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징·이숙을 강화에 유배시키고, 역옥과 관련한 논공을 논하다
상이 대신 및 비국의 제신(諸臣)을 인견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대옥(大獄)이 이미 완결되었으니, 수감된 죄인들을 의처(議處)하라."
하니, 영의정 정태화(鄭太和)가 아뢰기를,
"여러 죄인 가운데 심지명(沈之溟)은 비록 역적의 공초에 두 번 나왔다고는 하지만 별로 중요하게 관련되었다는 말은 없으니 풀어주어야 할 듯싶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제신의 의견은 어떠한가?"
하니, 모두 아뢰기를,
"풀어주어야 합니다."
하고, 판의금 원두표(元斗杓)가 아뢰기를,
"완전히 풀어줄 수는 없습니다."
하니, 상이 중도 부처(中道付處)할 것을 명하였다. 나머지 죄인들에 대해서도 여러 의견을 채택하여 완전히 풀어주기도 하고 정배(定配)하기도 하였다. 태화가 아뢰기를,
"심기원(沈器遠) 및 이산(尼山)의 역옥(逆獄)의 예에 따라 이번에도 청나라에 알려야 하겠습니다."
하니, 상이 따랐다. 태화가 아뢰기를,
"이징과 이숙을 속히 선처하시라는 뜻을 지난번 상의 앞에서 진달드렸고 아침에도 진달하여 아뢰었습니다. 모두 해도(海島)에 내치시어 보전되도록 하소서."
하고, 대사헌 심지원(沈之源), 대사간 이시해(李時楷)가 징과 숙을 절도(絶島)에 안치시킬 것을 청하고, 교리 조한영(曺漢英)이 양사의 청을 쾌히 따를 것을 청하니, 상이 이르기를,
"일이 마침내 이렇게까지 되고 보니 내가 마음을 진정할 수가 없다. 다만 훗날 후회스러운 점이 있게 되면, 옛 사람의 이른바 ‘선처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면치못할 것이니, 이 점이 두려웠다. 지금 대신의 말을 듣고 깊이 보전할 방법을 터득하게 되었는데, 먼 지역에 유배하지 말고 강화(江華)에 두도록 하라."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역적을 소탕하고 나서 이미 종묘에 고하고 교서를 반포하였으니, 고변한 자를 논공(論功)하는 것이 마땅할텐데, 대신의 의견은 어떠한가?"
하니, 태화가 아뢰기를,
"고변한 자에게 공이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자기 목숨을 살리려는 데에서 나온 계책에 불과한데, 어떻게 녹공(錄功)할 수 있겠습니까. 전답과 노비나 후하게 주어 상전(賞典)을 보이면 될 것입니다."
하고, 대사헌 심지원도 아뢰기를,
"논공은 할 수 없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안 될 것이 뭐가 있는가."
하고, 이어 승지 이응시에게 하문하기를,
"이번 옥사에 대해서는 그대가 전말을 자세히 알고 있는데, 고변한 자에게 과연 공이 없는가?"
하니, 응시가 아뢰기를,
"신의 생각에는 고변한 자에게 공이 없다고 할 수는 없을 듯합니다."
하자, 상이 이르기를,
"흉역을 꾸민 변사기(邊士紀)같은 경우는 끝내 실상을 완전히 자백하지 않았다. 만약 고변한 자가 없었다면 그 누가 역모를 들추어내어 심문할 수 있었겠는가. 고변한 자에게 공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야말로 인심을 맥빠지게 하는 말이다. 그래도 승지의 의견만은 사람들과 부화뇌동하고 있지 않으니, 내가 매우 아름답게 여긴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8책 8권 2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523면
- 【분류】사법-행형(行刑) / 변란-정변(政變) / 왕실-종친(宗親) / 외교-야(野) / 인사-관리(管理)
○上引見大臣及備局諸臣。 上曰: "大獄已完, 在囚罪人, 議處可矣。" 領議政鄭太和曰: "諸罪人中沈之溟, 雖再出賊口, 別無緊語, 似可釋矣。" 上曰: "諸臣之意何如?" 僉曰可釋。 判義禁元斗杓曰: "不可全釋。" 上命中道付處。 其餘罪人, 亦採群議, 或全釋或定配。 太和曰: "請依沈器遠及尼山逆獄例, 今亦報知于淸國。" 上從之。 太和曰: "澂、潚從速善處之意, 頃達於上前, 朝又陳啓。 請竝放于海島, 以爲保全之地。" 大司憲沈之源、大司諫李時楷, 請澂、潚放置絶島, 校理曺漢英請快從兩司之請, 上曰: "事竟至此, 予無以爲心。 但他日有悔, 則難免古人所謂不善處之譏, 用是爲懼。 今聞大臣之言, 深得保全之道, 勿令竄放遠地, 置諸江華可矣。" 上曰: "討逆之後, 旣已告廟、頒敎, 當論告者之功, 大臣之意何如?" 太和曰: "告者非有功也, 只爲圖生之計, 何可錄其功也? 厚賜田民, 以示賞典可矣。" 大司憲沈之源亦曰: "論功則不可。" 上曰: "何不可之有?" 仍問承旨李應蓍曰: "今番獄事, 爾詳知顚末, 告者果無功乎?" 應蓍曰: "臣意, 告者不可謂之無功也。" 上曰: "如邊賊之兇逆者, 猶不盡吐其實狀。 若無告者, 誰能發問其逆謀乎? 告者無功云者, 實人心解體之言也。 獨承旨意見, 不與人雷同, 予甚多之。"
- 【태백산사고본】 8책 8권 2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523면
- 【분류】사법-행형(行刑) / 변란-정변(政變) / 왕실-종친(宗親) / 외교-야(野) / 인사-관리(管理)