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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종실록10권, 현종 6년 5월 11일 병신 5번째기사 1665년 청 강희(康熙) 4년

영상·형조 판서를 불러 도내 죄인을 심리케 하고 부세 감면을 논하다

상이 행궁에 나아가 영의정 정태화, 형조 판서 김좌명을 불러 도내의 죄인을 심리하게 한 다음 온 가족이 변방으로 이주한 자 중에 죄가 가벼운 자 25인을 방면하고, 한 사람을 감등하였다. 명하여 우찬성 송시열, 대사헌 송준길, 부호군 이유태, 충청 감사 김시진(金始振)을 인견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부세를 감면하는 일에 대하여 경들과 더불어 의논하여 결정하려고 한다. 다른 고을은 추후에 시행하더라도 이 고을은 반드시 지금 서둘러 시행하여 조정의 덕의를 알게끔 하고자 한다."

하니, 태화가 아뢰기를,

"고사에도 조세를 감해준 일이 있었으니 만약 조세를 감해주고자 하신다면 마땅히 대동 전세미로 헤아려 감해야 할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시진에게 물으니, 시진이 대답하기를,

"온양에 정한 역이 가장 혹심합니다. 그 다음으로는 직산(稷山)·예산(禮山)·신창(新昌)·대흥(大興)·천안(天安) 등의 고을이며, 또 그 다음으로는 아산(牙山)·목천(木川)·덕산(德山)·전의(全義)·진천(鎭川)·공주(公州) 등의 고을입니다. 그 외에 멀리 떨어진 고을은 여러 물건을 나누어 분담시키는 데에 불과하고 별로 역을 정한 일은 없습니다. 그러니 비록 부세를 감면한다고 하더라도 멀리 떨어진 고을에까지 두루 견감해 줄 필요가 있겠습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온양은 전세를 모두 감면하라. 그리고 1등 고을은 쌀 2두, 2등 고을은 1두를 감하라."

하였다. 준길이 아뢰기를,

"신이 시골에 있으면서 들으니, 백성의 신역이 가장 지나치게 중한데 고통스러움과 원망 근심이 근래에 더욱 심하다 합니다. 지금 거둥을 하신 날에 덕음(德音)을 한 지역에 두루 미치게 하기에는 진실로 어렵습니다. 그런데 지난번에 신역과 받아들이지 못한 관의 곡식을 탕감해 주라는 명이 있었으나 끝내 백성들에게 실질적인 혜택이 미치지 못하였기 때문에 백성들이 모두 실망하고 있습니다. 대개 비록 관에 납부할 곡식을 탕감해 주라고 하였으나 아직 받아들이지 않은 것을 이미 받아들인 것으로 수령들이 하였기에 별로 탕감할 것이 없기 때문입니다. 또 징수할 곳이 없는 부류 중에 도망갔거나 사망한 자만을 포함시키고, 가난하여 구걸하는 자들은 여기에 포함시키지 않았습니다. 백성들이 실질적인 혜택을 느끼지 못하는 것은 참으로 이 때문입니다. 백성들의 심한 고통거리는 신역보다 더한 것이 없으므로 반드시 별도의 조처가 있어야만 백성의 마음을 위로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한두 말을 증감하는 일에 있어서는 마땅히 대신들이 스스로 여쭈어 정해 시행하겠지만, 조정의 덕의(德意)는 모름지기 널리 시행되어야 하니 상께서 마땅히 두루 시행하는 것을 위주로 하셔야 할 것입니다."

하자, 태화가 아뢰기를,

"널리 시행하는 것이 어찌 좋지 않겠습니까마는 일을 담당한 자와 감사들이 어렵게 여기고 있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그렇다면 등급을 셋으로 나누고, 한 도를 통틀어 등급에 따라 구분해서 감해주는 것이 어떠하겠는가?"

하자, 태화가 아뢰기를,

"그렇다면 첫째 등급은 세 말, 둘째 등급은 두 말, 셋째 등급은 한 말을 감해주도록 하되, 감사로 하여금 등급을 나누어 시행하도록 하소서."

