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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종실록12권, 효종 5년 1월 16일 정미 1번째기사 1654년 청 순치(順治) 11년

이경석의 상차에서 시행해야할 일들을 하교하다

상이 대신 및 비국의 여러 신하들을 인견하였다. 상이 이경석에게 이르기를,

"경의 차자 내용이 진심에서 나오지 않은 것이 없으며 바로 나의 병통에 적중하여, 경솔히 비답할 수 없기 때문에 경을 불러 대면하여 말하는 것이다."

하니, 경석이 아뢰기를,

"신은 정신이 이미 소모되고 또 문견도 없으니 차자 중의 말뜻에 무슨 도움되는 것이 있겠습니까. 그런데도 장려하여 높여주신 말씀이 이에 이르니 감격스러움을 이기지 못하겠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과인이 비록 능히 체행하지는 못하지만 경의 말이 간절하니 감히 가슴속에 새겨두지 않겠는가."

하니, 경석이 아뢰기를,

"지금 성상께서 비록 정신을 가다듬고 다스림을 도모하고 계십니다만, 요순 같은 성인도 반드시 자기의 사견을 버리고 남의 의견을 따랐으니, 신의 말이 비록 노망하지만 오직 성상께서 가려 쓰심에 달려 있을 뿐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내가 경에게 바라는 것이 다른 대신과는 다른데, 경이 생각하는 바가 있으면 어찌 다 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쓰고 안 쓰는 것은 내게 달려 있을 뿐이다."

하고, 상이 이어서 경석의 차자를 앞에다 놓고서 마땅히 시행하여야 할 일들을 집어내 입시한 승지에게 하교하기를,

"고령자를 위문하고 고아와 과부를 구휼하는 일에 대해서는 호조로 하여금 시행하도록 하고, 나랏일로 죽은 사람에 대해서도 특별히 구휼하는 은전을 내리도록 하라. 어사의 안핵(按劾)으로 오랫동안 죄적(罪籍)에 실려 있는 사람과, 재능을 지니고서도 파직되거나 산관(散官)에 파묻혀 있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묘당과 이조로 하여금 공론을 채취하여 하자를 씻어주고 수용하도록 하라. 전 판서 윤이지(尹履之)에 대해서는 이미 벌을 내렸고 대신이 또 그의 사정을 말하였고 앞으로 또 기로소(耆老所)의 연회도 있으니, 외톨이가 된 탄식이 있게 해서는 안 되므로 그를 석방하도록 하라. 조석윤(趙錫胤)은 본래 명망이 있으니 잠시 변방에 놔두어 백성을 진정시키도록 하라."

하였다. 영의정 정태화가 아뢰기를,

"신이 병 때문에 면직을 청하였는데도 윤허를 받지 못하여 애써서 입궐하였지만, 한 가지도 도움된 것이 없고 죄만 끼치고 있어 마음에 부끄러울 뿐만이 아니니 나랏일에 어떠하겠습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경이 오랫동안 일어나지 못하기에 내 마음이 결연스럽더니만 오늘 경을 보니 기쁨을 말할 수 없다."

하였다. 경석이 아뢰기를,

"하늘의 재앙이 거듭 닥치니, 성상께서 마땅히 몸을 닦아 성찰하는 실지를 극진하게 하여 재앙을 중지시키는 방도로 삼는 것이 가장 급선무입니다."

하고, 영중추부사 이경여(李敬輿)가 아뢰기를,

"옛사람이 이르기를 ‘한 마디 착한 말이 화기(和氣)를 불러들이기에 충분하다.’ 하였습니다. 전하께서는 고령자를 존경하고 빈궁한 자를 구휼하라는 분부가 있었으니, 만일 이 마음을 미루어 나간다면 비 오고 갬이 알맞음을 얻는 것이 또한 무엇이 어렵겠습니까. 전하께서 언제나 형벌로써 징계 권면하는 바탕을 삼으시는데, 포용하는 덕에 매우 흠이 됩니다. 임금은 기뻐하고 노하는 데 중도를 얻음이 귀한 것입니다."

하니, 상이 그렇다고 하였다. 경석이 아뢰기를,

"박장원(朴長遠)은 충신 심현(沈誢)의 외손인데, 그의 어미가 병환이 심한데도 서로 만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지금 국가에 풍정을 거행하게 되었으니, 마땅히 파급시켜 나가 어짐을 미루어 나가소서."

하니, 상이 이르기를,

"귀양간 지가 오래되지 않았으니 아직 놔두라."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2책 12권 5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661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인사-관리(管理) / 구휼(救恤) / 사법-행형(行刑)

    ○丁未/上引見大臣及備局諸臣。 上謂李景奭曰: "卿之箚辭, 無非出於肺肝, 正中予病, 不可率爾答之, 故召卿面諭矣。" 景奭曰: "臣精神旣耗, 又無聞見, 箚中辭意, 有何裨益, 而褒諭至此, 不勝感激。" 上曰: "寡昧雖未能體行, 卿言剴切, 敢不服膺焉?" 景奭曰: "方今聖上雖勵精圖治, 然以 之聖, 亦必舍己從人。 臣言雖耄, 惟在聖上擇用而已。" 上曰: "予之望於卿者, 異於他大臣, 卿有所懷, 何可不盡言乎? 用不用在予耳。" 上仍置景奭箚子於前, 拈出當行之事, 下敎入侍承旨曰: "存高年、恤孤寡, 令戶曹施行, 死於國事者, 別加恤典。 繡衣所按, 久在罪籍者與懷才抱能, 沈淪罷散者, 令廟堂、吏曹, 採取公論, 滌瑕收用。 前判書尹履之, 旣已施罰, 大臣又言其情事, 前頭且有耆老之宴, 不可使有向隅之歎, 其令釋之。 趙錫胤素有名望, 姑置邊地, 使之彈壓。" 領議政鄭太和曰: "臣以病乞免, 而未蒙允許, 黽勉出仕, 無一裨補, 徒貽罪戾, 不但愧負於心, 其於國事何?" 上曰: "卿久不起, 予心缺然, 今日見卿, 喜不可言。" 景奭曰: "天災荐臻, 聖上宜盡修省之實, 以爲弭災之方, 此最急務也。" 領中樞府事李敬輿曰: "古人云: ‘一言之善, 足致和氣。’ 殿下有尊高年、恤貧窮之敎, 若推此心, 則雨暘得中, 亦何難也? 殿下每以刑罰爲懲勸之地, 殊欠包容之德。 人君喜怒, 得中爲貴。" 上然之。 景奭曰: "朴長遠, 忠臣沈誢之外孫也, 其母病甚, 而不得相見。 方今國有豐呈之擧, 宜推錫類之仁矣。" 上曰: "赴配未久, 姑置之。"


    • 【태백산사고본】 12책 12권 5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661면
    • 【분류】
      정론-정론(政論) / 인사-관리(管理) / 구휼(救恤) / 사법-행형(行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