金壽恒)이 지어 바치고 개성 유수 이정영(李正英)이 썼다.
- 【태백산사고본】 19책 19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36책 692면
- 【분류】왕실-종친(宗親)
- [註 005]상복(象服) : 부인의 예복.
○癸酉/上具遠遊冠、絳紗袍, 御崇政殿, 冊金氏爲王世子嬪。 敎命文曰:
自昔有國家, 必預樹冡儲, 以固國本, 亦惟博求淑哲, 定祥建配, 以啓纉女之業。 人倫攸始, 王化攸基, 玆惟艱哉。 肆予承寧王休命, 奉若謨訓, 考愼令典, 以祈協于神民。 粤予元嗣, 聰明岐嶷, 夙膺主鬯之重, 名號縶于百姓, 宜采嘉耦, 以儷厥美, 以觀厥刑。 咨爾金氏, 德性稟乎天, 和柔則著於沖年。 自乃祖世種德, 敎成于家, 澤流于後昆。 寔毓碩媛, 以應我寤寐求。 爰玆歷選,惟簡在予心。 迺相言容, 宮闈胥慶, 廼稽于卜, 龜筮協從, 廼詢于外朝, 卿士僉同, 徽章所加, 禮實宜之。 玆遣正使沈益顯、副使金壽恒, 持節備禮, 冊爾爲王世子嬪。 予聞陽德, 非陰功莫宣, 男敎非婦順不章, 稱是象服, 罔不在爾。 承我宗事, 輔我元良, 在孝敬、在和順。 爾忱念玆, 毌以侈滅義, 毌以逸敗禮, 惟勤惟儉, 終始惟一。 罔俾俔天之妹, 專美有周。 於戲! 思齊思媚, 播無窮之聞, 惟爾賢, 本支百世, 俾我邦家無斁, 惟爾體, 敬哉夙夜, 毌忝予訓。
- 【태백산사고본】 19책 19권 15장 A면【국편영인본】 36책 692면
- 【분류】왕실-종친(宗親)