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과 좌상의 사면을 불허하고 재변에 대한 방책을 의논하다
상이 대신과 비국 당상을 인견하였다. 영상 정태화와 좌상 홍명하가 재변이 겹쳐 일어났다는 이유로 사면을 청하니, 상이 허락하지 않았다. 홍명하가 아뢰기를,
"재변을 해소시킬 방책에 대하여 모름지기 상하가 강구하여 그 방도를 다한 다음에야 하늘의 마음을 감동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용산강(龍山江) 물이 단류(斷流)되었다고 하니, 더욱 놀랍습니다."
하고, 정태화가 아뢰기를,
"항간에 떠도는 말을 듣건대, 강 여울 깊은 곳도 한 자가 못 되어 멀리서 바라보면 단류된 것 같았다고 합니다."
하고, 홍명하가 아뢰기를,
"지난날 혜성이 처음 나타났을 때에는 상하가 마음을 가다듬었는데 오래 지난 뒤에는 점차 해이해졌습니다. 이제 만약 전의 습관을 답습한다면, 어찌 민망하지 않겠습니까."
하고, 김좌명이 아뢰기를,
"이른바 수성(修省)이란 것은 정령을 베푸는 사이에서 구하여 새롭게 고치는 바가 있어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이는 한갓 수성한다는 이름만 있고 그 실제가 없는 것입니다."
하고, 홍명하가 아뢰기를,
"승지와 대간들이 쟁집하고 있는 이무에 대한 일은 규례에 따라 하는 말에 불과합니다. 지금 만약 특별히 서용한다면 어찌 아름답지 않겠습니까."
하고, 정태화가 아뢰기를,
"무릇 대간의 논의는 차라리 과격한 잘못을 저지를지언정 지나친 말을 하였다 하여 죄를 주어서는 결코 안 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내가 정원이 복역(覆逆)한 것을 그르다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날 비망기에서 당파를 비호한 죄라고 말하였으니 무슨 복역할 일이 있겠는가."
하자, 홍명하가 아뢰기를,
"듣건대, 그때의 논의가 서필원이 영상을 논했는데도 죄가 파직에만 그쳤으니 이무에 대한 벌도 여기에 그치는 것이 마땅하다고 하였으므로, 대간이 환수하기를 청하였다고 합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서필원의 말은 아무런 생각 없이 한 말이나 이것은 재상이 적임자가 아니라고까지 하였으니, 몹시 가증스럽다."
하자, 홍명하가 아뢰기를,
"조종조부터 혜성의 변을 만났을 경우에는 반드시 심리(審理)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하니, 상이 가하다고 하였다. 김좌명이 아뢰기를,
"회양(淮陽)은 철령(鐵嶺)의 관방(關防)인데 남한 산성에 속해 있습니다. 만약 사별이 있으면 본진과의 거리가 멀어 왕래하는 데 5, 6 일이나 걸려 형세상 반드시 대처하지 못할 것입니다. 회양을 별도로 한 진으로 만들어 금성(金城)의 군병을 통할하게 해, 그들로 하여금 철령을 방어하게 하고, 철원(鐵原)은 남한 산성과 가까우니 철원의 겸영장(兼營將)으로 남한 산성에 속하게 하면 편할 것입니다."
하니, 따랐다. 대사간 이경억이 아뢰기를,
"대각 신하들에 대한 일을 두 상신이 이렇게까지 청하는데도 따르지 않으셨습니다. 대신의 말도 흔쾌히 따르지 않으시니 어떻게 수성(修省)의 도리를 다할 수 있겠습니까. 대신의 말을 믿지 않으시니 대각 신하들이 한 마디를 말하여 성상께서 깨닫기를 감히 바랄 수 있겠습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이로 인하여 언로가 열린다면 고신(告身)을 빼앗고 파직한 것에 대해 무슨 아낄 게 있겠는가. 대신의 말이 이와 같으니 모두 서용하라."
