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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실록 49권, 인조 26년 3월 25일 경신 3번째기사 1648년 청 순치(順治) 5년

수리 도감이 저승전 외랑 섬돌 밑에서 파낸 흉물을 아뢰다

수리 도감(修理都監)이 저승전(儲承殿) 외랑(外廊)의 서쪽 처마 아래의 섬돌 안쪽 땅 한 자 반쯤의 깊이에서 썩은 뼈 두어 줌을 파내었다. 드디어 행랑의 섬돌 안쪽을 두루 파헤쳐 썩은 뼈, 까치, 옷을 태운 재 등의 물건을 많이 얻었다. 도감이 이런 내용으로 아뢰고 인하여 신생(辛生)을 불러 물으니, 신생이 묻은 곳을 지적하면서 말하기를,

"이것은 모두 역강(逆姜)의 소행입니다. 강(姜)이 스스로 말하기를 ‘내가 오래지 않아 이 궁을 떠나야 하니, 이것을 묻어 뒤에 이 궁에 와서 거처하는 자를 해치게 하겠다.’고 했습니다."

하였다. 도감이 아뢰기를,

"흉칙하고 더러운 물건이 이토록 낭자하니, 전의 행랑을 모두 철거하고 구토(舊土)를 파내어 버린 다음 새 흙을 가져다가 개축하소서."

하니, 상이 이르기를,

"헐어내지 말고 단지 그 흙만 파내게 하라."

하였다.

사신은 논한다. 지금 이 저승전에 흉한 물건을 묻은 것은 의심스러운 점이 많다. 자기가 현재 거처하고 있는 궁실에다 스스로 흉하고 더러운 물건을 묻어 뒤에 이 궁실에 거처하는 사람을 해치게 하려고 했다 하는데 흉하고 더러운 것을 묻고 나서 강(姜)이 즉시 떠나지 않았으니, 그 사특한 빌미가 반드시 뒤에 거처하는 사람만 해치고 현재 거처하고 있는 사람은 해치지 않을 것이라고 어찌 알겠는가. 간악한 자의 소위는 반드시 이와 같이 어리석은 짓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것이 첫번째 의심스러운 일이다. 강(姜)병술년004) 에 죽었는데 어찌하여 그가 살았을 적에 묻은 마른 까치가 땅속에서 두어 해나 지났는데도 형체가 완전히 갖추어져 있는 채 부패하지 않았단 말인가. 이것이 두 번째 의심스러운 일이다. 신생과 함께 악한 짓을 한 사람으로서 이미 스스로 살길을 도모해 의 악역(惡逆)에 대한 정상을 다 토로하였으며, 대내(大內)에 묻은 흉물(凶物)들도 일일이 발굴해 내었다. 그런데 또 에 대해 무슨 애석하게 여겨 돌아볼 것이 있어서 저승전에 묻은 흉물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가 이제 도감에서 발굴한 뒤에야 그곳을 가리켜 말한단 말인가. 이것이 세 번째 의심스러운 일이다. 아, 신생을 잡아다가 외정(外廷)에 맡기고 이러한 의심스러운 단서를 가지고 엄히 국문하고 분명히 신문한다면 그 실정을 알아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그렇게 하지 않으니, 한탄스러움을 견딜 수 없다.


  • 【태백산사고본】 49책 49권 9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320면
  • 【분류】
    왕실-종사(宗社) / 변란-정변(政變) / 역사-사학(史學)

○修理都監於儲承殿外廊西簷下階內入地深尺半許, 掘出朽骨數掬。 遂徧掘行廊階內, 多得朽骨及乾鵲與衣服燒灰等物。 都監以啓, 因招辛生問之, 辛生皆指言其所埋之處曰: "此皆逆之所爲也。 自言: ‘我不久當去此宮, 埋之以祟後來之居此者。’ 云。" 都監啓: "以凶穢之物, 狼藉如此, 請盡撤舊行廊, 掘去舊土, 取新土改築之。" 上曰: "毋毁撤, 但令掘去其土。"

【史臣曰: "今此儲承殿埋凶之事, 多有可疑者。 蓋方其所居之室, 而自埋凶穢之物, 欲以祟後來居此之人, 夫凶穢旣埋, 而未卽去, 則安知其邪祟之必待後來之人, 而不反中於方居之人耶? 奸惡者所爲, 必不如是之愚, 此其可疑者一也。 之死, 在於丙戌之歲, 何其生時所埋乾鵲, 入地中經數年之久, 而形體具完, 不至於腐壞耶? 此其可疑者二也。 辛生同惡之人, 旣爲自活之計, 盡吐惡逆之狀, 大內所埋凶物, 一一發掘。 亦復何所顧惜於, 而儲承殿埋凶之事, 曾無一言及之, 到今都監掘出之後, 乃指言其處耶? 此其可疑者三也。 嗚呼! 執辛生付之於外, 以此可疑之端, 嚴鞫而明訊之, 則庶可以得其情, 而今不然也, 可勝歎哉!"】


  • 【태백산사고본】 49책 49권 9장 A면【국편영인본】 35책 320면
  • 【분류】
    왕실-종사(宗社) / 변란-정변(政變) / 역사-사학(史學)