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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종실록 19권, 현종 12년 3월 21일 임신 2번째기사 1671년 청 강희(康熙) 10년

충청 감사 이홍연이 연산의 여비가 자식들을 먹은 일로 치계하니 답하다

충청 감사 이홍연(李弘淵)이 치계하기를,

"연산(連山)에 사는 사가의 여비 순례(順禮)가 깊은 골짜기 속에서 살면서 그의 다섯 살된 딸과 세 살된 아들을 죽여서 먹었는데, 같은 마을 사람이 전하는 말을 듣고 가서 사실 여부를 물었더니 ‘아들과 딸이 병 때문에 죽었는데 큰 병을 앓고 굶주리던 중에 과연 삶아 먹었으나 죽여서 먹은 것은 아니다.’고 하였다 합니다. 이른바 순례는 보기에 흉칙하고 참혹하여 얼굴이나 살갗·머리털이 조금도 사람 모양이 없고 마치 미친 귀신 같은 꼴이였다니 반드시 실성한 사람일 것입니다. 그렇지만 실성하였다 하더라도 이는 실로 예전에 없었던 일이고 범한 것이 매우 흉악하므로 잠시 엄히 가두어 놓았습니다. 해조를 시켜 품처하게 하소서."

하였는데, 정원이 아뢰기를,

"이번에 연산 사람이 아들과 딸을 삶아 먹은 변은 매우 놀랍고 참혹합니다. 자애로운 성품은 천부적으로 같이 타고 나는 것인데 그가 흉칙하고 완고하더라도 어찌 지각이 없겠습니까. 심한 굶주림에 부대껴서 이토록 악한 짓을 하였으니, 이것은 교화가 크게 무너진 데 말미암은 것이지만 실로 진휼의 정사가 허술해서 그런 것입니다. 도신(道臣)은 먼저 수령의 죄를 거론해야 할 것인데 면의 책임자들만 다스리고 말았으니 놀라운 일입니다. 감사와 수령을 모두 무겁게 추고하소서. 이어서 생각하건대, 국가에서 구황 정책에 대한 강구를 여러모로 극진히 하고 있으나 부고(府庫)는 다 비고 관리는 지쳐서 굶주려 낯빛이 누런 백성이 마치 물고기가 위로 향하여 입을 벌리듯이 갈망하다가 장차 다 죽게 되었는데, 더구나 이제 봄가뭄의 조짐이 이미 있어 밀보리가 점점 말라가고 있으므로 흙처럼 무너지고 기와처럼 깨지는 화(禍)가 훤히 드러나있는 때이겠습니까. 서울 안 진휼청을 설치한 곳에 다시 더 주의시키고 각도의 감사에게 글을 만들어 하유하여 진휼의 정사가 미진한 걱정이 없게 해야 하겠습니다."

하니, 상이 답하기를,

"아침에 장계를 보고 놀랍고 슬퍼서 차마 말할 수도 없었으나 말이 명백하지 않아서 상세히 알기 어렵다. 해조에 계하하는 데에는 뜻이 있거니와, 범연히 추고하기를 청한 것은 착실하지 않은 듯하나 계사가 이러하니 우선 추고하라. 마지막에 경계한 뜻은 참으로 절실하므로 매우 감탄하였다. 내가 유념하겠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9책 19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36책 691면
  • 【분류】
    사법-치안(治安) / 사법-탄핵(彈劾) / 신분-천인(賤人) / 구휼(救恤)

忠淸監司李弘淵馳啓曰: "連山私婢順禮居在深谷中,殺食其五歲女三歲子, 同里人, 聞其傳說之言, 往問眞僞,則答以: ‘子女因病而死, 大病飢餒中, 果爲烹食, 而非殺食’ 云。 所謂順禮, 所見凶慘, 面目肌髮, 略無人形, 如狂鬼之狀, 必是失性之人。 雖曰失性, 此實前古所未有之事, 而所犯極凶, 姑爲嚴囚。 請令該曹稟處。" 政院啓曰: "今此連山人烹食子女之變, 極爲驚慘。 慈愛之性, 天賦同得, 彼雖凶頑, 豈無知覺。 飢火所迫, 爲惡至此, 此雖由於風化之大壞, 實因賑政之踈漏而然也。 道臣所當先擧守令之罪, 而只治面任輩而止, 事涉可駭。 請監司守令竝從重推考。 仍竊伏念, 朝家講究荒政, 靡不用極, 府庫罄匱, 官吏竭蹶, 而菜色之民, 魚喁將盡, 況今春旱已兆, 兩麥漸枯, 土崩瓦解之禍, 不在於冥冥。 宜令京中設賑處, 更加申飭, 諸道監司處, 措辭下諭, 俾無賑政未盡之患。" 上答曰: "朝觀狀啓, 驚心慘惻不可忍言, 而措辭不明, 有難詳知。 啓下該曹, 意有所在, 泛然請推, 似非着實, 而啓辭如此, 姑先推考。 末端誡誨之意, 誠深切實, 甚用感歎, 予當留意焉。"


  • 【태백산사고본】 19책 19권 14장 B면【국편영인본】 36책 691면
  • 【분류】
    사법-치안(治安) / 사법-탄핵(彈劾) / 신분-천인(賤人) / 구휼(救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