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군 심액이 열개의 ‘말라’는 내용의 차자를 올리다
"신이 듣건대 사람이 죽으려 할 때는 그 말이 선(善)하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신은 이미 혼모하여 정신이 어지러우니 어찌 한 마디인들 선한 말을 할 수 있겠습니까. 하오나 구구한 견마의 정성을 끝내 억제할 수 없어 열 개의 ‘말라[無]’라는 글 자로써 성덕을 보좌할까 합니다.
스스로 성철(聖哲)하다 하여 신료들을 가벼이 보지 말 것, 격노하여 형벌에 중정(中正)을 잃지 말 것, 허물을 숨기고 직언 듣기를 싫어하지 말 것, 소인을 등용하여 거듭 인심을 잃지 말 것, 편벽되게 한쪽으로 쏠려 취사(取捨)가 공명하지 않게 하지 말 것, 나태하고 소홀히 하여 시작만 있고 끝은 없게 하지 말 것, 아첨하는 무리를 가까이하여 사(私)가 통할 수 있는 길을 열지 말 것, 이름만 있고 일은 헛되이 하지 말 것, 사치를 숭상하여 제도를 무너뜨리지 말 것, 재물을 손상하여 백성을 곤궁하게 하지 말 것 등입니다. 신이 이 말씀을 올리는 것은 전하께 이러한 열 가지 잘못이 있다고 해서가 아니라 바로 일이 커지기 전에 미리 막고 일의 끝을 시작할 때처럼 삼간다는 뜻에서이니, 혹시라도 살펴 주시어 노망스러운 말이라 하여 소홀히 여기지 않으신다면 신은 장차 지하(地下)에 들어가서도 여한이 없을 것입니다."
하니 답하기를,
"아뢴 바의 열 가지 ‘말라’는 가르침은 진실로 충심(忠心)에서 우러나온 말이니 감탄해 마음 속에 새기지 않아서야 되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3책 13권 16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687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臣聞之, 人之將死, 其言也善。 臣旣昏耗, 精神潰散, 安有一言之善, 而區區犬馬之忱, 終不自抑, 願以十無字, 仰補聖德。 曰: 無自聖輕視臣僚, 無遽怒刑罰失中, 無諱過惡聞直言, 無擧枉重失人心, 無偏係取舍不明, 無怠忽有始無終, 無近侫用啓私逕, 無徒名事歸虛文, 無尙侈以壞制度, 無傷財以困民生。 臣非謂殿下有此十失, 是乃杜漸愼終之意也。 倘蒙少賜省覽, 不以言耄而忽之, 則臣將無憾於地下矣。
答曰: "所進十無之誨, 允矣肝肺之言, 可不嘉歎而服膺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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