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헌 김남중 등이 윤선도의 상소에 대해 아뢰다
대사헌 김남중(金南重), 장령 윤비경(尹飛卿), 지평 이무(李堥)·정수(鄭脩) 등이 아뢰기를,
"신들이 엎드려 윤선도 소본을 보았더니 첫머리에는 ‘지금 국가 안위가 아침이냐 저녁이냐로 절박하다.’고 하였고, 끝에다는 ‘주세(主勢)가 탄탄한가 그렇지 않은가, 국조(國祚)가 연장될 것인가 아닌가.’ 하고 말하여, 그 흉측하고 사리에 어긋나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어 마치 급급히 상변(上變)이라도 하는 양 하늘의 귀를 놀라 움직이게 하고 사람들 마음을 현혹시켰는데, 그 마음 씀씀이의 흉물스럽고 간특한 꼴은 차마 똑바로 볼 수 없는 정도였습니다. 지금 예를 논의하고 있는 일이 종묘 사직의 안위와 무슨 관계가 있기에 감히 종통(宗統)이 분명하지 못하다느니, 백성들 마음이 들떠 있다느니 하는 말을 장황하게 늘어놓는단 말입니까. 그리고 재궁(梓宮)·산릉(山陵) 두 문제까지 들고 나와 두 신하를 모함하는 발판으로 삼아, 심지어 ‘보도(輔導)를 잘못하여 함궐의 변까지 있게 만들었다.’ 하여 위로 선왕까지 들먹였으니, 그는 더더욱 흉측한 일로서 원근이 들었을 때 마음이 아프고 뼈에 사무치지 않을 자 누가 있겠습니까?
그의 마음은 예를 논의한다는 핑계로 선류를 해칠 계획을 꾸미고 있는 것이니, 아, 참으로 처참한 일입니다. 지난날 송시열이 떠날 때 이른바 유언이라는 것도 사실은 성상의 하교처럼 그 사람이 지어낸 것이 틀림없습니다. 남을 악역(惡逆)으로 모함한 자는 반좌(反坐)의 법이 있는데, 하물며 말이 선왕을 연계시키고 종묘 사직과도 관계가 있는 일이라면 어찌 보통의 귀양살이 정도로 끝날 일이겠습니까. 바라건대 윤선도를 빨리 국문하여 법이 정한 대로 처단하도록 명하소서.
그리고 대간(臺諫)이 논한 것은, 동료간에 서로 의논한 후에는 다시 변경을 못하는 것이 체통이나 규례로 보아 당연한 일입니다. 어젯밤 신들이 장령 강호(姜鎬)와 대청(臺廳)에서 상회례(相會禮)를 갖고 이어 윤선도 사건을 발론하여 소초를 작성하려는 즈음에 궐문 닫을 시간이 임박하여 곧 파하고 나오면서 내일 아침에 일찍 모여 의논하기로 약속을 하였는데, 신들이 다 모인 후에 강호는 병을 핑계하여 오지 않았습니다. 병이 가벼운지 중한지는 비록 알 수 없으나, 공론이 바야흐로 일고 있는 이때 이미 정한 논제에 대하여 뚜렷이 기피하는 태도가 보이니, 대각으로서 사리와 체통이 어찌 그럴 수가 있습니까. 바라건대 장령 강호를 갈아내소서."
하니, 답하기를,
"내 어찌 경들이 청한 뒤에 따르려고 했던 것이겠는가. 마음에 차마 못하는 바가 있는 것이니 번거롭게 말고, 갈아내는 건은 아뢴 대로 처리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2권 34장 A면【국편영인본】 36책 250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왕실-의식(儀式) / 인사-임면(任免)
○大司憲金南重、掌令尹飛卿、持平李堥ㆍ鄭脩等啓曰: "臣等伏見尹善道疏本, 則首言卽今國家安危, 迫在朝夕, 終言主勢之固不固、國祚之延不延, 凶辭悖語, 無所不至, 有若汲汲上變者然, 恐動天聽, 惑亂人心, 其用意凶慝之狀, 不忍正視。 今此議禮之事, 何與於宗社之安危, 而敢以宗統不明、群志未定等語, 肆然張皇? 又以梓宮山陵二件事, 爲構陷兩臣之資, 至以不能輔導, 致有銜橛之虞, 上犯先王, 尤極凶悖, 其在遠近聽聞, 孰不痛心而切骨也。 其心蓋欲假托議禮之名, 以爲誣害善類之計。 吁! 亦慘矣。 前日宋時烈去時所謂流言, 必此人所做出, 誠如聖敎矣。 陷人以惡逆, 自有反坐之律, 況語關先王, 事係宗社, 則豈可尋常流竄而止哉, 請尹善道亟命鞫問, 按律處斷。 凡臺諫所論, 同僚相議之後, 不得更變, 自是體例當然。 昨夕臣等與掌令姜鎬, 行相會禮於臺廳, 仍以尹善道事發論, 將欲搆草之際, 闕門臨閉, 旋卽罷黜, 約以今朝, 趁早會議, 而臣等齊會之後, 鎬稱病不來。 病之輕重, 雖未可知, 而公議方張之日, 旣定之論, 顯有規避之跡, 臺閣事體, 豈容如是? 請掌令姜鎬遞差。" 答曰: "予豈待卿等之請, 而後從之哉? 心有所不忍者, 勿煩, 遞差事, 依啓。"
- 【태백산사고본】 2책 2권 34장 A면【국편영인본】 36책 250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왕실-의식(儀式)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