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들과 동지사의 장계를 의논하다
상이 흥정당(興政堂)에 나아가 대신과 비국의 재신들을 인견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동지사의 장계 가운데에 이른바 ‘신하가 강하다.’는 말은 참으로 괴이하다. 전에는 조참(朝參) 때에 차[茶]를 돌리고 파하는 것에 지나지 않았는데 이제는 두어 걸음 안으로 불러들인 것은 우대하는 뜻인 듯하나, 돌아가 국왕에게 말하라 하고 사신의 말을 듣고는 빙그레 웃고 곧 나가게 한 것은 반드시 이 말을 하기 위해서 한 것일 것이다. 혹 뒷날의 근심이 없지도 않을 것이니 음험 간사하여 헤아릴 수 없는 것이 심하다."
하자, 좌의정 허적(許積)이 아뢰기를,
"신의 생각으로는 어쩌면 우대하는 뜻에서 나온 것으로서 깊이 근심할 것이 아니라고 여겨집니다."
하고, 병조 판서 김좌명(金佐明)이 아뢰기를,
"불러서 만나보고 왕실의 가까운 친척이기 때문에 말하였다고 한 것은 은근한 뜻인 듯합니다마는, 신들은 다 신하인데 신하가 강하다는 말에 어찌 깊은 우려가 없겠습니까."
하고, 지중추 유혁연(柳赫然)이 아뢰기를,
"신하가 강하다는 말은 그 유래가 대개 오래되었습니다. 전에 칙사가 왔을 때부터 주상은 어질고 슬기로운데 신하는 불량하다는 말이 또한 있었습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9책 19권 10장 A면【국편영인본】 36책 689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외교-야(野)
○癸卯/上御興政堂, 引見大臣備局諸宰。 上曰: "冬至使狀啓中所謂: ‘臣强之說,’ 誠可怪也。 在前朝參時, 不過行茶而罷, 今乃招入於數步之內, 似是優待之意, 而其曰歸語國王, 及聞使臣之言, 又微笑, 而卽令出去者, 此必專爲此言而發。 或不無日後之憂, 其爲陰譎叵測甚矣。 左議政許積曰: "臣意則或者出於優待, 而非深憂也。" 兵曹判書金佐明曰: "招見而謂之王室至親有所云云者, 似是殷勤之意, 而臣等皆臣子也, 臣强之說, 豈無深憂。" 知中樞柳赫然曰: "臣强之說, 其本蓋久。 自前勑使時, 亦有主上仁聖, 而臣下不良之語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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