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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종실록 5권, 효종 1년 11월 5일 을묘 2번째기사 1650년 청 순치(順治) 7년

헌부가 숙안 공주의 길례를 상도로 할 것을 아뢰었으나 권도로서 할 것을 명하다

헌부가 【집의 조형(趙珩), 장령 심광수(沈光洙).】 아뢰기를,

"삼가 숙안 공주(淑安公主)의 길례를 금년에 행하기로 정했다고 들었습니다. 비록 부득이한 사세에서 나온 것이지만, 예문(禮文)에 ‘당사자와 주혼자(主婚者)가 기년(朞年) 이상의 상이 없어야 혼인을 할 수 있다.’고 하였으니, 이는 만세토록 바꿀 수 없는 예입니다. 위에서부터 이런 예를 무너뜨린다면 장차 무엇을 가지고 아랫사람들의 실례를 책하시겠습니까. 청컨대 내년에 상을 마치기를 기다린 뒤에 다시 좋은 날을 택해 크게 성대한 예를 거행하여 전하의 바른 가법(家法)을 보이소서."

하니, 답하기를,

"너희들이 논한 것은 만세의 떳떳한 예이고, 오늘날 처한 경우는 한때의 권도이다. 상도(常道)와 권도는 어느 한쪽도 폐할 수 없다. 만약 상도만 지키면서 권변을 알지 못하면 혹 후회해도 소용없는 일이 있을까 염려스럽다. 비록 그렇지만 예문을 가지고 하는 말인데 내 어찌 자신만 믿고서 억지로 어기겠는가. 다시 대신에게 의논하라."

하였다. 영의정 이경여가 아뢰기를,

"궁정은 풍화(風化)의 근본이고, 성인은 인륜의 지극한 분입니다. 나라에 교화를 이루고, 사방에 표준을 보이는 것은 예 말고는 의당 보다 큰 일이 없을 것입니다. 전날 여러 신하들의 의논은 권도였고, 지금 대간이 말하는 것은 상도입니다. 상도와 권도를 참작해서 경중을 비교하여 버리고 취하며 절충하는 바가 있는 데 이르러서는 오직 성상께서 재단하시기에 달려 있습니다."

하니, 상이 하교하기를,

"수의한 대신의 말을 보니, 분명히 자기 의견을 밝히는 데 매우 흠이 있다. 어디서 취해 결정을 한단 말인가. 아, 나랏일이 이 지경에 이르러 어쩔 수 없이 이런 거조를 하게 된 것이다. 만약 불행히도 말하기 어려운 일이 있게 되면 조정에 욕을 끼치는 일이 아니겠는가. 이로써 논한다면 나라의 수치가 되는 것이 도리어 한때 권도를 행하는 것보다 심함이 있을 것이다. 경중을 비교해 버리고 취하는 일이 여기서 결판이 났다. 예 또한 정(情)에서 나오니 아마도 여기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전에 의논했던 대로 시행하라."

하였다. 【당시 청나라에서 우리 나라에 혼인을 요구하는 의논이 있었기 때문이다.】


  • 【태백산사고본】 5책 5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457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왕실-의식(儀式)

○憲府 【執義趙珩、掌令沈光洙。】 啓曰: "伏聞, 淑安公主吉禮, 定行於今年。 雖出於事勢之不得已, 而禮文曰: ‘身及主婚者, 無朞以上喪, 乃可成婚。’ 此萬世不易之禮也。 自上壞之, 則將何以責下之失禮乎? 請待明年喪盡之後, 更擇吉辰, 誕擧盛禮, 以示殿下家法之正。" 答曰: "爾等所論者, 萬世之常也, 今日所處者, 一時之權也。 經、權不可偏廢, 若守常而不知變, 則恐或有噬臍之悔也。 雖然, 執禮之言, 予何自信而强咈乎? 更議于大臣。" 領議政李敬輿以爲: "宮庭, 風化之本; 聖人, 人倫之至。 成敎家邦, 表準四方, 舍此宜無大者。 前日諸臣之論, 權也; 今者臺諫之言, 經也。 至於參酌經、權, 取舍輕重, 有所折衷, 惟在睿裁。" 上, 下敎曰: "見此收議大臣之言, 殊欠分明。 於何取決焉? 噫! 國事到此地頭, 萬萬不得已作此擧也。 若不幸而有難言之事, 則其不貽辱於祖宗乎? 以此論之, 則其爲國恥, 反有甚於一時之行權也。 輕重取舍, 於斯判矣。 禮亦出於情, 恐不外乎是也。 依前議施行。" 【時, 淸國有求婚於我國之議故也。】


  • 【태백산사고본】 5책 5권 18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457면
  • 【분류】
    정론-간쟁(諫諍) / 왕실-의식(儀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