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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종실록16권, 현종 10년 3월 4일 정유 2번째기사 1669년 청 강희(康熙) 8년

동지사 이경억·정윤·박세당이 돌아와 청국의 정세를 보고하다

동지정사 이경억(李慶億), 부사 정윤(鄭錀), 서장관 박세당(朴世堂)이 연경(燕京)에서 돌아왔다. 상이 인견하고 저들의 사정을 하문하니 이경억 등이 모두 듣고 본 것으로 대답하기를,

"우리 나라 사람들은 매번 저들의 사치가 이미 극에 달하였으니, 반드시 패망할 것이라고 말하는데 이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저들은 이미 전쟁도 없고 땅을 남쪽 끝까지 얻어서 물화(物貨)가 집중되어 편안히 부귀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정조(正朝) 때에 그들을 보니 비록 하급 관리라도 모두 흑초구(黑貂裘)를 입었고, 사용하는 기물은 화려하여 눈이 어지러울 정도였습니다. 우리 나라의 가난하고 검소한 눈으로 보았기 때문에 과도하다고 여기는 것이지 이것은 결코 망할 조짐이 아닙니다. 가장 위험한 것은 한인(漢人)을 침학함이 끝이 없어서 모두 언제나 망할꼬 하는 탄식을 하고 있으니, 만일 뛰어난 사람이 한번 외친다면 장차 반드시 흙덩이가 무너지는 듯 기와가 깨지듯 하는 형세가 있을 것입니다."

하였다. 정태화가 말하기를,

"지난번에 걱정되었던 것은 몽고(蒙古)에서 변란을 일으켜 조공의 길이 막히는 것이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습니까?"

하니, 이경억이 답하기를,

"희봉구 부락(喜峰口部落)이 매우 강성하므로 청인(淸人)들이 두려워 하고 있으나 모반(謀反)하는 실상까지는 있지 않았고, 서달(西㺚) 역시 당장 난을 일으키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염려되는 것이라면 임금의 정령(政令)이 혹독하여 한인(漢人)의 원망과 노여움이 깊이 쌓였다는 점입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6책 16권 29장 A면【국편영인본】 36책 619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외교-야(野)

    ○冬至正使李慶億、副使鄭錀、書狀官朴世堂燕京還。 上引見, 問彼中事狀, 慶億等俱以所聞見對曰: "我國人每以彼中奢侈已極, 必以覆亡爲言, 而此有不然。 彼中旣無兵革, 得地極南, 而物貨輻輳, 安享富貴。 以正朝時見之, 雖下官, 皆着黑貂裘, 服御器物, 華靡奪目。 以我國寒儉之目見之, 故以爲過度, 而此不必爲其亡兆。 最可危者, 侵虐漢人, 罔有紀極, 皆有曷喪之歎, 若有桀驁者一呼, 則將必有土崩瓦解之勢矣。" 鄭太和曰: "向之所憂者, 蒙古作變, 梗於貢路, 此則不然乎?" 慶億曰: "喜峰口部落甚强, 故淸人畏之, 而至於謀反, 則未有實狀, 西㺚亦無朝夕作亂之事。 所可慮者, 皇帝政令苛虐, 漢人有積怨深怒也云。"


    • 【태백산사고본】 16책 16권 29장 A면【국편영인본】 36책 619면
    • 【분류】
      왕실-국왕(國王) / 외교-야(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