하니, 상이 그렇게 하도록 하였다. 준길이 아뢰기를,

"금일의 민심은 실로 가상합니다. 상께서 건강을 회복하셨다는 말을 듣고는 모두 기뻐서 날뛰고 있는데, 어느 곳이라도 모두 그러합니다. 그러므로 신의 생각에는 구구하게 곡식을 감해주는 것으로는 조금이라도 백성의 바람을 보답하기에 부족하지 않을까 여겨집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그렇다면 한 도를 통틀어 봄가을로 각기 쌀 한 말씩을 감하도록 하라."

하였다. 시진이 아뢰기를,

"백성들이 겪는 신역의 고통은 전역(田役)보다 갑절이나 되는데, 한 사람의 집에서 납부하는 것이 혹은 10여 필에 달하며, 혹은 20여 필에 이르기도 합니다. 비록 사대부의 집안이라 하더라도 일시에 마련해 내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가난한 백성이겠습니까. 국가에서 비록 어린 아이에게는 정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지만, 양민이 날로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여전히 어린 아이를 충당하고 있습니다. 이래서 시달리는 백성들의 원망이 전적으로 신역에 있는 것이니, 실로 애긍하다고 하겠습니다. 하물며 이외에 또 이웃이나 친족의 대신으로 징수시키는 피해가 더욱 참혹하고 혹독한 경우이겠습니까."

하니, 준길이 아뢰기를,

"시진의 말이 옳습니다. 백성들의 신역이 이와 같이 편중되어 고통스럽기 때문에 비록 포흠(逋欠)된 곡식을 탕감하라는 명령이 있다고 하더라도 끝내 실질적인 혜택이 없게 되니, 신은 일찍이 이를 애통하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대신과 도신들이 모두 여기에 있으니 이는 실로 얻기 어려운 기회입니다. 그들과 더불어 상의하게 하되, 도망한 여부에 대해서는 논하지 말고 가난하여 구걸하며 납부하지 못할 자에 대해서 다시 자세히 조사하게 하여 탕감해 주는 것이 어떠하겠습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비국에 분부하여 자세히 조사하여 탕감하도록 하라."

하였다. 시열이 본직과 겸임하고 있는 성균 좨주를 사양하고 또 온천에서 목욕하기 위해 뒤처지려고 한다고 하였다. 준길도 병으로 수행하지 못하겠다는 뜻을 진술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하늘이 세상을 다스리고자 한다면 어찌 경들로 하여금 질병이 있게 하겠는가. 내 마땅히 기다리고 있을 것이니 경들은 나의 지극한 바람을 저버리지 말라."

하였다. 준길이 아뢰기를,

"옛날 사람이 말하기를 ‘말이 너의 마음에 거슬리거든 반드시 도에 맞는가 생각해 보고 말이 너의 뜻에 들어 맞거든 반드시 도가 아닌가 생각해 보라.’ 하였습니다. 연소한 대관들이 비록 간혹 과격하더라도 항상 애써 너그럽게 포용하여 기를 꺾지 말아야 합니다. 이것은 비단 임금의 훌륭한 덕일 뿐만이 아니라, 언로를 여는 것입니다. 근래 이민서(李敏叙)·김만기(金萬基)·민시중(閔蓍重) 같은 사람은 연소자 중에도 과감히 말하는 자들인데 오래도록 관직에 임명되지 못하고 있으니 어찌 미안한 일이 아니겠습니까. 옛날 사람 중에 현위(弦韋)를 차고 자신의 병통을 다스리는 자가 있었으니,009) 병을 살펴 약을 쓰는 것은 실로 학문상 공부해야 할 것입니다. 바라건대 더욱 유의하여 조심하는 생각을 갖도록 하소서."

하니, 상이 수긍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0책 10권 31장 A면【국편영인본】 36책 465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사법-행형(行刑) / 왕실-국왕(國王) / 재정-전세(田稅) / 재정-역(役) / 군사-군역(軍役) / 구휼(救恤)

  • [註 009]
    현위(弦韋)를 차고 자신의 병통을 다스리는 자가 있었으니, : 현(弦)은 활시위를 말하고 위(韋)는 잘 다스린 가죽을 말한다. 팽팽함과 느슨함, 급함과 느림을 시의적절하게 운용하기 위한 경계의 표시로 이들을 몸에 찬다.

