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승지 남용익 등이 전관 파직과 대간의 외직 보임에 반대하다
도승지 남용익, 좌승지 홍처대, 우승지 권령이 청대하니, 상이 희정당에 나와 입시를 명하였다. 권령이 병비 정청(兵批政廳)에서 오느라 입시가 조금 늦어졌는데 상이 사람을 보내 묻기를,
"인견 명령이 내려졌는데도 즉시 들어오지 않으니 미처 상의하지 못한 일이라도 있는가?"
하니, 용익이 답하기를,
"우승지 권령이 정청에 있어서 즉시 입대를 못하고 있습니다."
하였다. 상이 또 사람을 시켜 꾸짖기를,
"청대를 하면서 멀리 있는 동료까지 함께 청한 것은 무슨 일인가?"
하니, 용익이 아뢰기를,
"우부승지 김익경, 동부승지 김수흥은 모두 혐의 때문에 입시를 못한 것이고, 권령은 밖에 있었던 것이 아니라 정청에 있다가 일을 막 끝내고 현재 궐내에 있기 때문에 그와 함께 들어온 것입니다."
하였다. 그로부터 조금 후 상이 인견하고 급히 묻기를,
"오늘 청대한 것은 무슨 좋은 생각이 있어서인가?"
하니, 용익이 아뢰기를,
"성상의 하교가 연이어 내리시는데 온당치 못한 일이 있기 때문에 신들이 감히 청대한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무슨 일이 온당치 못하다는 것인가?"
하니, 용익이 아뢰기를,
"서필원의 문제도 처음에는 별것도 아니었는데 점점 확대되어 이 지경이 되었습니다. 당초 필원이 계사(啓辭)를 올렸을 때 신도 이 관직을 맡고 있었습니다."
하였는데, 말이 끝나기도 전에 상이 언성을 높여 이르기를,
"그 일의 수말(首末)은 나도 알고 있다. 이른바 온당치 못하다고 한 그 말을 하라는 것이다."
하니, 용익이 아뢰기를,
"조성보 등이 나이 젊고 기가 팔팔한 사람들로서 설사 논변이 과격하였다 하더라도 그 때문에 외직에 보임하는 것은 본디 온당치 못한 일이고, 조원기·윤형성을 대간에 특별히 제수한 것도 매우 온당치 못한 일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성보·이규령을 도로 대간 후보로 추천한 일은 무슨 일이며, 원기·형성을 외직에 보임한 것은 또 무슨 일인가? 정관이 정언·지평을 제수하는데 정관이 하는 일을 나는 할 수 없다는 것인가? 나는 정관이 한 짓과 서로 반대 되는 일을 하기 위하여 대간에 특별 제수한 것이다. 뭐가 온당치 못하다는 것인가?"
하여, 용익이 아뢰기를,
"정조(政曹)의 인재 등용하는 규정이 으레 준론(峻論)의 사람을 취택하기 때문에 성보·규령을 대직(臺職)에 의망했던 것인데, 그를 특명으로 외직에 보임한다는 것은 사실 뒤 폐단과 관계되는 일이며, 대간을 특별 제수한 일에 있어서는 더더욱 미안한 일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성보 등의 문제를 말하려는 것이면 계사(啓辭)로 할 것이지 청대까지 할 게 뭔가. 틀림없이 무슨 다른 일이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승지 말을 들으니 별로 신기한 게 없다."
하니, 용익이 아뢰기를,
"소신이 비록 보잘것은 없으나 어찌 딴 생각이야 있겠습니까. 대간을 특별 제수하는 일 그게 바로 지나친 처분이기 때문에 면달(面達)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정관(政官) 그가 무슨 멋대로 농간을 부린 죄가 있겠습니까."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내가 보기에는 정관을 위해서 온 것이다."
"신들이 어찌 정관을 위하여 청했겠습니까. 대간을 특별 제수한 일, 또는 외직에 보임한 일만으로도 매우 거북한데, 하루 동안에 준엄한 전지가 계속 내리고 있으니, 그 소문이 멀리 전파되었을 때 어찌 청문(聽聞)을 놀라게 하지 않겠습니까."
하자, 상이 이르기를,
"성보 등의 은밀한 뜻이 빤한 것이다. 모든 일에 옳고 그름이 있고 선과 악이 있는데 정관이 한 일이 만약 그르다면 어떻게 청문을 염려하여 벌을 내리지 않을 것인가?"
하였다. 교리 박세당, 수찬 윤심이 청대하고 입시하였다. 세당이 아뢰기를,
"필원의 상소 내용이 미치광스럽고 너무 솔직하여 거치른 점은 있으나 성보가 그를 ‘협제(脅制) 종자(縱恣)’라는 이름으로 몰아 죄를 씌우려고 했기 때문에 신들이 처치하면서도 성보를 체직하게 하였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의 원래 심정이야 역시 딴 뜻은 없는 것인데 그를 머나먼 국경 지대로 보내버린다는 것은 너무나 온당치 못한 일입니다. 그리고 또 정관으로 말하면 출척(黜陟) 과정에 비록 사소한 실수가 있을지라도 만약 위권(威權)을 제멋대로 쓴다는 죄목으로 단박에 죄를 내린다면 그 역시 매우 온당치 못한 일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정관이 제멋대로 한 흔적이 있는데도 그를 일러 그의 죄가 아니라고 한다면 되겠는가."
