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리 도감의 신하들이 세자의 정침인 승휘전의 철거를 반대하였으나 따르지 않다
수리 도감 도제조 심지원, 제조 원두표·이완·허적이 대면을 청하니, 상이 불러 보았다. 지원 등이 나아와 아뢰기를,
"성상께서 민폐를 염려하시어 여러 전각(殿閣)의 목재와 기와를 뜯어다 이 공사에 옮겨 사용할 것을 특별히 명하셨으니, 신들은 성상의 뜻을 우러러 체득하여 백성을 지나치게 사역시키는 데까지 이르지 않게 하겠습니다. 다만 생각건대, 승휘전(承輝殿)은 바로 세자의 정침(正寢)이니 지금 성급하게 뜯는다면 또한 매우 온당치 못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혼조(昏朝) 때 궁궐의 노역 때문에 백성들이 고생하고 원망하였다. 지금 이런 공사가 있는데, 지방의 백성들이 어떻게 대내(大內)의 형세를 알 수 있겠는가. 선박으로 크고 작은 나무들을 운반하고 인부들을 긁어모으는 것만을 보고서 갈수록 서로 떠들어 댈 것이며, 그들의 노고도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한밤중에 그것을 생각해 볼 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두려워 옹송그려지게 된다. 그래서 이러한 졸렬한 계책을 낸 것인데, 지금 중지할 수는 없다."
하였다. 지원 등이 재삼 강력히 청하였으나, 상이 끝내 허락하지 않았다.
- 【태백산사고본】 15책 15권 33장 A면【국편영인본】 36책 37면
- 【분류】건설-건축(建築) / 왕실-비빈(妃嬪) / 왕실-종사(宗社)
○修理都監都提調沈之源、提調元斗杓ㆍ李浣ㆍ許積請對, 上召見之。 之源等進曰: "聖上軫念民弊, 特命撤毁諸殿閣材瓦, 而移用於此役, 臣等仰體聖意, 俾不至於役民騷擾。 而第念承輝殿, 乃世子正寢, 今遽撤毁, 不亦未安之甚乎。" 上曰: "昏朝時, 以宮闕之役, 百姓愁怨。 今有此擧, 外方之民, 何由知大內形勢乎? 徒見舡運大木, 搜括民夫, 轉相騷動, 其勞苦可想矣。 予中夜思之, 不覺悚然, 故出此下策, 今不可中止也。" 之源等堅請再三, 上終不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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