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지사 겸 사은사 심지원 등이 돌아와 청나라의 사정을 아뢰다
동지사 겸 사은사 심지원(沈之源), 부사 윤순지(尹順之), 서장관 이준구(李俊耉)가 청나라에서 돌아왔다. 상이 이들을 불러 보고 이어 저쪽의 사정을 물으니 지원이 아뢰기를,
"그쪽 풍속은 부처를 섬기고 귀신에게 비는 것이 양 무제(梁武帝) 때보다도 더 심하여, 재일(齋日)이 늘상 많기 때문에 공사(公事)가 지연됩니다. 그리고 이른바 어응거대(於應巨大)란 바로 그 나라의 권력자인데, 사행(使行)에게 재차 요강을 요구하고, 그 밖의 대소 관료들도 보기만 하면 요구하는 것이 있었으니, 이는 필시 탐오(貪汚)의 풍습이 극성을 부려서일 것입니다. 어응거대가 또 신들에게 말하기를 ‘황제께서 아들을 나으셨고 태후께서 홍역을 치르셨으며, 운남(雲南)과 귀주(貴州)가 이미 다 귀화하였으니, 더 큰 경사가 없소. 국왕께서 이 소식을 들으면 필시 기뻐하실 것인데 앞으로 올 진하사는 선례에 따라 차정하여 보내지 않을 수 없을 것이오. 국왕께서 친히 나올 수는 없겠지만 세자나 대군 중에서라도 한 사람 오지 않을 수 없을 것이오.’ 하기에, 신이 답하기를 ‘세자께서는 여태 홍역을 치르지 않으셔서 궁문 밖에도 감히 드나들지 못합니다.’ 하였더니, 어응거대가 하는 말이 ‘목숨이란 하늘에 달려 있는 것인데, 어찌 이것을 가지고 꺼려하오.’ 하기에, 신이 답하기를 ‘신자(臣子)의 마음으로서 어찌 차마 천명에만 맡긴 채, 내가 할 도리는 닦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하였더니, 어응거대가 더 이상 강청하지 않았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저들은 매우 흉특하니, 먼저 이런 말을 꺼낸 것은 아마 대군이 왔으면 해서일 것이다."
하였다. 지원이 또 아뢰기를,
"서로(西路)의 백성이 참역(站役)에 불려 다니느라 농사 지을 겨를이 없어서 장차 유랑하여 흩어질 형편이니, 매우 염려스럽습니다. 그리고 평안도는 전역에 온통 무변(武弁)만을 차정하여 보내서 모두가 토색질만 일삼고 백성을 보살필 줄은 모르니, 이것은 매우 부당한 일입니다."
하니 상이 답하기를,
"저번에 이 일을 가지고 진소(陳疏)를 한 자도 있었고 대신의 의견도 또 이와 같다. 문음(文蔭)으로 갈아서 차정할 것을 해조에게 말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20책 20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36책 141면
- 【분류】외교-야(野) / 왕실-종친(宗親) / 군사-군역(軍役) / 인사-임면(任免)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
○戊申/冬至使兼謝恩使沈之源、副使尹順之、書狀官李俊耉, 還自淸國。 上召見之, 仍問彼中事情, 之源曰: "其俗之事佛祈神, 甚於梁 武帝時, 齋日常多, 故公事遲滯矣。 所謂於應巨大, 卽其國之用事者, 而再求溺器於使行, 其他大小之官, 見輒有求, 此必貪風大熾矣。 於應巨大且言于臣等曰: ‘皇帝生子, 太后經疫, 雲南、貴州, 皆已歸順, 慶莫大焉。 國王聞之, 必以爲喜, 前頭進賀使, 不可循例差送。 國王雖不能親進, 世子大君中, 不可不一來。’ 臣答曰: ‘世子尙未經痘疫, 雖宮門之外, 不敢出入。’ 於應巨大曰: ‘有命在天, 豈以此拘忌耶?’ 臣答曰: ‘臣子之心, 其忍委之於天, 而不修在我之道乎?’ 於應巨大不復强請矣。" 上曰: "彼甚凶譎, 先發此言者, 蓋欲大君之來也。" 之源曰: "西路之民, 奔走站役, 未遑農務, 勢將流散, 甚可慮也。 平安一路, 皆以武弁差送, 皆事侵漁, 撫綏失宜, 此甚不當矣。" 上曰, "頃者人有陳疏言之者, 大臣之意又如此。 文蔭交差之意, 言于該曹。"
- 【태백산사고본】 20책 20권 13장 A면【국편영인본】 36책 141면
- 【분류】외교-야(野) / 왕실-종친(宗親) / 군사-군역(軍役) / 인사-임면(任免) / 행정-지방행정(地方行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