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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종실록2권, 현종 1년 1월 3일 기미 5번째기사 1660년 청 순치(順治) 17년

송시열에게 보낼 유지를 승지 조형 등으로 하여금 작성케 하다

상이 승지 조형(趙珩) 등으로 하여금 송시열에게 보낼 유지를 상의하여 작성하게 하고, 임시 주서 김석지(金錫之)를 보내 유지를 시열에게 전하였는데, 그 대략에,

"경이 조정을 떠난 이후로 좌우의 손을 잃은 듯한 정도만이 아니다. 지난번 경이 말했던 차마 듣지 못할 말이라고 한 것이 과연 어느 흉측한 인물이 그러한 유언비어를 만들어 내어 경을 쫓아버리려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심지어 부마 무리들이 참소를 했다는 말까지 하면서 경이 돌아갈 것을 결심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고 하는데, 만약 그러한 일이 있었다면 내가 어찌 몰랐겠는가. 나의 깊은 마음을 익평위 홍득기 상소문에 대한 비답에 남김없이 털어놓았거니와, 내가 경에 있어서는 심간(心肝)이 서로 비치는 사이인데, 설사 참소하는 자가 일백 명이라 하더라도 어찌 나의 털끝 하나인들 움직일 수 있을 것인가. 봄날이 점점 따뜻해지면 묵은 병도 나을 것이니, 되도록 속히 조정으로 돌아와서 간악한 말들이 발을 붙이지 못하게 하라."

하니, 시열이 회계하였는데 대략에,

"신이 작년에 병을 앓고 있으면서 그 번거로운 말들이 일어나고 있음을 갑자기 듣고는 가슴과 쓸개가 타는 것 같아 허겁지겁 내려왔는데, 사실 그때 억울한 마음이 가슴을 치받고 심화가 발동했기 때문에 길에서 쓰러지지 않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급기야 집에 돌아와서 긴 세월을 침석에 누워 때로 지난 일들을 회상하노라면, 죄가 산같이 쌓여 있어 오직 눈을 영원히 감고 아무 것도 모르는 것이 소원이었는데, 생각지 않게 성상의 사랑이 더욱 융숭하시어 이 멀리 윤음(綸音)을 내리시니, 신으로서는 참으로 감격하여 눈물이 쏟아집니다.

그리고 유언비어 문제까지 말씀하신 데 대하여는 더더욱 황공 감격하오나 그 모두가 신이 신하 노릇을 형편없이 했던 소치로서, 그 일이라면 신 자신이 자신을 꾸짖기에 겨를이 없어 감히 남을 탓할 마음이 없습니다. 그리고 또 그 참소한 자의 말이 혹 성상 앞에까지 전달됐으리라고는 감히 생각지도 않았습니다. 그러나 신이 감히 머물러 있지 못하고 꼭 돌아와야 했던 것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서였습니다. 마을 이름이 ‘승모(勝母)’이면 증자(曾子)가 들어가지 않았고, 읍의 명칭이 ‘조가(朝歌)’이면 묵자(墨子)가 수레를 돌렸다고 하는데, 남의 신하로서 그러한 이름을 얻고서야 어떻게 감히 얼굴을 들고 임금을 섬길 것입니까? 익평위 홍득기의 상소문은 신이 보지 못하여 감히 망령스레 무어라고 말할 수도 없는 일이며, 또 그와 서로 따지고 싶은 생각도 없고 또 많은 사람을 연루시키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신 혼자서 그 죄를 스스로 책임지고 싶을 뿐인 것입니다. 지금 성상께서 신을 올라오라고 유지를 내리셨는데, 신 역시 죽음을 참고서라도 올라가서 궐하에 가 한 번 하직을 드리고 싶지 않은 것은 아니지만, 천한 구마(狗馬)의 병이 이상에서 아뢴 바와 같아 다만 스스로 눈물을 흘리고 있을 뿐입니다."

하였다. 김석지가 돌아와 주달하니, 상이 그 회계를 남겨두고 내리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2책 2권 1장 A면【국편영인본】 36책 233면
  • 【분류】
    인사-임면(任免)

    ○上令承旨趙珩等, 議搆宋時烈處諭旨, 遣假注書金錫之, 傳諭于時烈, 槪云: "自卿去朝, 不啻如失左右手而已。 向者卿所謂不忍聞之說, 未知何樣兇人, 做出飛語, 爲逐卿計, 而至以駙馬輩入讒爲言, 卿之決歸, 職由於此云, 若有是事, 予豈不知。 予之心曲, 已悉於益平尉 洪得箕之疏批矣。 予之於卿, 心肝相照, 設有讒者百人, 何足以動予一髮。 春日向暖, 昔疾宜寥, 從速還朝, 以破奸言。" 時烈回啓略曰: "臣於上年病伏中, 猝聞煩言一起, 心膽焦煎, 蒼黃下來, 實因冤氣撑柱, 心火發動, 得不仆於道路矣。 及至還家, 長委枕席, 時一回思, 釁孽如山, 只願溘然而無知也。 不謂聖眷愈隆, 綸音遠下, 臣誠感隕, 涕淚如瀉。 至於流言之諭, 尤極惶感, 此無非臣, 爲臣無狀之致也, 此則臣自訟之不暇, 而不敢有尤人之心也。 亦不敢謂讒者之言, 或徹於聖明之前也。 然臣不敢留, 而必歸者, 蓋有說焉。 里名勝母, 曾子不入, 邑號朝歌, 墨子回車, 人臣旣得此號, 亦何敢擧顔, 而事君父乎? 益平尉 洪得箕之疏, 臣未之見, 不敢妄有所陳, 又不欲與之相較, 又不欲帶累多人。 只欲自着其罪於臣身而已。 今者聖明, 諭臣上來, 非不欲忍死上去, 一謝闕下, 狗馬賤疾, 如右所陳, 只自隕涕而已。" 金錫之還奏, 上留中不下。


    • 【태백산사고본】 2책 2권 1장 A면【국편영인본】 36책 233면
    • 【분류】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