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이 거처하는 수정당이 좁아 수리하는 일을 대신들과 의논하다
상이 대신과 비국의 신하들을 인견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자전이 일찍이 통명전(通明殿)에 거처하셨는데, 재차 몸이 편찮으셨다. 지난해 비록 더러운 물건들을 깨끗이 제거하였지만 그대로 이 전에 계신다는 것이 마음에 몹시 불안하였기 때문에 여름에 수정당(壽靜堂)으로 받들어 모신 것이다. 그런데 이곳도 산을 등지고 땅이 비좁아 오래 거처하시기에 합당하지 않기 때문에 또 옛 총부(摠府)에 옮겨 모시려고 하는데, 총부도 또한 협소하여 불편하다. 나는 넓다란 궁전에 살면서 자전을 모실 만한 적합한 자리가 없으니, 내 마음이 편안하겠는가. 이런 시기에 건축 공사를 한다는 것이 곤란하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사세가 이와 같으니, 흠경각(欽敬閣) 터에 하나의 전을 세우고 싶다. 경들의 의견은 어떠한가?"
하니, 영의정 이시백(李時白)이 아뢰기를,
"사세가 이와 같으니 무슨 불가할 것이 있겠습니까."
하고, 우의정 심지원(沈之原)이 아뢰기를,
"누가 감히 이의가 있을 수 있겠습니까."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흠경각의 옛 터는 바로 홍문관의 북쪽으로 본래 깊숙한 곳이 아니니, 마땅히 앞에 한 층의 누각을 세워서 건너편 여염집이 바라다 보이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 이 역사는 비교적 큰 일이고, 또 인경궁(仁慶宮)의 목재와 기와를 이미 다 써버렸으므로 모름지기 별도로 목재와 석재를 준비해야만 바야흐로 공사를 시작할 수 있다. 경들이 물러가서 방도를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하였다. 시백이 아뢰기를,
"임의백(任義伯)이 보고서로 올린 사항들을 이미 회계 가운데서 상세히 아뢰었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소문이 퍼지지 않겠는가. 단속하여 연습하는 일은 김적(金逿)이 관서(關西)에 있을 때에도 잘 시행하지 못하였으니, 지금이라도 꼭 잘 완수하지는 못할 것이다. 만일 사람들이 마치 자기 집안일 하듯이 한다면 어찌 다시 사람들의 말이 있겠는가."
하였다. 시백이 아뢰기를,
"정유성(鄭維城)이 어찌 정석에게 사사로운 정이 있었겠습니까. 바라건대 성상께서는 다시 너그럽게 살피소서."
하니, 상이 이르기를,
"사사로운 정이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사사로운 의도를 말함이다. 내가 근일의 일을 묵묵히 관찰하건대 두렵고 불안하지 않은 적이 없었다. 매양 일종의 근거없는 의논이 갑자기 일어나면 상하가 번번이 거기에 동요되니, 나는 국권이 아래로 옮겨갈까 두렵다. 유성이 무슨 큰 죄가 있겠는가마는, 근거없는 의논에 동요된 것이며 대신의 논의도 또한 근거없는 의논에 동요된 것이다. 일전에 옥당이 차자를 올릴 때도, 그 이튿날 바로 주강이 있었으니 어찌하여 경연을 열기를 잠시 기다려 입시하여 의논하지 아니하고 바로 어두운 밤에 급급히 차자를 적어와서 올린단 말인가. 이것에 어찌 다른 의도가 있겠는가. 또한 근거없는 의논에 동요되어, 글로써 책임이나 때우며 소문이 전파되도록 하여 스스로를 해명하는 터전을 삼고자 한 것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5책 15권 27장 B면【국편영인본】 36책 34면
- 【분류】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인사-임면(任免) / 왕실-국왕(國王) / 왕실-비빈(妃嬪) / 건설-건축(建築) / 군사-군정(軍政) / 외교-야(野) / 사법-탄핵(彈劾)
○丁酉/上引見大臣及備局諸臣。 上曰: "慈殿曾御通明殿, 再有未寧之候。 頃年雖已滌去穢物, 仍御此殿, 心甚不安, 故夏間奉御于壽靜堂。 而依山地狹, 不合久御, 又欲移奉於舊摠府, 則摠府亦狹隘難容。 予則處於大內, 而慈殿奉御之所, 實無可合之地, 於予心安乎? 此時營造, 非不知難便, 而事勢如此, 欲別建一殿於欽敬閣基址, 卿等之意如何。" 領議政李時白曰: "事勢如此, 則有何不可。" 右議政沈之源曰: "誰敢有異議乎。" 上曰: "欽敬閣舊基, 卽弘文館之北, 本非深遠之處, 當前建一層樓, 以礙越邊閭家之窺望。 此役差重, 且仁慶宮材瓦, 旣已用盡, 須別備木石, 方可始役。 卿等退去料理可矣。" 時白曰: "任義伯啓本條件, 已悉於回啓中矣。" 上曰: "得無煩於聽聞乎? 團束鍊習之擧, 金逷在關西, 亦不能行, 今未必能了也。 如使人人, 如爲自家事, 則豈復有人言。" 時白曰: "鄭維城豈有私情於丁晳乎。 願聖上更加恕察。" 上曰: "非謂有私情, 乃私意也。 予默察近日事, 未嘗不瞿然不安。 每一種浮議, 驀地做得來, 上下輒動搖, 予恐國柄之下移也。 維城有甚大罪, 只是爲浮議所動, 大臣論議, 亦只是爲浮議所動。 頃日玉堂之陳箚也, 其翌日卽晝講。 何不少待開筵, 入侍商論, 而便於昏黑之夜, 汲汲寫箚來呈。 此豈有他意, 亦只是爲浮議所動, 欲以文字塞責, 播諸耳目, 爲自解之地也。"
- 【태백산사고본】 15책 15권 27장 B면【국편영인본】 36책 34면
- 【분류】교육-인문교육(人文敎育) / 인사-임면(任免) / 왕실-국왕(國王) / 왕실-비빈(妃嬪) / 건설-건축(建築) / 군사-군정(軍政) / 외교-야(野) / 사법-탄핵(彈劾)