○上御行宮, 命召領議政鄭太和、刑曹判書金佐明, 審理道內罪人, 放全家中罪輕者二十五人, 減等一人。 命引見右贊成宋時烈、大司憲宋浚吉、副護軍李惟泰忠淸監司金始振。 上曰: "蠲賦之事, 欲與卿等議定耳。 他邑則雖追後爲之, 而此邑則必欲趁此時爲之, 使知朝廷德意。" 太和曰: "故事有減租之事, 若欲減租, 則當就大同田稅中量減。" 上以問始振, 始振對曰: "溫陽則立役最苦。 其次則稷山禮山新昌大興天安等邑, 又其次則牙山木川德山全義鎭川公州等邑。 其餘遠邑, 則不過分定諸物, 而別無立役之事。 雖蠲賦, 何必遍及於遠邑乎。" 上曰: "溫陽, 則盡減田稅。 一等邑, 則減收米貳斗, 二等邑, 則減壹斗。" 浚吉曰: "臣在鄕, 聞民之身役, 最爲偏重, 疾苦愁怨, 近來特甚。 今當行幸之日, 誠難使德音, 遍及於一路。 而頃者身役及官糶逋欠, 有蕩滌之命, 終無及民實惠, 故民皆失望。 蓋官糶雖令蕩滌, 而守令以未捧爲已捧, 故別無蕩減之事。 且指徵無處之類, 只擧逃故者, 而貧殘丐乞者, 則不入其中。 民之不知實惠, 良以此也。 民之至痛, 莫如身役, 必有別樣處置, 然後可慰民心矣。 至於一二斗之增減, 大臣自當稟定行之, 而朝家德意, 必須廣施, 自上當以博施爲主可也。"太和曰: "博施豈不好, 而任事者及監司, 皆以爲難。" 上曰: "然則分爲三等, 通一道區別蠲減何如?" 太和曰: "然則一等減三斗, 二等減二斗, 三等減一斗, 請使監司分等擧行。" 上曰然。 浚吉曰: "今日民心, 實爲可嘉。 自聞上候平復, 悉皆喜躍, 到處皆然。 臣恐區區蠲減, 不足以少答民望矣。" 上曰: "然則通一道春秋收米, 各減一斗。" 始振曰: "民生身役之苦, 倍於田役, 一人之家, 所納者或至十四五匹, 或二十餘匹。 雖士大夫家, 尙難一時辦出, 況小民乎? 國家雖令不定兒弱, 而良民日少, 故兒弱之充定如前。 以此小民椎剝之怨, 幸在身役, 實可哀矜。 況此外又有隣族之害, 尤極慘毒者乎。" 浚吉曰: "始振之言是矣。 民之身役, 如是偏苦, 逋欠蕩滌, 雖有成命, 而終無實惠, 臣嘗痛之。 大臣及道臣, 皆在于此, 實是難得之會。 若令與之商議, 勿論逃亡與否, 貧寒丐乞不能備納者, 更使之精査蕩滌何如?" 上曰: "分付備局, 精査蕩滌。" 時烈辭本職及所兼成均祭酒, 且以沐浴溫泉, 爲落後之計。 浚吉亦陳病不能從之意。 上曰: "天欲平治, 則豈使卿等有疾乎。 予當佇待, 卿毋負予至意。" 浚吉曰: "古人有言曰: ‘有言逆于汝心, 必求諸道, 有言遜于汝志, 必求諸非道。’ 年少臺官, 雖或過激, 常務含容, 不加摧折。 此非但人主之盛德, 乃所以開言路也。 近來如李敏叙金萬基閔蓍重, 年少中敢言之人, 而久靳天點, 豈非未安乎。 古人有佩弦韋, 以治其病痛者, 察病加藥, 實是學問上下工夫處。 望加意惕念。" 上頷之。


  • 【태백산사고본】 10책 10권 31장 A면【국편영인본】 36책 465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사법-행형(行刑) / 왕실-국왕(國王) / 재정-전세(田稅) / 재정-역(役) / 군사-군역(軍役) / 구휼(救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