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무의 관작을 삭탈하라 명하다
이무의 관작을 삭탈하라 명하였다.
이날 상이 침을 맞았다. 도승지 박세모(朴世模)와 대사헌 이일상(李一相)이 약방 제조로서 입시하였다. 상이 묻기를,
"이무는 어떠한 사람인가?"
하니, 세모가 아뢰기를,
"이무는 일찍이 대간을 역임했는데 근래 병으로 폐인이 되어 바야흐로 파직 상태에 있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이 사람이 대간에 출입했으니 초야의 인물과는 다르다. 참으로 품은 생각이 있다면 어찌 말할 만한 때가 없기에 구언하는 전지에 응한다고 핑계대어 우상을 오로지 공격하는가. 말뜻이 혼란하여 ‘뜻이 범연치 않다.’느니, ‘적임자가 아니다.’느니 ‘조금 재국이 있다.’느니 ‘대각이 잠자코 있다.’느니 하였다. 이것은 범연히 한 말이 아니다. 우상에 대해 논할 만한 일이 있으면 임명된 지 이미 오래인데 어찌 오늘을 기다렸는가. 상소 가운데 말은 현저히 이쪽 저쪽을 가르는 정황이 있으니 그 간특한 죄상은 분명하여 가리기 어렵다. 전지에 응했다고 하나 무고한 대신을 공공연히 멋대로 비난했으니 그 마음씀이 아름답지 못하다. 국가의 시비는 밝히지 않을 수 없으니, 이무의 관작을 삭탈하고 문외에 출송하라."
하니, 세모가 아뢰기를,
"이 사람은 풍병을 앓은 지 이미 오래여서 실성하였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그 상소 내용을 보건대 실성한 사람은 아니다. 구언(求言)의 상소로 인하여 이쪽 저쪽을 가르는 단서를 야기하니 이 버릇을 길러주어서는 안 된다."
하니, 일상이 아뢰기를,
"이무가 무고한 대신을 비방한 것은 진실로 불가하나 구언한 뒤 갑자기 무거운 벌을 베푼다면 어떨지 모르겠습니다."
하자, 상이 이르기를,
"지난번 홍우원(洪宇遠)도 구언하는 전지에 응했다가 대간이 죄주자고 청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지금 생판으로 대신을 무함한 이것을, 어찌 전지에 응한 것이라 핑계대며 죄주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지금 이 논죄의 행위는 단지 우상만 위해서가 아니라 실로 뒤폐단을 방지하려는 깊은 뜻이다."
하였다. 상이 반복하여 하교하는데 안색과 목소리가 모두 엄하였다. 일상 등이 아뢰기를,
"이무는 실성한 지 이미 오래되었는데 죄명이 과중합니다. 조용히 참작하여 그 중도에 맞게 하는 것이 성덕의 일이 아니겠습니까."
하니, 상이 한참 있다 진노가 가시어 다만 관작을 삭탈하게 하였던 것이다.
- 【태백산사고본】 9책 9권 50장 A면【국편영인본】 36책 447면
- 【분류】과학-천기(天氣) / 왕실-국왕(國王) / 인사-임면(任免) / 사법-탄핵(彈劾) / 정론-정론(政論)
○己酉/命削奪李堥官爵。 是日, 上受鍼。 都承旨朴世模、大司憲李一相以藥房提調入侍。 上問李堥何如人。 世模曰: "堥曾經臺侍, 近來病廢, 方在罷散中。" 上曰: "此人出入臺侍, 異於草野。 苟有所懷, 豈無可言之時, 而托於應旨, 專攻右相。 辭意眩亂, 或曰意非偶然, 或曰非人, 或曰少有才局, 且曰臺閣寂寥。 此非泛然之言。 右相若有可論之事, 則除拜已久, 何待今日。 疏中說話, 顯有彼此情跡, 其奸慝之狀, 昭然難掩。 雖曰應旨, 無故大臣, 公肆詆斥, 其心術不美。 國家是非, 不可不明, 堥削奪官爵, 門外黜送。" 世模曰: "此人病風已久, 至於失性矣。" 上曰: "觀其疏辭, 非失性人也。 因求言之疏, 惹起彼此之端, 此習不可長也。" 一相曰: "堥之詆毁無故大臣, 固不可, 而求言之後, 遽施重律, 未知如何。" 上曰: "頃者洪宇遠, 亦以求言應旨, 至被 臺諫請罪。 今此白地構誣大臣, 何可諉以應旨, 而不罪乎。 今玆論罪之擧, 不但爲右相, 實是防閑後弊之深意也。" 上反覆下敎, 聲色俱嚴。 一相等曰: "堥失性已久, 而罪名過重。 從容參酌, 使得其中, 豈非聖德事乎?" 上久乃霽威, 只令削奪官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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