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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종실록 12권, 효종 5년 5월 26일 을묘 1번째기사 1654년 청 순치(順治) 11년

이조 참의 신천익을 소견하여 호남의 기근과 전염병에 대하여 하문하다

상이 주강에 나아가 《시전》의 중곡유퇴(中谷有推)·토원(兔爰) 등의 장을 강하였다. 검토관 홍우원(洪宇遠)이 아뢰기를,

"‘내가 태어난 처음에는 그래도 무사했는데, 내가 태어난 이후에 이 온갖 걱정을 만났다.[我生之初 尙無爲 我生之後 逢此百罹]’고 한 것은 근심하고 탄식하는 말입니다. 주(周)나라의 선왕(先王)은 음악과 여색 및 재물 등에 대한 욕심이 없었으며 궁실(宮室)과 여마(輿馬)도 즐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므로 나라는 잘 다스려지고 백성은 편안했는데, 평왕(平王) 때에 이르러 정형(政刑)이 혼란해져서 백성들이 근심하고 원망하였습니다. 그래서 시인이 ‘죽지 않고서 이 온갖 걱정을 당하느니 죽어서 모르는 것이 낫겠다.’고 한 것입니다. 신의 견해로 오늘을 보면 국가는 치평(治平)하다고 이를 수 없고 백성은 안락하다고 이를 수 없습니다. 성상께서 정신을 가다듬고 뜻을 굳게 가지시어 반드시 나라의 근본을 굳건히 하는 것으로 급선무를 삼는다면 종사(宗社)와 신민(臣民)의 복(福)이 되겠습니다."

하니, 상이 가납(嘉納)하였다. 강을 파하고, 이조 참의 신천익(愼天翊)을 소견(召見)하여 호남의 기근과 전염병에 대한 상황을 하문하니, 천익이 아뢰기를,

"거듭 기근이 든 나머지에 전염병이 또 크게 돌고 있는데, 온 도가 똑같으나 강진(康津)해남(海南) 등의 고을이 더욱 심합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이는 내가 실덕(失德)한 소치이다. 품은 생각이 있거든 숨김없이 모두 펼쳐서 나의 미치지 못한 점을 도우라."

하니, 천익이 아뢰기를,

"성상께서 허물을 들으려 하는 그것이 바로 허물을 없게 하는 방법입니다."

하였다. 천익이 물러가자, 상이 승지에게 이르기를,

"천익은 말을 번드르르하게 꾸미지 않으니, 이것이 가상하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12권 25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671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구휼(救恤) / 보건(保健)

○乙卯/上御晝講, 講《詩》 《傳》 《中谷有蓷》《兔爰》等章。 檢討官洪宇遠曰: "我生之初, 尙無爲, 我生之後, 逢此百罹。’ 云者, 愁歎之辭也。 之先王, 無聲色貨利之欲, 無宮室輿馬之樂, 故國治而民安。 至於平王, 政刑昏亂, 民生愁怨, 故詩人言: ‘與其不死而逢此百憂, 不如死而無知也。’ 以臣觀乎今日, 國家不可謂治平, 民生不可謂安樂矣。 聖上若勵精刻意, 必以固邦本爲先, 則宗社、臣民之福也。" 上嘉納之。 講罷, 召見吏曹參議愼天翊, 問湖南飢饉、癘疫之狀, 天翊曰: "荐飢之餘, 癘疫又熾, 一道同然, 而康津海南等邑尤甚矣。" 上曰: "是予失德之致也。 如有所懷, 悉陳無隱, 以補予不逮。" 天翊曰: "聖上欲聞其過, 是乃所以無過也。" 天翊退, 上謂承旨曰: "天翊不修邊幅, 是可尙也。"


  • 【태백산사고본】 12책 12권 25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671면
  • 【분류】
    왕실-경연(經筵) / 구휼(救恤) / 보건(保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