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과 비국 신하를 인견하고 정명수의 족속 처치 등을 의논하다
상이 대신과 비국의 여러 신하들을 인견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내가 오래도록 병을 앓느라고 경들을 접견하지 못한 지가 오래되었는데, 이제 다행히 회복되었기 때문에 경들을 접견하려 한 것이다."
하였다. 영의정 정태화(鄭太和)가 아뢰기를,
"들리는 바에 의하면 정명수(鄭命守)가 죄를 받고 폐기되었다고 하니, 이는 진실로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하니, 상이 이르기를,
"그에 대한 자문(咨文)을 보니, 명수의 죄상을 그토록 열거했으면서도 오히려 죽음을 면하였으니, 저들의 형법(刑法)이 문란해졌다는 것을 알 수가 있다. 그런데 명수는 특히 간사하고 교활하기 짝이 없는데, 죽지 않는다면 꺼진 재가 다시 불붙게 될 걱정이 있을까 염려스럽다."
하였다. 태화가 아뢰기를,
"명수를 통하여 벼슬을 얻은 사람이 많은데 어떻게 조처해야 하겠습니까. 그리고 그의 족속들 가운데 여기에 있는 자들은 다 죽일 필요 없이 우선 남쪽 변방에 옮겨 놓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하니, 상이 옳게 여겼다. 부제학 김익희(金益熙)가 아뢰기를,
"필시 뒷걱정은 없을 것인데, 이 족속들을 죽이지 않는다면 어떻게 징계시킬 수 있겠습니까."
하고, 대제학 채유후(蔡𥙿後)는 아뢰기를,
"사국(史局)의 일이 끝나게 되었습니다. 듣건대 전례에는 본받을 만하고 살펴볼 만한 것을 가려서 하나의 책으로 엮어서 진헌했다고 했습니다. 지금도 전례대로 엮어서 진헌하게 해야 합니까?"
하니, 상이 대신에게 하문하였다. 좌의정 김육이 아뢰기를,
"사사(史事)는 매우 비밀스러운 것이기 때문에 드러내어 노출시켜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 나누어 보관하려고 하고 있는데, 또 하나의 역사(役事)를 만들어서도 안 됩니다."
하니, 상이 옳게 여겼다. 대사간 홍명하가 다시 전에 아뢴 것을 아뢰고, 별천(別薦)의 규정을 개정할 것을 청하니, 따랐다. 제신들이 물러가려 하자, 상이 이르기를,
"대신과 양사의 장관은 물러가지 말라."
하고, 이어 이르기를,
"당초 징(澂)과 숙(潚)을 섬으로 내보내 안치(安置)시킨 것은 그들을 보전시키기 위한 계책에서였다. 그래서 징의 처도 함께 보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듣건대, 징이 제 처에 대해 차마 사람으로서는 못할 학대를 가하면서 매양 말하기를 ‘우리 집안의 화(禍)는 너 때문에 발단된 것이다.’ 하고는 온갖 방법으로 모욕을 가하는가 하면 제 처가 죽으려 해도 죽지도 못하게 한다고 한다. 오래 두면 반드시 변고가 생길 것인만큼 이제 다른 곳으로 나누어 두고 싶은데 어떨지 모르겠다."
하였다. 삼공과 대사헌 이일상(李一相)은 모두 옳다고 하였으나, 명하는 아뢰기를,
"나누어 두는 것이 진실로 해 될 것이 없습니다만, 사정을 모르는 외인(外人)들은 또 그의 아내를 빼앗았다고 하면서 시종 보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의심을 할 것인데 이는 어찌합니까."
하니, 상이 이르기를,
"대사간이 걱정하는 것도 옳다. 그러나 뜻밖의 변고가 발생하면 더욱 불행한 일이니, 일찍 방법을 강구하지 않을 수 없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10책 10권 52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628면
- 【분류】왕실-국왕(國王) / 왕실-종친(宗親) / 외교-야(野) / 역사-편사(編史) / 인사-선발(選拔) / 사법-행형(行刑)
○丁酉/上引見大臣及備局諸臣。 上曰: "予患疾彌留, 不見卿等久矣。 今幸平復, 故欲見卿等矣。" 領議政鄭太和曰: "聞, 鄭命守罪廢云, 此誠幸矣。" 上曰: "見其咨文, 數命守罪狀如彼, 而猶免於死, 可知彼中刑法之壞亂也。 且命守之奸黠特甚, 不死則恐有死灰復燃之患耳。" 太和曰: "因命守得官者多, 何以處之? 且其族屬之在此者, 不必盡殺, 姑徒于南裔何如?" 上然之。 副提學金益熙曰: "必無後慮, 不誅此屬, 何所懲勵也?" 大提學蔡𥙿後曰: "史役將畢矣。 聞, 前例有擇其可法可觀者, 編作一冊以進云。 今亦依前規編進乎?" 上問于大臣, 左議政金堉曰: "史事極秘, 不可宣露。 且今將分藏, 而不可又開一役矣。" 上然之。 大司諫洪命夏更申前啓, 請改定別薦之規, 從之。 諸臣將退, 上曰: "大臣及兩司長官勿退。" 仍曰: "當初澂、潚之出置島中也, 爲保全之計, 故竝送澂妻矣。 今聞澂虐其妻, 殆無人理, 每曰: ‘吾家之禍, 由汝而發。’ 侵辱萬端, 使其妻求死不得云。 久必生變, 今欲分置於他所, 未知如何。" 三公及大司憲李一相, 皆以爲可, 命夏曰: "分置固無害, 而但外人之不知者, 又以奪其妻致疑, 於不得保全終始則如何?" 上曰: "大司諫之爲慮是矣。 然變生於意外, 則尤不幸矣, 不可不早爲之所矣。"
- 【태백산사고본】 10책 10권 52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628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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