하여, 세당이 아뢰기를,
"만약에 위권을 제멋대로 쓴 것이 사실이라면 비록 목을 베더라도 되겠지만 그러나 그 일은 결코 위권을 제멋대로 쓴 일이 아닙니다."
하고, 이어 명령을 도로 거둘 것을 청하니, 상이 이르기를,
"고치고 싶거든 그대들이 고치라."
하였다. 세당이 아뢰기를,
"대관이라면 그 주장이 처음부터 끝까지 똑같아야 마땅한데, 조원기는 그 피사(避辭)에 있어 앞 뒤가 각기 달랐습니다. 그런데 이조가 그를 외직에 보임한 것이 무슨 지나친 일이겠습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원기의 일은 나도 알고 있었는데 특별 제수 때 깜박 잊고 혼동한 것이다."
하고, 드디어 망단자(望單子)를 도로 들여오라고 명하였다. 용익이 전지 내에서 ‘권위를 제멋대로 쓴다.[擅用權威]’의 네 글자를 삭제할 것을 청했으나, 상이 따르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8책 8권 24장 B면【국편영인본】 36책 407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인사-임면(任免) / 정론-간쟁(諫諍)
○都承旨南龍翼、左承旨洪處大、右承旨權坽請對, 上御熙政堂, 命入侍, 而坽自兵批政廳來, 入侍少遲, 上使人問之曰: "引見命下之後, 不卽入來, 有何未及相議事乎?" 龍翼對曰: "右承旨權坽在政廳, 未卽入對。" 上又使人讓之曰: "請對而乃竝請遠在同僚, 何也。" 龍翼曰。 右副承旨金益炅、同副承旨金壽興皆以嫌不得入侍, 權坽亦非在外, 政廳纔罷, 方在闕中, 故與之入來矣。" 俄頃, 上引見急問曰: "今日請對, 有何奇謀?" 龍翼曰: "聖敎連下, 有未安事, 故臣等乃敢請對耳。" 上曰: "何事未安。" 龍翼曰: "徐必遠之事, 初以微細, 轉輾至此。 當初必遠爲啓辭時, 臣忝此職矣。" 言未畢, 上厲聲曰: "此事首末, 予亦知之。 所謂未安者, 言之可也。" 龍翼曰: "趙聖輔等以年少氣銳之人, 設有過激之論, 以此補外, 固未安, 趙遠期、尹衡聖之特除臺諫, 亦甚未安矣。" 上曰: "聖輔、奎齡之還擬臺諫, 何事? 遠期、衡聖之補外, 亦何事? 政官尙除正言持平、則政官之所爲, 予不得爲之乎? 予欲相反於政官所爲, 特除臺諫, 何爲未安?" 龍翼曰: "政曺用人之規, 例取峻論之人, 故所以擬聖輔、奎齡於臺職, 而特命補外, 實關後弊, 至於特除臺諫, 尤爲未安。" 上曰: "欲達聖輔等事, 則啓辭可也, 何至請對。 意謂必兼有他事, 承旨之言, 別無新奇之事矣。" 龍翼曰: "小臣雖無狀, 豈有他腸。 臺諫特除, 乃是過擧, 故欲面達。 而至於政官, 亦豈有擅弄之罪乎?" 上曰: "以予見之, 則爲政官而來也。" 龍翼、處大, 齊聲對曰: "臣等豈爲政官, 而請對乎? 臺諫之特除補外, 已極未安, 而一日之內, 嚴旨累下, 遠外傳播, 豈不有駭於聽聞乎?" 上曰: "聖輔等隱然之意可見矣。 凡事有是非善惡, 政官之事若非, 則何可慮其聽聞, 而不施其罰也?" 校理朴世堂、修撰尹深請對入侍。 世堂曰: "必遠疏辭, 狂率麤踈, 則有之, 而聖輔欲以脅制縱恣罪之, 故臣等之處置也, 亦遞聖輔, 而原其本情, 亦無他意, 投之絶塞, 極涉未安。 且政官則黜陟之間, 雖有少失, 若遽以擅用威權罪之, 則亦甚未安矣。" 上曰: "政官有擅用之跡, 而謂之非其罪可乎?" 世堂曰: "若果擅用威權, 則雖誅戮可也, 而此則決非擅用威權之事也。" 仍請還收, 上曰: "欲改之, 則爾等改之可也。" 世堂曰: "爲臺官者, 當爲一定之論, 而趙遠期避辭, 首尾各異。 吏曺之補外, 亦豈過乎?" 上曰: "遠期事, 予亦知之, 而特除之時, 忘却而混除矣。" 遂令還入望單子。 龍翼請於傳旨中, 刪去擅用威權四字, 上不從。
- 【태백산사고본】 8책 8권 24장 B면【국편영인본】 36책 407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인사-임면(任免) / 정론-간쟁(諫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