하였다. 이경억이 아뢰기를,
"하늘의 변고가 백성들이 원망하는 데서 생기는데 현재 백성들의 원망이 몹시 심합니다. 양주(楊州)에서 양전(量田)한 한 가지 일로 말씀드리겠습니다. 당초에 양주의 양전이 유독 무거웠으므로 옥당이 다시 양전할 것을 청하였는데, 영이 내린 후에 해조에서 원수(元數)를 줄이지 않고 그 가운데서 이리저리 옮겨붙여 균등하게 하도록 하였습니다. 이에 백성들이 ‘원수(元數)를 줄이지 않으면 하지 않으니만 못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해조에서는 도리어 ‘백성들이 처음에는 다시 양전하기를 청하였으나 지금은 하려고 하지 않으니, 몹시 가증스럽다.’고 하면서, 이런 내용으로 회계하였습니다. 백성들의 본마음을 제대로 살피지 못한 채 이런 불신받을 일을 하였으니, 일은 비록 미세하나 민심을 잃는 것은 큽니다. 원수를 정하지 말고 모두 다시 양전하여 원통해 하는 폐단이 없게 하소서. "
하니, 상이 따랐다. 교리 박세당(朴世堂)이 아뢰기를,
"수성하는 도리에 대해서 대신과 여러 신하들이 이미 다 진달하였습니다. 그러나 실제적인 일이 없다면 이것이 어찌 수성하는 도리이겠습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지난해에도 이와 같았는데 끝내 한 가지 일도 한 것이 없었으므로 내가 몹시 부끄럽게 여긴다."
하자, 박세당이 아뢰기를,
"성상이 마음을 잡느냐 놓느냐 하는 것이 바로 흥망의 기틀입니다. 한갓 부끄러워만 할 뿐이라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0책 10권 7장 A면【국편영인본】 36책 453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농업-양전(量田) / 인사-임면(任免) / 과학-천기(天氣) / 정론-간쟁(諫諍) / 군사-관방(關防)
○上引見大臣及備局諸臣。 領相鄭太和、左相洪命夏, 以災異疊見乞免, 上不許。 命夏曰: "消弭之策, 必須上下講求, 各盡其道, 然後庶可以格天心矣。 且聞龍山江水斷流, 尤極驚心。" 太和曰: "竊聞閭巷傳言, 江灘深處, 不能盈尺, 自遠望之, 則有若斷流者然。" 命夏曰: "頃日彗見之初, 上下警惕, 而浸久之後, 漸至解弛。 今若復踵前習, 則豈不可悶乎。" 金佐明曰: "所謂修省, 者必求諸政令之間, 而有所改紀。 不然則是徒有修省之名, 而無其實也。" 命夏曰: "承旨臺諫所爭李堥之事, 不過循例之言。 今若特敍收用, 則豈不美乎?" 太和曰: "大凡臺論, 寧失於激, 雖有過中之言, 決不可罪之。" 上曰: "予非以政院之覆逆爲非。 其日備忘, 旣以護黨之罪言之, 則有何覆逆之事乎?" 命夏曰: "聞其時論議, 以爲徐必遠論領相, 而罪止罷職, 李堥之罰, 亦當止此, 故臺諫請還收矣。" 上曰: "必遠之語, 不過發於無情, 而此則至謂之非人, 極可惡矣。" 命夏曰: "自祖宗朝以來, 如遇彗星之變, 則必有審理之擧矣。" 上可之。 佐明, 曰: "淮陽, 乃鐵嶺關防, 而統屬於南漢。 設有事變, 則遠離本鎭, 往來於五六日程, 其勢必未及策應。 若以淮陽別作一鎭, 統金城軍兵, 使之留防鐵嶺, 鐵原則近於南漢, 以鐵原兼營將, 使之統屬於南漢, 則便矣。" 從之。 大司諫李慶億曰: "臺臣之事, 兩相力請至此, 而終不允從。 大臣之言, 尙不快從, 則尙何以盡修省之道乎? 旣不信大臣之言, 則如臺臣者, 敢以一言, 望其開悟乎?" 上曰: "因此而言路若開, 則奪告身罷職, 何惜之有。 大臣之言如此, 竝敍用。" 慶億曰: "天變生於民怨, 而方今民怨極矣。 雖以楊州量田一事言之。 當初楊州量田偏重, 故玉堂請改量, 令下之後, 該曹不減元數, 而且令就其中那移均量。 民情以爲: ‘不減元數, 則不如不爲。’ 故該曹反稱, 民情初則請改, 而今乃不肯, 殊甚可惡。 以此回啓。 不察民之本情, 而爲此失信之事, 事雖微細, 失民心則大矣。 請使之毋定元數, 盡爲改量, 俾無呼冤之弊。" 上從之。 校理朴世堂曰: "修省之道, 大臣諸臣雖已陳達。 而若無實事, 則此豈修省之道乎?" 上曰: "上年亦如此, 而終無一事之有爲, 予所以慙恧也。" 世堂曰: "上心之操舍, 乃興亡之幾。 若徒慙恧而已, 則何事可爲乎。"
- 【태백산사고본】 10책 10권 7장 A면【국편영인본】 36책 453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농업-양전(量田) / 인사-임면(任免) / 과학-천기(天氣) / 정론-간쟁(諫諍) / 군사-관방(關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