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의정 원두표의 졸기
좌의정 원두표(元斗杓)가 죽어 3일 동안 철조(輟朝)하고 근신을 보내 조문하였다. 예장(禮葬) 등의 일은 모두 전례와 같이 하였다.
두표는 백신(白身)의 신분으로 일어나 정사(靖社)의 녹훈에 참여하여 갑자기 재상의 반열에 올랐다. 여러 차례 지방관을 맡으면서 자못 위풍(威風)이 있었고, 일찍이 대사마(大司馬)·대사도(大司徒)가 되었을 적에도 직임을 잘 수행한다는 칭송이 있었다. 이에 앞서 두표가 역적 김자점(金自點)과 공이 같은 사람으로 명망과 지위가 서로 엇비슷하여 각각 사당(私黨)을 세웠다. 당시 원당(原黨)·낙당(洛黨)의 칭호가 있었는데 한때 조정의 진신들로 두 문하에 발을 들여 놓지 않은 사람이 드물었다. 인조(仁祖)가 승하한 당초에 두표가 앞장서서 한 통의 상소를 진달해 권간이 정권을 마음대로 주무른 죄를 논하였는데, 상소 가운데 이름을 숨겨 비록 지적하지는 않았지만 기실은 자점을 가리킨 것이었다. 자점이 끝내 반역을 도모하다 삼족이 멸망한 것은 실로 두표가 빚어내 만든 일이었다. 그뒤 신묘년036) 사이에 윤선도(尹善道)가 상소하여 재주는 많지만 덕이 없고 음험하여 화를 일으킬 마음을 품고 있다는 등의 말로 두표를 배척하였다. 말년에 드디어 정승에 제수하는 명을 받고 황각(黃閣)037) 에 7년 동안 있었으나 정승으로서의 업적이 없었다. 성품이 엉큼하고 시기심이 많으며 거칠고 사나워 조금이라도 협조하지 않으면 끝내 반드시 몰래 해친 뒤에야 그만두어 사람들이 대부분 그를 두려워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책 8권 45장 A면【국편영인본】 36책 418면
- 【분류】인물(人物) / 왕실-사급(賜給)
○左議政元斗杓卒。 輟朝三日, 遣近臣賜弔, 禮葬等事, 皆如例。 斗杓起自白身, 以參錄靖社之勳, 故驟陞宰列。 然屢典藩臬, 頗有威風, 曾爲大司馬大司徒, 亦有擧職之稱焉。 先是, 斗杓以金賊自點同功一體之人, 名位相逼, 各立私黨。 時有原黨、洛黨之稱, 一時朝紳, 鮮不染跡於兩門者。 及至仁祖賓天之初, 斗杓首陳一疏, 論權奸專擅之罪, 疏中藏名, 雖不指斥, 其實指自點也。 自點竟以謀逆滅族, 實斗杓醞釀以成之也。 厥後辛卯年間, 尹善道疏斥斗杓多才而蔑德, 陰險而包藏等語。 乃於末年, 遂膺爰立之命, 七年黃閣, 無相業。 而性猜險麤暴, 少有不協, 終必陰中而後已, 人多畏之。
- 【태백산사고본】 8책 8권 45장 A면【국편영인본】 36책 418면
- 【분류】인물(人物) / 왕실-사급(賜給)