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신과 비국의 당상을 불러 순릉의 석물 개수에 관해 의논하다
상이 대신과 비국의 당상들을 불러서 접견하였다. 비국에서 일찍이 순릉(順陵)의 석물을 개수하는 일 때문에 면대하여 정하기를 청했는데, 이날에 이르러서야 인견한 것이다. 김자점이 아뢰기를,
"순릉의 석물에 대해 여러 사람들의 의논이 ‘모두 새것으로 바꾼다면 공역이 클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능 위의 섬돌과 사초(莎草)도 걷어내야 한다. 약간만 깎아내고서 전의 것을 그대로 쓰는 것이 낫다.’고 합니다. 순릉의 문무석(文武石)을 건원릉(健元陵)의 문무석에 비교해 보면 그 몸체가 조금 크니, 전의 것을 그대로 둔 채 깎아내고 쓰더라도 건원릉의 것만 못하지 않습니다."
하니, 상이 좌상 남이웅(南以雄)에게 하문하자, 이웅이 대답하기를,
"선묘조 때에도 선릉(宣陵)의 석물을 깨진 데만 보완하여 그대로 쓴 고사가 있으니, 지금도 깎아내고 그대로 쓰는 것이 실로 사의에 합당하겠습니다."
하였다. 상이 다시 재신들에게 하문하니, 모두 대답하기를,
"참으로 대신의 말과 같습니다."
하였다. 상이 이르기를,
"내가 부덕한 탓으로 선릉(先陵)에 욕을 끼쳤으니, 개조하지 않으면 예에 있어 부당할 것 같다. 다시 공조와 예조의 당상을 보내어 건원릉(健元陵), 경릉(敬陵), 선릉(宣陵), 정릉(靖陵)의 석물의 크기와 두께를 살펴 척량(尺量)하게 한 다음 의논하여 조처하도록 하라."
하였다. 상이 하문하기를,
"금년의 양맥(兩麥)이 어떠한가? 비가 조금 내리다가 곧 개었으니 가뭄의 조짐이 우려스럽다."
하니, 도승지 남선(南銑)이 대답하기를,
"듣건대 삼남(三南)에는 비가 흡족히 내려 양맥이 무성하나, 경기와 양서에는 가뭄이 심하다고 합니다."
하였다.
- 【태백산사고본】 49책 49권 12장 B면【국편영인본】 35책 321면
- 【분류】왕실-종사(宗社) / 농업-농작(農作)
○戊寅/上召見大臣及備局堂上。 備局曾以順陵石物修改之事, 請賜對稟定, 是日乃引見。 金自點曰: "順陵石物, 群議以爲: ‘若皆易而新之, 則毋論工役之浩大, 陵上階砌、莎草, 亦當有捲撤之擧。 不如稍加鐫削, 仍其舊而用之。’ 蓋順陵文武石, 較諸健元陵文武石, 其體差大, 雖仍其舊而鍊用, 亦不減於健元陵矣。" 上問左相南以雄, 以雄亦對以 "宣廟朝亦有宣陵石物補缺仍用之故事, 今亦仍舊鍊用, 實合事宜。" 上復以問諸宰臣, 皆對曰: "誠如大臣之言。" 上曰: "由予不德, 貽辱先陵, 若不改造, 則於禮恐不當也。 可更遣工、禮曹堂上, 往審健元陵、敬陵、宣陵、靖陵石物, 尺量其大小厚薄, 更議以處。" 上問: "今年兩麥何如? 小雨旋霽, 旱徵可憂。" 都承旨南銑對曰: "聞, 三南則雨澤洽而兩麥茂, 京畿及兩西則旱甚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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