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에 전알하려 할 때 군사에게 말을 달리게 한 것의 잘못을 신하들이 아뢰다
상이 장차 강릉(康陵)에 전알(展謁)하려 할 때 석현(石峴)의 막차(幕次)에 거가(車駕)를 멈추고 금군마대(禁軍馬隊)의 좌우별장(左右別將)과 선전관(宣傳官) 등에게 명하여 말을 달리게 하여 시재(試才)하고, 상도 활시위를 튕기고 검(劍)을 매만졌다. 도승지 이행진(李行進)이 아뢰기를,
"성상께서 장차 능침(陵寢)에 전알하실 것이므로 바야흐로 재계(齋戒) 중에 계신데 문득 시위(侍衛)하는 장관(將官)을 시켜 말을 달리게 하여 기예를 견주고 심지어 활시위를 튕기고 검을 만지시기까지 하시어 마치 용맹을 뽐내는 듯이 하시니, 신은 온당치 못하게 여깁니다."
하였다. 상이 강릉에 나아가 제사지내고 돌아오다가 석현에 이르러 길가에 말을 멈추고 병조 판서 원두표(元斗杓)를 명소(命召)하여 하교하기를,
"지세(地勢)가 넓으니, 내가 금군의 마병(馬兵)을 시열(試閱)하고자 한다."
하고, 또 양영(兩營)의 별장(別將) 김여수(金汝水)·조필달(趙必達)·변급(邊岌)·박민도(朴敏道) 등을 불러 하교하기를,
"들 가운데에 소기(小旗) 하나를 세우고 금군이 일제히 말을 출발시키게 하여 그 기를 먼저 뽑는 자에게 상을 주겠으니, 너희들은 각각 거느린 군사와 약속하라."
하고, 상이 드디어 산 언덕으로 달려 올라갔으나 배종하는 근시(近侍)들은 다 따라 가지 못하였다. 별장 등이 미처 군사들과 약속하기 전에 지레 말을 출발시키니, 상이 영을 어긴 것에 노하여 네 별장을 잡아다가 어전에서 결곤(決棍)하고, 하교하기를,
"너희들이 내 분부를 명백히 듣고도 율(律)을 어긴 것은 무슨 까닭인가. 이번에는 좌우로 나누어 각각 진을 쳤다가 어전에서 기를 휘두르고 나팔을 분 뒤에 한꺼번에 말을 출발시키되, 혹 다시 잘못하면 군율(軍律)을 면할 수 없을 것이다."
하였다. 그래서 별장 등이 군사를 나누어 진을 쳤는데 그 가운데에서 변급의 군사가 진세(陣勢)가 자못 정돈되니, 상이 아름답게 여겨 감탄하였다. 대사헌 이시해(李時楷)가 청대(請對)하여 나아가 아뢰기를,
"재계를 파하고 궁중으로 돌아오는 길에 열무(閱武)하여 군대의 위력을 드날리는 것은 특별한 일인데 대신과 삼사가 다 알지 못하니, 이는 매우 온당하지 않습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갑자기 나온 일이므로 미처 말하지 못하였다."
하였다. 이시해가 아뢰기를,
"갑자기 나왔더라도 대신이 몰라서는 안 될 것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경의 말이 옳다. 곧 사관(史官)을 보내어 대신에게 전유(傳諭)하라."
하였다. 대신들이 다 물러가 앉아 구경하다가 상의 하교를 듣고서 대답하기를,
"신들도 바야흐로 여기에 앉아서 관병(觀兵)합니다."
하였다. 미처 기를 휘두르고 나팔을 불기 전에 박민도가 거느린 군사가 또 먼저 말을 출발시키니, 상이 크게 노하여 잡아다가 결곤하며 이르기를,
"내가 약속을 분부한 것이 명백하지 않은 것이 아닌데 너의 군사가 군령을 다시 어겼으니, 너는 율을 어긴 죄를 받을 것이다."
하였다. 이윽고 좌별장의 초군(哨軍) 정시영(鄭時英)이 먼저 말을 출발시켜 뽑지 않아야 할 기를 뽑으니, 상이 노하여 이르기를,
"이 군졸이 군령을 따르지 않은 것이 이러하니 죽여도 아까울 것이 없다."
하였다. 군령을 다시 밝힌 뒤에 마병 최의순(崔義淳), 금군 김응천(金應天)이 말을 출발시켜 나란히 달려가 세운 기치를 먼저 뽑으니, 상이 아름답게 여겨 각각 말을 하사하고, 또 변급·김여수·조필달 등을 불러 하교하기를,
"너희들이 처음에는 율을 어겼더라도 뒤에는 영을 따랐다. 벌은 이미 시행하였거니와 또한 상이 없을 수 없다."
하고, 각각 활과 화살을 내렸다.
- 【태백산사고본】 14책 14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36책 9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왕실-종사(宗社) / 왕실-사급(賜給) / 군사-병법(兵法) / 사법-행형(行刑)
○壬子/上將展謁康陵, 駐駕石峴幕次, 命禁軍馬隊左右別將及宣傳官等, 馳馬試才, 上亦彈弓撫劍。 都承旨李行進啓曰: "聖上將展謁陵寢, 方在齋戒之中, 而遽令侍衛將官, 馳馬較藝, 至於彈弓撫劍, 有若賈勇者然, 臣竊以爲未安矣。" 上, 詣康陵行祭, 還到石峴, 駐馬路傍, 命召兵曹判書元斗杓下敎曰: "地勢廣闊, 予欲試閱禁軍馬兵。" 又召兩營別將金汝水、趙必達、邊岌、朴敏道等, 下敎曰: "植一小旗於野中, 令禁軍齊發馬, 先拔其旗者, 當賞之, 爾等, 各與所領之軍爲約。 上遂馳御山陵, 諸陪從近侍, 皆不能及。 別將等未及與諸軍約束, 徑先發馬, 上怒其違令, 拿致四別將, 決棍於前, 下敎曰, ‘爾等明聽予敎而失律, 何也。 今則分左右各自結陣, 見御前麾旗吹螺然後, 一時發馬, 而如或再誤, 難免軍律。" 於是, 別將等分兵結陣, 而其中邊岌之軍, 陣勢頗整, 上嘉歎之。 大司憲李時楷請對進言曰: "罷齋還宮之路, 閱武揚兵, 乃別樣之擧, 而大臣三司, 皆不得知, 此甚未安矣。" 上曰: "事出急遽, 未及言之。" 時楷曰: "雖出急遽, 而大臣則不可不知。" 上曰: "卿言是也, 卽遣史官, 傳諭于大臣。" 大臣皆却坐觀光, 及聞上敎, 對曰, 臣等亦方坐此觀兵云。 未及麾旗吹螺, 朴敏道所領之軍。 又先發馬, 上大怒, 拿致決棍曰: "予之分付約束, 非不明白, 而爾軍再違軍令, 爾當受失律之罪矣。" 俄而左別將哨軍鄭時英先自發馬, 取其不當取之旗。 上怒曰: "此卒之不遵軍令, 乃如此, 殺之無惜矣。" 更申軍令之後, 馬兵崔義淳、禁軍金應天, 發馬竝馳, 先拔立幟, 上嘉之, 各賜馬。 又召邊岌、金汝水、趙必達等, 下敎曰: "爾等初雖失律, 後則遵令, 罰已行矣。 又不可無賞。" 各賜弓矢。
- 【태백산사고본】 14책 14권 17장 B면【국편영인본】 36책 9면
- 【분류】왕실-행행(行幸) / 왕실-종사(宗社) / 왕실-사급(賜給) / 군사-병법(兵法) / 사법-행형(行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