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원이 아뢰기를,

"삼가 청북(淸北) 어사의 서계를 보니 전 도사 박수현(朴守玄)이 재상(災傷)을 답험(踏驗)할 때 술에 흠뻑 취해 혼미하여 일을 살피지 못했고, 위관(委官)의 서원(書員)이 대부분 그가 거느린 하인에게 명주를 뇌물로 주었고, 유생의 태강(汰講)에서 합격과 불합격을 전도되게 하였습니다. 처사가 낱낱이 놀랄 만하니, 사판에서 삭제하소서."

하고, 또 전 삭령 현감 윤후익을 도형에 준해 속전을 거두게 한 명을 철회할 것을 청하였다. 또 아뢰기를,

"능 관원이 도벌을 금하지 못한 죄로써 모두 귀양을 면치 못하였습니다. 도벌당한 것과 스스로 도벌한 것은 경중이 아주 다르니 어찌 다시 구별할 여지가 없이 동일한 죄과로 단죄할 수 있겠습니까. 법은 일정함이 있어 때에 따라 높이고 낮추는 것은 실로 뒤폐단에 관계됩니다. 각능 참봉을 정배하라는 명을 취소하소서. 그리고 각능 참봉을 정배에 처한 율은 실로 법문의 본의와 어긋나는데 다시 계품하지 않고 그대로 조율해 들였으니, 왕부(王府)의 옥사 판결의 체모를 매우 잃었습니다. 금부 당상을 추고하소서."

하니, 상이 답하기를,

"후익은 참으로 죄가 있기 때문에 잡아다 문초하고 의율하여 조금도 용서하지 않았다. 그런데 나의 질환으로 말한다면 그가 혈(穴)을 의논하는 즈음에 다른 의관보다 우월하였다. 이 때문에 속전을 거두라는 명이 있었으니, 단지 서울 안에 머물려 두어 약을 의논하는 데 참석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수현이 주색에 빠지고 거느린 하리가 뇌물을 받는 등, 그 놀랄 만한 죄상은 후익보다 더한데 잡아다 다스리자는 소청은 없고 먼저 사판에서 삭제하는 벌을 내리니, 죄는 얼마나 무거운데 율은 어찌 느슨한가.

근자에 능의 수목을 베어낸 곳이 모두 능 안 지극히 가까운 땅에 있었다. 능 관원이 도벌을 허용하지 않았다면 어찌 감히 능 관원 거처로부터 멀지 않은 곳에서 나무를 베어낼 수 있었겠는가. 스스로 벤 것이 아니더라도 능의 수목을 도벌하게 한 것은 마찬가지이다. 그대들이 구제하려고 하더라도 그 말이 되지 않는데야 어찌하겠는가. 해당 관원을 추고하자고 청한 것도 변호하고 협제하려는 뜻에서 나왔으니 더욱 놀랄 만하다. 수현은 그대들이 변호하였다고 용서할 수는 없다. 잡아다 국문하여 엄히 치죄하라."

하였다. 그때 정언 이익상(李翊相)이 성상소(城上所)로 와서 아뢰었다. 밤 4경에 비답이 비로소 내렸는데 이런 엄한 질책이 있었으나 밤이 깊어 감히 인피하지 못하고 유문(留門)하고 궁궐을 나갔다.

• 【태백산사고본】 9책 9권 46장 B면【국편영인본】 36책 445면
• 【분류】
  왕실-종사(宗社) / 호구-호적(戶籍) / 사법-탄핵(彈劾) / 인사-임면(任免) / 농업-농작(農作)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