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헌부의 건의로 헌납 이기발·집의 이천기 등을 체직하다
헌부가 아뢰기를,
"지난해 양남(兩南)의 재해가 가장 혹독하였으므로 조정에서 특별히 1년의 공부(貢賦)를 면제시켰습니다. 따라서 수령이 된 자로서는 조정에서 백성을 돌보는 뜻을 우러러 몸받아 구휼하여 소생시키기에 겨를이 없어야 마땅합니다. 그런데 허다한 공물(貢物)을 앞질러 스스로 수납함으로써 당초 특별히 면제시킨 은혜가 백성에게 미치지 못하게 하였으니, 분명히 조사하여 처치하게 하소서."
하니, 상이 따랐다. 또 아뢰기를,
"헌납 이기발(李起浡)은 품행이 패려스럽고 몸가짐이 비루하였으며, 고향에서의 처신도 대부분 괴상하여 송정(訟庭)을 들락거렸습니다. 스스로 문당(門黨)과 끊고서 향권(鄕權)을 멋대로 희롱하였을 뿐만 아니라 관부의 정령(政令)에까지 간여하였으므로 전후 수재(守宰)들이 모두 그 고통을 감내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리고 집에서도 음혹(淫酷)한 형벌을 자행하였는데 분노와 질투 때문에 아기를 잉태한 비첩(婢妾)의 배를 갈라 죽이기까지 하였습니다.
집의 이천기(李天基)가 일찍이 호남(湖南)에 갔을 적에 이런 등등의 이야기를 익히 듣고 서울에 전파시켰기 때문에 사대부들 사이에도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상정(常情)으로 말한다면 근사하지도 않은 일 같습니다만, 사람들이 운운하는 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을 것입니다. 이를 미루어 본다면 충분히 그의 인품을 알 수가 있으니, 공의(公議)에 있어 결단코 그대로 대각에 두어 명기(名器)를 욕되게 할 수는 없습니다. 먼저 체직시키소서."
하였는데, 누차 아뢴 뒤에야 따랐다.
- 【태백산사고본】 10책 10권 49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626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구휼(救恤) / 재정-공물(貢物) / 사법-탄핵(彈劾) / 인사-임면(任免)
○憲府啓曰: "前年兩南, 被災最酷, 朝廷特除一年貢賦。 爲守令者, 所當仰體朝家恤民之意, 賑救蘇息之不暇, 而許多貢物, 徑自收納, 使當初特除之惠, 不及於民, 請明査處置。" 上從之。 又啓曰: "獻納李起浡, 性行乖戾, 持身麤鄙, 居鄕處身, 率多詭怪, 出入訟庭。 非但自絶於門黨, 擅弄鄕權, 干預官府之政令, 前後守宰, 皆不堪其苦。 且於居家, 恣行淫酷之刑, 乘其恚妬, 刳殺懷孕之婢妾。 執義李天基, 曾往湖南, 慣聞此等之說, 傳播洛中, 士夫間多有言之者。 以常情言之, 似不近理, 而人所云云, 必有其由。 以此推之, 足知其爲人, 公議所在, 決不可仍置臺閣, 以辱名器。 請先遞其職。" 累啓而從之。
- 【태백산사고본】 10책 10권 49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626면
- 【분류】정론-간쟁(諫諍) / 구휼(救恤) / 재정-공물(貢物) / 사법-탄핵(彈劾) / 인사-임면(任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