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간 이경억 등이 윤선도의 상소문에 대해 아뢰다
대사간 이경억(李慶億), 사간 박세모(朴世模) 등이 아뢰기를,
"윤선도 소본은 그 말이나 뜻이 너무 흉측하고 참혹하여 차마 똑바로 볼 수 없는 것들이 있었습니다. 요즈음 상복(喪服)에 관한 논만 하더라도 서로 옳다 그르다 하고 있는 것은 그 목적이 《예경(禮經)》에 맞도록 하여 되도록이면 지당한 결과를 얻자는 것뿐이지, 종묘 사직이 편안하고 않고의 여부와 국조(國祚)의 연장 불연장이 거기에 털끝만큼이라도 무슨 관계가 있단 말입니까. 그런데 선도가 예를 논한답시고 자기 흉계를 실현시켜 보려고 감히 이르기를, ‘대통(大統)이 분명하지 못하다. 백성들 마음이 들떠 있다. 종묘 사직이 뿌리를 내리지 못하였다.’ 하는 식으로 장황하고 어지럽게 하늘의 귀를 놀라 움직이게 하여, 종묘 사직을 위태롭게 했다는 죄를 꼭 유현(儒賢)에게 뒤집어 씌우려고 하고 있으니, 그의 상소야말로 사람을 무고하는 상변(上變)의 글월에 불과한 것입니다. 예로부터 선류(善類)를 시기하고 미워하여 기회만 오면 해치려고 노렸던 소인들이 어느 시대인들 없었습니까마는, 흉물스럽고 방자하고 음흉하고 간특하기가 이렇게 심한 자야 언제 있었습니까?
아, 두 신하022) 문제는 말하잘 것 없다 치더라도, 재궁(梓宮)·산릉(山陵) 문제를 들고 나와 앞장서서 떠들면서 상대를 의혹되고 어지럽게 만들고, 심지어는 ‘함궐(銜橛)’ 등의 말까지 하였으니, 그것이 어디 오늘에 와서 신하로서 할 말입니까. 그런데 그는 감히 다시 선왕을 범하면서 조금도 거리끼는 바가 없었으니, 이 더욱 놀라 뼈에 사무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선도의 죄가 위로 종묘 사직과 선왕에까지 연관되고 있는 것으로서, 꼭 죽여야 하고 용서할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 있는 것입니다. 왕법(王法)으로 논할 때 결코 귀양 보내는데 그쳐서는 안 될 일이니, 바라건대 서둘러 방형(邦刑)을 바로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내 어찌 그대들 청이 있기를 기다려 따를 것인가. 마음에 차마 못할바 있어서이니 번거롭게 말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책 2권 33장 B면【국편영인본】 36책 249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왕실-의식(儀式)
- [註 022]두 신하 : 송시열과 송준길.
○大司諫李慶億、司諫朴世模等啓曰: "尹善道疏本, 立言造意, 極其凶慘, 有不忍正視者。 近日喪服之論, 互有是非者, 惟欲救合禮經, 務得至當之歸而已。 至於宗社之安不安、國祚之延不延, 有何一毫關係。 而善道假託論禮, 欲售凶計, 乃敢曰大統不明、民志未定、宗社不固, 張皇眩亂, 恐動天聽, 必欲以謀危宗社之罪, 勒加於儒賢, 此特誣人上變之書耳。 自古小人之媢嫉善類, 乘機戕害者, 何代無之, 而安有凶肆陰慝, 若此之甚哉? 嗚呼! 兩臣固不足言, 乃以梓宮山陵之事, 倡言而惑亂, 至於銜橛等語, 豈臣子今日所忍言者。 而敢復上犯先王, 無少顧忌, 尤不勝驚心而痛骨焉。 此善道之罪所以上關於宗社先王, 必誅而無赦者也。 論以王法, 決不可流竄而止, 請亟正邦刑。" 答曰: "予豈待爾等之請, 而從之哉? 心有所不忍, 勿煩。"
- 【태백산사고본】 2책 2권 33장 B면【국편영인본】 36책 249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사법-탄핵(彈劾) / 왕실-의식(儀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