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방준이 김자점과의 교분을 이유로 죄를 받겠다는 상소를 올리다
지평 안방준(安邦俊)이 상소하기를,
"신자(臣子)로서 모반을 꾀한 역적이 어느 시대인들 없었겠습니까. 그러나 은밀한 모의와 계책으로 안팎이 서로 호응하면서 궁궐에서 망측한 변을 일으킨 것은 고금을 통틀어 이번 역적과 같이 심한 경우는 아직 없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종묘 사직의 위령(威靈)과 천지 신령의 돌보아 주심을 힘입어 흉악한 괴수와 그 일당이 일시에 주륙(誅戮)되었으니, 이 어찌 진정 국가의 큰 경사가 아니겠습니까.
바야흐로 이제 적이 이미 토벌되었으니 다시 우려할 것은 없습니다마는, 인심을 진정시키는 것이 실로 급선무라 할 것인데, 신이 선조(先朝)의 일로 말씀드릴까 합니다. 옛날 선조조(宣祖朝) 당시 기축 역변(己丑逆變)이 일어났을 때, 호남 유생 정암수(丁巖壽) 등이 토역(討逆)에 관해 상소하면서 중도(中道)에 어긋난 말을 많이 하였으므로 선조께서 진노하시어 주동자 이하 10인을 모두 붙잡아 국문하도록 명하시고 장차 중률(重律)을 가하려 하셨습니다. 이에 대간이 여러 차례 아뢰어 신구(伸救)하고 관학(館學)의 유생들이 글을 올려 청원하였는데, 그런 뒤에야 정암수 등이 간신히 죄를 면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당시에 옥사(獄事)가 마구 번져 무고한 자들까지 걸려들었으므로, 김천일(金千鎰)이 상소하여 진달드리기를 ‘이 무리들이 무지몽매하여 그의 술수에 빠진 나머지 서로 추대하여 심지어는 역적으로 하여금 형세를 석권하고 위세를 떨치게 함으로써 반역의 난을 선동시킨 결과가 되었으니, 이 점에 대한 죄는 진정 면하기가 어렵다. 그러나 그들을 역모에 같이 참여했다고 여겨 극형(極刑)을 적용하기까지 하는 것은 정상을 참작하여 처벌하는 것이 되지 못할 듯싶다.’ 하니 선조께서 이에 아름답게 받아들이셨는데, 이에 대해서는 전하께서 일찍이 들어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리고 인조조(仁祖朝)에 괄적(适賊)048) 이 난을 일으켜 상이 공주(公州)로 피했다가 장차 환도(還都)하려 하실 때, 먼저 윤방을 보내 정세를 살피게 하였습니다. 그런데 윤방이 괄적이 이민(吏民)들과 서로 통한 문서를 획득하자 이를 모두 불태워 버렸습니다. 이에 인조께서 윤방에게 이르기를 ‘내가 경을 보낸 것은 경이 이렇게 조처할 줄 알았기 때문이다.’ 하고 크게 칭찬하셨습니다. 그러다가 심역(沈逆)049) 의 변이 일어났을 때에도 의심이 가는 자들은 모두 놔두고 묻지 않았으므로 인심이 이에 안정되었습니다. 이에 대해서도 전하께서 일찍이 들어 알고 계실 것입니다.
그런데 신은 김자점(金自點)과 서로 알고 지내는 교분이 있었는데, 김자점이 광양(光陽)에 유배된 뒤로 여러 번 편지를 보내 왔기에 신이 그와 편지를 왕복하였습니다. 따라서 신이 그를 증오한 것은 원두표(元斗杓)보다도 못하고 선견지명은 홍무적(洪茂績)보다도 못하니, 원컨대 신의 죄를 다스려 조정의 기강을 엄숙히 하소서."
하니, 답하기를,
"진달한 말이 실로 근심하고 사랑하는 지극한 정성에서 나왔으니, 어찌 잊지 않도록 마음에 새기지 않겠는가."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책 8권 22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533면
- 【분류】정론-정론(政論) / 변란-정변(政變) / 사법(司法) / 역사-전사(前史)
○持平安邦俊上疏曰:
叛臣賊子, 何代無之? 陰謀秘計, 內外相應, 宮闈罔測之變, 古今未有如此賊之甚者也。 幸賴廟社威靈, 天地默佑, 兇魁黨與, 一時就戮, 玆豈非國家之大慶歟? 方今賊已討矣, 無復可憂, 而鎭定人心, 實是急務, 臣請以先朝之事言之。 昔在宣祖朝己丑逆變, 湖南儒生丁巖壽等上疏討逆, 言多失中。 宣祖震怒, 疏頭以下十人, 竝命拿鞫, 將加重律。 臺諫屢啓伸救, 館學儒生抗章陳請, 然後巖壽等僅得免罪。 時, 獄事蔓延, 濫及無辜, 金千鎰陳疏曰: "此輩和蔽昏暗, 墮其術中, 互相推奬, 至使逆賊, 席勢張威, 以煽叛逆之亂, 則固難免其罪矣。 至以同參逆謀, 置之極典, 則恐非原情之科也。" 宣祖乃嘉納焉, 此則殿下之所嘗聞知者也。 仁祖朝适賊之亂, 上自公州將還都, 先遣尹昉, 使之譏察。 昉得适賊與吏民交通文書, 悉焚之。 仁祖謂昉曰: "予之遣卿, 知卿有此擧也。" 大加稱賞。 及沈逆之變, 疑似者悉置而不問, 人心乃定。 此亦殿下之所嘗聞知者也。 臣與自點, 有識面之分, 及自點配光陽, 累度致款, 臣往復書尺。 臣之嫉惡, 不如元斗杓, 先見不如洪茂績, 願治臣罪, 以肅朝綱。
答曰: "所陳之言, 實是憂愛之至誠, 可不書紳體念焉?"
- 【태백산사고본】 8책 8권 22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53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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