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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종실록17권, 현종 10년 11월 17일 병오 1번째기사 1669년 청 강희(康熙) 8년

왕의 병세가 심해져 침으로 종기를 따다

상이 집상전(集祥殿)에 나아가 종기를 터뜨렸는데, 도제조 이하가 숙직하였다. 이날 상의 종기가 난 부분의 증세가 더욱 악화되자 약방에 명하여 침으로 따버릴 것인가를 의논하게 하였다. 약방이 여러 의원들과 들어가서 진찰해 보고 결정할 것을 청하자, 상이 허락하여 허적 등이 입시하였다. 상의 종기는 크기가 작은 병만하였는데, 여문 부분은 색이 몹시 붉었으며 상의 신색도 매우 좋지 못했다. 약의(藥醫) 등은 하루 이틀 더 기다리자고 하고 침의(鍼醫) 등은 고름을 따버리자고 하는 등 의견이 일치되지 않자, 상이 큰 소리로 이르기를,

"길가에 집을 지으면 삼년이 되어도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하였다. 의원들이 이렇게 많으니 의논이 어떻게 일치되겠느냐. 고름따는 것을 지체하다가 만일 두통이나 오한이 있게 되면 어쩔려고 하느냐. 속히 침놓을 기구를 갖추고 오도록 하라."

하니, 허적이 아뢰기를,

"신이 물러나 여러 대신들에게 이 의논을 통지하는 한편 여러 기구들을 갖추어 다시 입시하겠습니다."

하자, 상이 이르기를,

"그러다가는 시간이 늦어질까 염려된다."

하니, 허적이 아뢰기를,

"막중한 일을 어찌 밖에 있는 대신들에게 알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자, 상이 이르기를,

"지금 온 머리가 지끈거리는 데다가 또 정수리 부위가 가끔 통증이 오는데, 날씨가 추워서 그러는 것인가?"

하였다. 허적이 물러가기를 청하자, 도승지 권대운이 아뢰기를,

"군부의 병환은 밖에 있는 대신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하고, 마침내 물러났다.

이때 상의 핵환(核患)이 갑자기 심해졌는데, 여러 의원들이 증세를 파악해내지 못했다. 조정의 의논은 모두들 의원들의 말을 가벼이 믿고서 경솔하게 침을 댈 수 없다고 하며 의논들이 구구했으므로 인심이 흉흉하였으며, 약방의 여러 신하들도 얼굴에 핏기가 없었다. 다시 입시하여 침반(鍼盤)을 올리자, 상이 겉옷을 벗었다. 침으로 따려하자 얼굴색이 변했는데, 대개 그것은 여러 의원들이 이에 앞서 혹에는 침을 대선 안 된다고 말하여 상의 마음에 의심을 일으켰기 때문이었다. 침을 대자 고름이 거의 한 되 가량 나왔다. 상의 낯빛이 비로소 온화해지며 시원하다고 하자, 도제조 이하가 기뻐 자신들도 모르게 소리를 질렀다. 상이 이르기를,

"오늘 몹시 땡겼기 때문에 기어코 침으로 따려 했다. 종기를 따버리고 나니 마음이 아주 시원하다."

하며, 매우 기뻐하였다. 허적이, 약방이 숙직해야 할 것을 아뢰고 물러나오니, 여러 신하들이 모두 매우 기뻐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7책 17권 43장 B면【국편영인본】 36책 653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丙午/上御集祥殿破腫, 都提調以下直宿。 是日上核處濃勢益盛, 命藥房議受鍼。 藥房請與諸醫入診議定, 上許之, 許積等入侍。 上結核大如小甁, 作頭處色甚赤, 上神色甚不平。 藥醫等以爲可待一二日, 鍼醫等請破濃, 論議猶不一, 上厲聲曰: "作舍道傍, 三年不成。 醫官如是之多, 議論何能歸一乎? 遲待破濃, 若有頭痛寒熱, 將奈何。 速取受鍼諸具來。" 曰: "臣當退出, 通議諸大臣, 且備諸具, 更入侍矣。" 上曰: "如此, 則恐遲時刻也。" 曰: "莫重之事, 豈可不通在外大臣乎。" 上曰: "此時困惱頗甚, 且頂部暫痛, 無乃日寒而然耶?" 請退, 都承旨權大運曰: "君父病患, 不可不通於在外大臣也。" 遂出。 時上核患猝劇, 諸醫未詳症候。 廷議皆以爲: ‘不可輕信醫言, 率爾受鍼, 論議多端, 人情洶洶, 藥房諸臣, 面無人色。 及更入侍, 進鍼盤, 上脫表衣。 將受鍼色變, 蓋以諸醫, 先以癭瘤不可鍼, 疑上心也。 下鍼出濃至一升。 上色始和曰: 頗覺蘇快, 都提調以下驚喜, 不覺出聲。 上曰: "今日牽引甚, 故決意受鍼。 旣破之後, 心頗蘇快矣。" 甚喜。 許積仍達藥房直宿而退, 群下莫不驚喜。


    • 【태백산사고본】 17책 17권 43장 B면【국편영인본】 36책 653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