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조 참의 윤무거가 아비의 척화론을 고하지 않음으로 사직을 청하다
이조 참의 윤문거(尹文擧)가 상소하여 사직하였는데, 그 대략에 아뢰기를,
"신의 아비 윤황(尹煌)은 일찍이 선조(先朝)에 외람되이 특별한 대우를 받아, 오직 말을 숨김없이 다할 것만을 생각하였습니다. 대체 본디 성품이 되돌리기 어려워 그릇된 소견을 자신하고서 온 세상이 그르다고 할지라도 변통할 줄을 모르고 척화론(斥和論)을 끝까지 주장하였습니다. 신도 참으로 어리석어 망령되이 아비의 뜻을 답습하여 부자가 함께 화를 받게 되었지만, 스스로 저지른 것이기 때문에 도피하기 어려운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남한 산성이 함락당한 때에 이르러 체부(體府)에서 척화한 사람은 자수하라는 명령이 있었는데도, 신이 아비의 병환이 위중한 것을 민망스럽게 여기어 숨겨 말씀드리지 않고, 이에 척화한 신하 몇 사람의 성명만을 조정에 보고하여 신의 아비가 다행히 지극히 위험한 지역으로 가는 것을 모면하였습니다. 신이 다만 아비의 죽음을 늦춰드릴 줄만 알고 아비의 뜻을 무너뜨렸으며, 아비의 이름을 욕되게 하는 것이 참으로 신의 몸에서 연유할 줄은 깨닫지 못하였습니다. 신은 자식으로서 불초하고 사람으로서도 불쌍한 존재이니, 오직 마땅히 짐승처럼 엎드려 있고 새처럼 쉬고 있을 따름이지, 어찌 감히 사람 축에 다시 끼여 청반(淸班)을 욕되게 할 수 있겠습니까."
하니, 비답하기를,
"이미 지나간 일을 추후하여 진달할 필요가 없다. 더구나 분의가 존재하는 바에 있어서 한결같이 사퇴할 수 없으니, 그대는 속히 올라오도록 하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12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669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인사-임면(任免)
○吏曹參議尹文擧上疏辭職, 其略曰:
臣父煌曾在先朝, 濫蒙寵遇, 惟思盡言。 槪其素性難回, 自信謬見, 擧世非之, 而不知變焉, 斥和之論, 終始主張。 臣誠愚騃, 妄襲父意, 父子同孽, 自作難逭, 而及至南漢下城之日, 體府有斥和人自首之令, 而臣悶父病甚, 諱不以告, 乃以若干斥和臣姓名, 告于朝廷, 而臣父幸免虎口之行。 臣徒知緩父之死, 而不覺敗父之志、辱父之名, 實緣臣身。 臣於子爲不肖, 於人爲不祥, 惟當獸伏禽息而已, 何敢更齒於人, 玷辱淸班乎?
答曰: "旣往之事, 不必追陳。 況分義所在, 不可一向辭退, 爾其從速上來。"
- 【태백산사고본】 12책 12권 21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669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