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좌명·유혁연 등과 능행시의 도로, 유황의 잠매 등을 논의하다
병조 판서 김좌명, 한성 우윤 유혁연이 헌릉 행차의 도로 사정을 살펴보고 돌아왔는데, 상이 희정당에 나아가 즉시 인대하였다. 좌명 등이 도로 사정에 대하여 아뢰기를,
"노량진 길을 택하여 서빙고(西冰庫)를 거쳐 가게 되면 길은 매우 평탄하나 거의 10여 리까지 백성들 전답이 피해를 입게 되고 삼전도(三田渡) 길을 택하게 되면 강폭이 좁아 물살은 세지만 군병들이 송파(松坡) 나루에서 건너게 되기 때문에 편리하고 좋을 것 같았습니다."
하니, 승지 김익경(金益炅)이 아뢰기를,
"이 농사철에 백성들 전답이 10리나 피해를 입게 되면 그는 사실 애처로운 일입니다."
하자, 상이 이르기를,
"삼전도 길을 택하라."
하였다. 상이 또 이르기를,
"어제 도감의 초기(草記)를 보았는데 유황(硫黃)을 사온 자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하니, 좌명이 아뢰기를,
"서울 사는 부상(富商) 이응상(李應祥)의 종 무선(武善)인데, 응상의 지시를 받고 외방에서 잇속을 채우는 자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도감이 일찍이 그렇게 분부한 일이 있었던가?"
하니, 혁연이 아뢰기를,
"언젠가 김근행(金謹行)이 들어갈 때 좌상이 그를 시켜 왜인들과 서로 약속을 하게 했기 때문에 왜인들이 잠상(潛商)을 하려고 2만 근은 우선 들여오고 뒤이어 2만 근이 또 오는데 우리 나라 장사치들과 접선이 안 될까봐 미리 알려온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그렇다면 그들이 감히 곧바로 왜관(倭館)으로 오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니, 혁연이 아뢰기를,
"전일 잠매(潛賣) 때도 가덕도(加德島)까지 왔었으니 이번에도 틀림없이 가덕도로 왔을 것입니다."
하였다. 좌명이 아뢰기를,
"장검(長劍)은 바로 수응(酬應)에 쓰이는 물건인데 왜관에서도 그것을 구입할 수가 없기 때문에 좌상이 김근행을 시켜 구입해 오게 하여 지금 2백 자루나 나왔다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대개 들어보면 유황 1백 근 값이 왜국에서는 은화 5, 6냥에 불과한데 우리 나라에서는 10냥으로 치기 때문에 왜인들이 죽기를 무릅쓰고 와서 판다는 것입니다."
하니, 혁연이 아뢰기를,
"그것이 우리 나라에는 없는 물건이어서 오는 길을 끊어버려서는 안 될 것입니다. 듣기로는 왜인들이 지금 그것을 실어두고 섬 속에 잠복하고 있다는데 만약 순풍을 만나면 불과 한나절 사이에 우리 국경에 와 정박할 것입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유황 값은 은화로 줄 것인가?"
하니, 혁연이 아뢰기를,
"그것이 잠매이기 때문에 왜인들은 저들 가져가기 편리하게 꼭 은화로 받으려고 하지만 은은 우리 나라에서 생산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백사(白絲) 혹은 목면(木綿)으로 쳐줄 것입니다. 그리고 우리 나라에도 없는 물건이 없습니다. 단천(端川)에서는 유황토(硫黃土)를 끓여 수은(水銀)을 생산하고 청주(淸州)에서도 유황을 끓여 함석(含錫)을 생산하고 있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그것은 물건 다루는데 해박한 지식을 가진 사람이 없기 때문입니다."
하고, 이어 군대 조련 때의 진법(陣法)에 대하여 물었다. 혁연이 방진(方陣)·원진(圓陣)·첩진(疊陣)의 법을 들어 대답하니, 상이 이르기를,
"작년 열무(閱武) 때 진법을 보았더니 호가(扈駕) 때 서로 싸우는 진법과는 다른 데가 있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책 8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36책 401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외교-왜(倭) / 무역(貿易) / 상업-상인(商人) / 군사-병법(兵法)
○兵曹判書金佐明、漢城右尹柳赫然往審獻陵行幸道路而還, 上御熙政堂, 卽賜引對。 佐明等備陳道途形勢曰: "取鷺梁路, 由西氷庫, 則雖甚平坦, 損害民田, 幾至十餘里, 取三田渡路, 則江水雖得狹, 軍兵則自松坡津過涉, 便好矣。" 承旨金益炅曰: "當此農節, 傷害十里民田, 實可悶也。" 上曰: "以三田渡作路。" 上又曰: "昨見都監草記, 硫黃買來者, 何許人耶?" 佐明曰: "京居富商李應祥之奴武善, 受應祥之指揮, 牟利於外方者也。" 上曰: "都監曾有分付之事乎?" 赫然曰: "左相曾於金謹行之入往, 使之相約於倭人, 故倭人作此潛商, 而二萬斤先爲出來, 二萬斤又隨後出來, 而恐我國商賈輩, 不能接濟, 預先報知矣。" 上曰: "必不敢直到倭館矣。" 赫然曰: "前日潛賣時, 來到加德, 今亦必來到于加德矣。" 佐明曰: "長劍卽用於酬應之物, 而倭館中亦無以貿得, 左相使金謹行得來, 今聞二百柄出來矣。 槪聞硫黃百斤之價, 在倭國則不過五六兩銀貨, 而我國則以十兩爲直, 故倭人亦忘死而來賣矣。" 赫然曰: "此是我國所無之物, 不可絶其路也。 聞倭人今方裝載, 潛伏於島中, 若遇順風, 則飛船之來泊我境, 不過半日之間矣。" 上曰: "硫黃之價, 以銀給之耶?" 赫然曰: "此是潛賣之事, 故倭人必欲得銀, 以便其藏去, 而銀非我國之産, 故或以白絲、或以木綿給之矣。 且我國無物不有。 端川煮硫黃土, 而得水銀, 淸州亦煮硫黃, 而得含錫。" 上曰: "此由無博物人故也。" 仍問軍兵習操時陣法。 赫然以方陣圖陣疊陣之法仰對, 上曰: "上年閱武時, 觀其陣法, 與扈駕時相戰陣法, 有不同矣。"
- 【태백산사고본】 8책 8권 11장 A면【국편영인본】 36책 401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외교-왜(倭) / 무역(貿易) / 상업-상인(商人) / 군사-병법(兵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